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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5. 2019

예뻐서 그래

살다 보면 때때로 뻑이 필요하다 '자뻑'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약속한 것도 아닌데 서로를 기다린다. 

사흘 동안 이 침묵의 관계는 희미하게나마 날 세상과 화해하게 해 주었다.


- 줌파 라히리 - 




"예뻐서 그래." 

괜히 상처 받았다는 혼자만의 궁상각을 연출하며 잠시 오랜 침묵을 하고 있던 찰나, 지인의 카톡으로 전달되는 한마디에 어이없이 엉뚱한 맥락에 침묵은 그렇게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1초의 망설임 없이 피식 (아니 사실 빵-현웃 터짐) 웃었다. 웃음을 유발하는 이 단출한 문장 속에 담긴 따뜻한 의도를 모르지 않았기에, 나도 모르게 금세 환한 미소를 지어 버렸다. 그리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나도 칭찬에 약한 인간이라는 것, 그것도 비주얼적인 칭찬이라니 나 원 참 이 외모지상주의에서 완벽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지 싶다. 실은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나라는 인간도 인정 욕구를 여전히 마음에 담고 있는 그냥 그런 인간이로구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울적함에 젖기 일쑤인 날  

누군가에게 까였다는(?) 생각에 세상 쪼그라져 있는 순간 

물 흐르듯 살고 싶다가도 역류하는 느낌에 방향 잃고 방황하는 시간 



혹시 이런 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와 마주했을 때. 

이 최고의 한마디를 '나'라는 사람이 나에게 건네보는 건 어떨까. 이 가벼운 듯한 자뻑 감 넘치는 말 한마디가 주는 쾌감에 때론 젖어서 살아보는 거다. 부정적인 것에 매몰되어 마음 상태를 그렇게 세차게 몰아가는 것 보다야 낫지 않는가. 그래. 이 말. 이 자뻑 감. 나쁘지 않다. 삶의 기쁨을 선물해 주는 포인트, 가령 쾌락이란, 욕망이란, 욕구란, 행복이란 그렇게 엉뚱한 상황과 장면 속에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은연중에 은밀하게, 나를 향한 드러나지 않은 '사랑'을 내가 직접 선물해 보는 거다. 왜냐하면... '나' 는 보석 같은 소중한 사람이니까. 정말 빛나니까. 빛이 나지 않아서 잠시 세상 쫄아 있어도 아니, 쫄 필요가 없다. 보석은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보석이라고 보고 인정하면서 살아 준다면. 



늘 기억하려 한다. 버려진 병 안에서도 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뻔뻔한 말이지만, 그래서 좋았다. 

스스로 뻔뻔해지기를 주저하지 말아 보려 한다. 나라는 사람의 삶을 되도록 부드럽게 유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설령 뻔뻔함이라면 일정부분 허용되는 선(?) 안에서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타인에게 물리적인 가해를 끼치는 건 안 되겠다만 말이다. 어떤 선택들의 기준을  '나' 에게 집중해서 우선순위 지어 보는 것이다. 풀리지 않은 일상 속 과업이나 숙제를 앞두고 답이 보이지 않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 때에도. 따지고 보면 정답도 내면 안에 있을지 모르는 게 바로 삶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미안해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엿보거나 주저할 필요, 굳이 있을까 싶다. 



내가 쪼그라져 들었을 때. 담대하게. 당당하게. 나에게는 최소한 이런 말을 건넬 줄 아는 소유자라면, 삶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고 되도록 나를 제외한 남에게도 관대하며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들일 테다. 그러하니 나도 되도록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날이다. 뻔뻔하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 그것도 환한 미소와 함께. 싱긋 웃으면서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받은 인사처럼, 누군가에게 웃음을 건넬 수 있는 사람. 상처 받았어도 '그까짓꺼 내가 예뻐서 그래' 라면서 우스갯소리로 흘려버릴 수 있는 호탕함, 의연함, 처연함......(feat. 상처 받지 않은 영혼이 되리라) 



'내가 워낙 잘나서 일이 나한테만 몰려' 

'네가 원체 인기 있어서 사람들이 너만 찾아서 그래' 

'네가 근사해서 그래' 

'내가 능력 쟁이라 그래' 



내가 예뻐서 다들 나를 가시 돋게 해...?! (응..? ㅋㅋ) 



비속어 잠시 빌리자면 '졸라 꼴값' 떠는 것처럼 재수 없게 보일지언정.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서로의 잘난 체를 인정해주고 더욱 보듬아 주어야 한다. 자존감이라는 게 별 게 없다. 이렇게 배려(?) 있게 서로의 잘난 모습들을 인정하고 더욱 그 잘남 들을 잘생김 들을 예쁨 들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관계라면, 아아. 삶은 좀 더 살만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지도 않을까. 



예뻐서 그래

이 말을 건넬 수 있는 이는, 반대로 이 말을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말하며 약간의 합리화를 되도록 '긍정적'으로 삶 속에서 순화시킬 수 있는 사람, 즉 용기 있는 사람일 것이다. 자신을 표현함에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나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칭찬 한마디. 

이 문장을 건넨 배려심 넘치는 지인의 사려 깊은 마음에 감사하며, 동시에 알 수 없이 묘한 자신감을 선물해주는 에너지에 부응하듯, 오늘 이 말을 내내 입가에 마음에 품고 그렇게 용기를 조금 더 내어 보기로 한다. 



예뻐서 그래. 그러니 좀 더 예쁘기로 하자. 

삶은 유한하고 생각보다 짧으니까. 



만개하는 사월, 다 예뻐서 그래. 그래서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그래..라며- 



#오후_헛_소리_단상   

#삶에는_뻑이_필요하다_자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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