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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an 07. 2019

#5. 마음을 삼키고 또 삼켰다.

Someone like you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 그리스인 조르바 - 





순수한 사람들은 그 행동에 경계선이 없다. 

투명하게 순수한 데다 어딘지 모르게 이기적이기도 한 나는, 나만큼 순수한 그를 만났고 우리는 경계 저 너머로 마음이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드림타워 6층, 엘리베이터 안) 


- 어... 퇴근이 늦네요 

- 네.. 원고 좀 보느라 

- 네. 

-... 

- 바래다 드릴까요. 늦었는데

-.... 아닙니다. 

- 아쉽군요.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그 제안이 다시 왔을까라는 질문은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종종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신경 쓰였던 건 그와의 문학적 취향 그리고 우리들만의 알 수 없는 묘한 대화의 카타르시스였다. 현재 가족과는 절대 주고받지 못할 철저히 타인이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를. 



- 들어가세요. 그리고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 함부로 한 건 아닙니다. 

-.... 

- 북클럽 제안서 잘 봤어요. 역시 주간님 답게 깔끔했습니다. 사내 공모를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워요. 

- 네. 

- 첫 번째 책도 흥미로운 주제고요 

-...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인가 방종인가. 자신을 위한 순수인가, 타인을 향한 민폐인가 

- 혜연 씨는 참 보기 드문 사람 같습니다. 

- 그쪽도 만만치는 않죠. 




예측 불가능한 존재들은 참 무섭다며 남편은 결혼 이후 종종 내게 말하곤 했다. 

날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게 정태 민또 한 무서운 존재에 속했다. 예측이 때로 불가능해졌기에. 사건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것처럼. 






북클럽의 모집은 예상 밖이었다. 

많은 숫자가 모일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고작 서넛 명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대표가 직접 모집하는 거여서 그랬던 걸까 싶었지만 첫날의 분위기는 회사의 그것 치고는 꽤 개인적으로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는 독서토론 수준의 것이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기업문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고, 그렇게 이성적이고 냉철한 면을 가지고 있는 면도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모든 사람이 빠져들만한 충분한 수준의 사업가였고 기업가였으며 또한 누군가의 남자였다. 



고민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왔다. 

정태민 대표와의 관계는 애초에 보안이 필요 없이 그저 일로 만난 사이에서 약간의 썸(?)을 타고 있는 수준의 것이었기에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기에 사실 죄책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쓸데없이 소비되기 시작한 에너지였다. 



- 조르바가 옳다 그르다의 판단은 개인의 삶 철학마다 다르겠지만, 살면서 모두 다 나름의 의미는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러니 맞다 틀리다의 기준도 개인만이 지을 수 있을 것 같고요. 

- 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닌가요 주간님?

- 수연아..! 




꼬투리 잡는 행동 앞에서는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애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수연은 교묘하게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여자였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고민이 더해졌다. 이미 그와의 썸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정태민이 내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누구나 흔히 가지는 논리적인 근거는 없지만 마음에 도사리는 감정만은 분명한 직관이었다. 




- 그래도 살면서 주제 파악은 좀 해야 하지 않나...

- 애써 주제 파악을 하면서 사는 게 보통의 인간이지만 조르바는 그 보통의 경계에서 넘어선 캐릭터라 볼 수 있겠죠. 

- 그러니 보통들이 보통을 넘으려고 꼬리 치면 안 된다고요. 

-... 수연씨는 보통이 뭐라고 보시는데요. 

- 애초에 조르바가 되지 못하는 위치에서 태어나고 살기 시작했다면 그 위치가 딱 보통. 거기서 선 넘으면 아웃. 

- 선이나 아웃을 정하는 게 누구죠 

- 내가 아닌 남들. 누가 봐도 인정할만해야죠. 가령 태민오빠나 저처럼. 

- 이수연 씨. 여기 회사인데 모르나. 

- 정태민 씨. 그렇지만 저는 당신 약혼녀 기도 하고요. 




그의 정색하는 모습은 더 빠져들고 바라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재수 없게도 더 잘생겨 보였으니까. 단 둘만의 대화를 주고받았을 때 한없이 관대해 보이던 그 바보 같은 표정은 볼 수가 없었다. 이성으로 가리고 있었기에 보이지 않았던 관능적으로 근사한 표정이었다. 표정도 만질 수 있다면 내가 만지고 싶었던 이상형에 가까운 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정색을 하면서도 바라보는 대상이 내가 아닌 이수연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이런 마음이 이미 도사리기 시작한 자신에겐 더 안타까움을 품어야 했다. 




-  조르바처럼 다들 살진 못하죠. 각자 타고난 게 다르니까. 다만 타고났다고 해서 그걸 뛰어넘으려 하는 인간의 의지마저 꺾진 못하다고 봅니다. 정답은 없지 않을까요. 꺽지 못하는 마음처럼.. 살면서 뭐가 맞다 그르다 라는 기준을 철저히 개인에 맞춰 둔다면. 물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 혜연 씨..

- 누군가의 자유가 누군가에겐 민폐라고 생각하진 않나요 주간님?

-......

- 예를 들어 남의 남자에게 꼬리 치는 자유로운 여자는 민폐라고요. 아시겠어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정태민에게 내가 꼬리를 친다고 먼저 생각할지도 모를 테니까. 다가가지 않았고 먼저 다가왔을지언정, 설사 그랬을지언정. 사회적인 위치와 권력, 재력과 외모와 재능마저 겸비한 남자를 약혼자로 둔 이수연의 자격지심이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이미 날 경계하고 있기에 충분했다. 정태민이 날 바라보고 있는 그 따갑고도 뜨거운 시선을 토론을 주관하는 내내 모르지 않았으니까. 




- 이수연 씨! 갑자기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오지?

- 정태민 씨. 너무 감싸고도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왜 아까부터 저 여자만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요. 

- 오늘 여기까지 합시다. 첫 모임 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토론이었어요. 마지막에 한 마디도 안 하다가 한 사람 지목해서 파고드는 고귀하신 여성분 뺴 놓고. 

- 오빠! 

- 다음 모임 주간은 보름 후에. 모두 각자 남은 평은 북클럽 커뮤니티 게시판에 남겨 주시죠. 



그래도 끝내 버리면 패배자가 될 것 같아서 그랬던 걸까. 어느새 마음이 새 나가기 시작했다. 



-... 수연씨 말이 맞아요. 조르바처럼 살 순 없을 거예요. 사실 그래서도 안되죠. 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해서 꿈꿀 자격마저 스스로 박탈하는 건 잔인하다고 봅니다. 살면서 물론 지켜야 할 약속들이 있죠. 다만 그 약속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데 어딘지 모르게 방해가 될 정도로 속박하거나 억압한다면 과감히 약속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게 덜 불행하진 않을까요.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마치 내가 내게 하려 했던 오랜 마음 속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 스스로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말입니다. 어쨌든 자기 스스로는 속이지 않는 게 좋겠... 죠. 특히 비즈니스가 아닌 개개인의 만남이라면 되도록 그래야 행복하진 않을까요. 물론 우리들은 그렇게 살기에 쉽지 않은 세상에서 태어났기에 모두 근본적으로 불행한 존재들일지도 모르겠지만...


- 혜연 씨...

- 죄송해요. 너무 제 발언이 길었죠. 자 여러분 모두 이런 식으로 후기를 남겨 주시면 됩니다. 상도 있어요. 아마 여러분의 젊고 유능한 대표님께서 기특한 리워드를 베풀어 주실 테니까 다음 모임에선 더 웃으며 만나 뵐 수 있기를요.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넋을 빼놓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져서 한편으론 민망했지만 속은 후련해졌다. 

단 한 명 나를 노려보다가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그레이 색 하이힐의 주인공을 쫒아가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보는 것만 뺴 놓고는. 






정태민은 내가 그를 향해 한 발짝을 떼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한 발짝을 떼려 할 무렵 세 발짝 정도는 먼저 다가와 주는 그의 존재를 고마워해야 할지 아니면 거부해야 할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런 감정은 평생 다시 찾아오기 드문 것이었다. 또한 애초에 애써 마음을 표현해 달라는 식의 행동은 그 누구도 먼저 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너무나 잘 각자의 특성을 알았기에 편하기도 했다. 



원고를 주고받으면서 이미 짐작했었다. 

그가 얼마나 댄디하고 깔끔하며 세심한 배려가 있는지는 문장에 들어 있는 정성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사랑을 써 내려가는 그의 원고 안에서 만큼은 보였고 또 느껴졌다.  젊고 유능한 유명 인사의 반수필시집 등단 격인 이 책은 팔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유진선배가 왜 붙잡고 싶은 사람이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남자치곤 어딘지 모르게 여자가 쓴 듯한 수려하고 단정한, 무엇보다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것 같은 재수 없지만 참 세심하고 밀도 있는 라이터였음은 분명했다. 




- 혜연아. 교정된 거 봤다. 와... 죽이네. 물건이야 이 사람. 초반 부수 좀 더 늘려볼까 싶어 

- 너무 단정 짓지 마요 선배. 팔아봐야 아는 거라고 누가 그랬더라. 

- 회사 대표잖아. 인맥은 또 어떻고. 만부는 기본으로 찍어야 되지 않겠어. 기자들이 난리치고 기사 써 대기 시작하면 몇 새는 기본일 거 같다. 

-... 난 그런 게 싫어 

- 뭐 

- 유명해서 팔리는 게 싫다고. 똑같은 문장도 유명하면 더 잘 팔리는 게 언제나 싫어... 

- 혜연아..너 또 왜 그래. 한두 번 보냐 그런 거. 어쩔 수 없어. 이쪽 바닥 생리가 그래. 먹고 살아야지.

- 선배. 만약 정태민이 능력 없고 볼품없는데 이렇게 좋은 글을 썼다면, 사람들이 알아채 줬을까. 

- 너 또 떨어졌냐 

-... 소설 지긋해서 이제 안 써. 지우 보면서 이 회사 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찮대 뭐.. 시간도 없어 정말. 그이도 바빠졌고.

- 왜 그렇게 정태민 대표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 쓰는데. 너네 싸웠어? 

- 차라리 싸우는 관계면 속이나 편하게 

-.... 뭐 있어? 들이대더냐

- 들이대긴 누가 뭘... 내가 뭐 들이댈 만한 수준의 사람인가. 사는 세계가 틀려. 그런 거 같아. 

- 뭐 있었네. 

- 있는 건가 이 관계가. 모르겠다. 

-... 힘들면 말해라. 아니 정정. 이거 출간까지만 해 놓고 말해. 편집주간 너야. 알지?

- 네.. 대표님. 

- 주인 있다. 저도 정태민도. 조심하고. 

- 알아.. 








그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알 턱이 없었다. 

마음을 삼키고 또 삼켰다. 원고를 주고받으면서도 일적인 이야기만이 오고 갔지만 왠지 내가 하는 발언에 그가 부담을 느끼는 순간 이 썸 같지 않은 썸 타는 관계는 끝나게 될 거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모든 건 처음이었고 나는 다시 첫사랑에 빠진 스무 살 여대생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보여지지 않던 잔꽃도 누군가의 눈에 띄여 다시금 빛이 나기 시작한다. 




이 나이에. 이제야. 

다만 스스로 느끼는 현실적 부담과 다그침은 그 또한 이미 다른 곳에서 충분히 겪고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굳이 나까지 합세하지는 말자고 다짐할 뿐이었다. 



그에게 마음적인 에너지를 쏟는 만큼 나의 본분인 지우와 남편에게 소홀하지 않도록 어느새 더 주의를 기울였다. 이것은 가족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론 그를 계속 보기 위한 나와의 다짐이기도 했다. 어쩌면 남편이 외도를 하면서 동시에 내게 더 상냥하게 대했었을지도 몰랐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알아챈 무심한 아내였음에 미안해졌다. 그러나 남편은 이런 알 수 없이 묘하면서도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죄책감이 들진 않았을 것이다. 남편은 남자이고 나는 여자였기에. 


정태민과 일적인 미팅이나 메일 교신을 하면서도 가장 신경이 쓰인 부분은, 내가 하는 어떤 말도 그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령 아주 명확한 용건이 없는 연락을 괜히 먼저 하거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고 싶은 감정이 밀려 들어올 때 소위 상간녀들이 할 법한 그 어떤 투정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그에게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로 나는 표현을 애써 제한했다. 



그런 제한을 그가 알아챘는지. 아니면 그가 먼저 제한을 어기고 싶었는지 사건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 혜연 씨 오늘 저녁 약속 있나요. 일찍 퇴근하십니까. 

- 네.. 남편이 늦습니다. 지우 돌보아 주시는 이모님도 오늘 일이 있으셔서.. 

- 바래다 드리죠. 지금 들고 가시는 책 가득한 가방. 무거워 보입니다. 가시죠. 

- 아닙니다.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 그리고.. 보는 눈이 많아요. 

- 저희가 보는 눈 많은 걸 신경 써야 하는 관계인가요 

-... 아. 그런 건 아니지만. 네 그러죠. 



(@ 드림타워, 지하 4층 주차장)



- 사업 성공하시긴 했나 보네요. 

- 네?

- 이런 외제차 끌고 다니려면... 한 달에 본인이 얼마 버는진 아세요?

- 하하. 모를 리 있나요. 그리고 저 보기와는 다르게 짠돌이입니다. 

- 네. 그러고 보니 밥 한 번을 안 사주시긴 했네요 

-... 먹어달라 하면 드시는 분이시긴 하고요?

- 아... (풉) 

- 처음 웃었네요 혜연 씨

- 네?

- 그렇게 편하게 웃으니 좋잖아요. 뭐 죄 졌습니까. 우리가 

-... 이런 게 죄 같으니까. 

-... 

- 아. 죄송해요.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 

- 혜연 씨. 

- 네?

- 지금 이 상황에 키스하고 싶다 하면 저 미친놈이죠?

-...... 못생긴 얼굴에 들이대는 거 그만 하시죠. 

- 똑똑한 사람에게 끌리는 편인데 예쁘기까지 하니 마음 안 쓸 남자 있나요? 

-... 남자로 보지 않아요. 

- 그렇다면.. 아쉽군요. 그런데 어쩌지. 이렇게 하면 좀 보이려나



도무지 피할 방법이 없었다. 

눈을 질끈 감는 순간 그가 안전벨트를 채우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손길에서 아차 싶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긴, 피아노를 치는 여자의 길쭉하고 커다란 손은 바로 이런 손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짐작도 됐다. 우리가 꽤 오래갈 사이라는 걸. 그 긴 손가락이 내 손을 잠깐 잡았다 놓은 것도, 영혼도 들여다보일 만큼 무방비하게 순수한 그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것도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안에서 갖는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조심해서 가요. 집이 여기였군요. 근거리... 네요. 

- 고맙습니다.

- 음악 좋아해요?

- 네. 차 안에서 들리던 노래도 좋던데. someone like you 

- 알아요 그 노래? 아델.. 

- ...좋아해요.

- 좋아합니다. 저도. 아델.. 다음엔 다른 걸 들어보죠. 





시야에서 벗어나는 차 뒤편을 계속 바라보며 알았다. 

제약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정제되지 않은 마음을 쏟고 싶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그 대상이 사람이든 순간이든 삶 그 자체든, 몸과 마음을 내던지는 게 내가 가진 주특기라는 게 상기될 무렵이었다. 



저녁으로 변해가려는 오후 7시의 겨울밤공기는 차갑지 않았다. 다만 시원한 바람과 차가운 공기가, 차 안에서 듣던 가사와 한데 어우러져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Nothing compares, No worries or cares
Regrets and mistakes, They're memories made

Who would have known how bittersweet this would taste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는 없어요. 걱정도 염려도 하지 말아요. 
후회와 실수들이란 게 추억에서 만들어진 것 뿐이에요.
누가 알았겠어요. 추억이란 게 이렇게 달콤하고도 씁쓸할지를..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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