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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an 16. 2019

만들어진 진실

팩트보단 편집이 관건... 일지도. 

무서웠다. 

진실이 왜곡되고 편집된다는 것을 완전히 모르쇠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 책 안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숱한 사례들은.. 글쎄. 팩트 하나를 두고서 입장 차이에 의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치지만 그것이 '대중'을 선동할 수 있고 미디어의 힘을 받아 교묘히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것. 무엇을? 진실처럼 보이지 않은 진실들을. 


만들어진 진실, 헥터 맥도널드, 흐름출판, 2018.11.19. p.416.



        

각 잡고 두 번 읽어 내려가다가 중간에 멈췄다.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그래서 결국에 뭘 믿으며 살아야 할지 혼자 또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에. 사실 대한민국의 사례라기보다 외서이기에 다른 나라의 예시들이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 감성과 이성적인 문체로 잘 조화가 되어 있다지만. 그럼에도 내용을 읽어 내려갈수록 무서움은 감추지 못했다. 그냥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어떤 진실들로 오늘의 시대상을 만들어 내는지 의심만 더 앞섰을 뿐..



구구절절 스토리를 요약(?) 하기보다... 이 책도 아마 읽는 이의 시선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겠다. 무릇 책이란 읽고 난 이의 노출된 시간, 환경, 입장 차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천차만별의 '의미'를 지니게 되니.. 없는 시간 쪼개어 틈틈이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회사'를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조직 사회 안에서도 사실 '진실'은 '은폐' 되기 십상이고, 쉽게 말해 파워 게임을 겨루는 누군가들의 아 다르고 어 달라서 밑에서 일하는 일개미들은 우수수수...... 가만히 잘 일하고 있다가도 어느 날엔가 데스크 아웃 처리될 수도 있기에... 



생각은 이렇게 튄다. 책을 읽다가도 자꾸 그쪽 방면의 생각이 아른거려서 쉽게 집중하지도 못했지만.. (그래서 이 글도 참 뒤늦게 두서없이, 그저 남겨 두기 위해 기록할 뿐이지만) 


물건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물건에는 맥락이 있다. 

그 맥락이 해당 물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좌우한다. p. 100





아마존은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다고 책은 말한다. 

아마존이라는 브랜드는 변치 않아도 그 아마존을 '경험' 하는 '소비자'의 경험치에 따라서 사실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쉽게 생각해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다면 아마존은 그에게 '악마'가,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천사'가...


팩트는 하나여도 '소비' 하는 주체의 '경험' 그리고 믿음의 깊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또 그에 맞춘 '편집' 이 나오겠다. 이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Egg 가 새의 알인지 공룡의 알인지 누구의 알인지는 알 길이 없는 것처럼. 누군가 확실히 말해주기 전까지는, 또한 그 말조차 믿지 못하면 그저 눈으로 직접 누가 누구의 알을 가져다 놓은 지 보지 않는 한.. (말하거나 직접 보거나 하는 것도 사실은 '누군가의 시선으로 인한 편집' 이 아닐까 싶고.. 어렵다.) 



인문서를 읽다 보면 어떤 책은 말미에 해답을 넌지시 건네주는 책이 있는가 반면, 이 책처럼 물음표만 가득 남겨 주는 책도.. (물론 해답을 얻으신 독자님도 있겠지만 나로선 No way였다..) 있는데, 후자에 좀 더 강한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대신 어려울 뿐..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질 뿐이며-) 


이제 세상은 데이터로 모든 걸 수치화해낼 수 있는 있다 했던가. 

그렇다면 그 정량화된 데이터로 기계적인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을 어떤 형태로 편집해서 어떤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인가는 그 데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서사가 갈릴 진대.. 결론은 없고 이런 의문 가득 찬 생각이 꼬리를 타다가 내린 허무맹랑한 결혼 하나.


고정적이고 한계 짓는 시선이 아닌, 열린 시선. 

정말이지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선으로 팩트를 바라보고자 할 뿐.. 그래야 겨우 믿지 못할 거짓도 사실 팩트의 일부분이며, 선의 같은 진실도 사실 따지고 보니 고의적인 악의였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특히 사회 문제에 관심 있어 조금이라도 '체인지 메이커' 로서 살고자 하는 이들. 혹은 펜에 힘을 가진 기자들의 사명은 바로 이런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진실이 편집으로 왜곡되며 또한 거짓도 진실처럼 만들어질 수 있는 세상이라 할지언정, 고정 불변할 그 실체, 진실이라는 것이 최대한 선의라는 '가치에 맞게 스토리텔링 지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순진무구한 생각이겠지만. 


말미에 나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여전히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며 어쩔 수 없이 책을 덮었다. 진한 한숨과 함께. 


#의식의_흐름_서 평_응망진창_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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