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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24. 2019

곰돌이 푸, 인생의 맛

곰돌아... 넌 정말이지. (털썩) 

곰돌이 푸와 인생의 맛이라니.  

꿀단지 안에서 인생의 맛을 찾는 푸의 삶을 대하는 철학... 처음엔 뭐 그런 맥락의 흔히 볼 수 있는 엇비슷한 이야기겠거니 싶었다. 사실 책의 제목에서 '푸'라는 단어가 보자마자 '아아'라는 탄성을 내질렀으니까. (이놈의 곰돌이, 요즘 참 여기저기서 인기 가득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책.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색달랐다. 

작가에 대한 짧은 설명이 나와있는 부분을 읽자마자 '아뿔싸' 했다. '도가' 라니...!  나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뭐 그렇게 철저히 까진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요즘 흔히 알고 있던 '그 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저자는 한때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면서 여가 시간에 도가식 요가과 태극권 수련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 한 줄에서 '탁' 하고 촉이... 전해졌다. '아아 그래서....'라는 탄성을 한번 더 내지르며. 



곰돌이 푸, 인생의 맛, 벤저민 호프, 더퀘스트, 2019.  p. 224




'도가'라는 철학을 푸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책은 시종일관 어떤 '태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복잡한 요즘 같은 시대엔 특히 더. 디지털이 빠르게 진화하고 그 속에서 타인보다는 '나' 에게 좀 더 집중하려 노력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쉽게만 흘러가지 지도 않은 시대일수록.. 이처럼 우리는 잊고 있던 어떤 '철학' 들을 은연중에 찾는 걸지 모른다. 



목표 지향적인 삶, 지식을 위한 지식 습득의 시대가 더해갈수록. 

물론 목표 같은 것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애기는 아니겠다만 - 목표를 이루는 것 과정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으니 - 때론 우린 너무나도 극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놓치고 사는 것들이 많은 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푸의 삶에 빗대어 도가 철학에서는 '단순하고 고요한 것'을 더욱 강조한다. 



푸는 머리가 좋지는 않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푸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 결과는 항상 좋지. 



망설이는 캐릭터인 피글렛을 좋아했던 나는 어쩌면 여전히 '망설임'에 익숙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피글릿의 눈에 푸는 '머리가 좋지 않아도 무해한 친구'는 아니었을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문득 '나의 무해한 친구'를 잠시 떠올렸다. 얼그레이 한 잔의 시간이 가볍지만 또 진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 시간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살면서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던가...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 

그 순간 자체를 충분히 즐길 줄 아는 푸의 주위에는 투덜거리는 이요르라는 친구도, 이것저것 재고 똑똑함을 과시하기도 하는 래빗도, 거들먹거리는 아울도, 그리고 망설이는 피글렛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내면에는 사실 이 캐릭터들이 모두 공존해 있겠다. 살아가며 그 캐릭터들이 모두 제각각의 상황에서 고군분투 해 내다가 어느새는 '애쓰지 않아도 평온' 한 상태를 갈망할 때. 바로 그때야말로 내면의 '푸'가 일어나는 시간은 아닐까. 



결국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자신 만의 속도로 살아가길 바란다면 

잊고 지낼지언정, 되도록 기억하고 싶어 진다. 내면의 '진짜 목소리' 같은 뭐 그런 것들... 그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는 삶이라는 길을 통과해 나가다가 가끔 길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그 잃어버린 길에서 또다시 방황하게 될지도 모를 테니까. 방황이 나쁜 건 아니다만, 지나친 방황은 때론 '나'를 잃어버리게도 만들기에. 



아이들이 일찍 잠에 들었다. 

오늘 놀이터에서의 짧고도 격한 야외 플레이 덕분이겠다. 문득 이 아이들이야말로 푸의 자세로 오늘을 지내는 건 아닐까 싶다. 똑똑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재지 않아도, 그저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너희들의 꿀단지에 손을 뻗기 전까지, 그 순간들을 제대로 살아보고 있는 듯한 나의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배운다. 



너희들이야 말로 너희들만의 속도로 지금을 잘 보내고 있구나, 내면의 푸가 잘 살아 있구나라며.. 


나의 꿀단지 둘.. 덕분에 인생의 제대로 된 맛을 배우는 중이다. 


#나의 꿀단지는_너희들과_그리고_바로 이런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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