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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1. 2019

사월의 고백

나아가. 너만의 방식으로.

가장 정확한 사랑의 고백은 오직 독백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 애인의 애인에게 -





삼월의 마지막에서 사월의 첫날이 되어 버린 새벽

매 달 마지막에서 처음으로 가는 시간에 기어코 의미를 부여하고 만다. 그러곤 달력에 습관처럼 동그라미 몇 개를 그려낸다. 새벽 다섯 시. 일상이 반복되는 시간, 오늘의 아침이 조금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 덕분일지 모르겠다. 매 달 '처음' 이 주는 어떤 '시작' 들...



언제 썼더라 기억도 나지 않다가 문득 다시 소설 생각이 났다.

쓰다 만 소설.. 단편도 아니고 장편도 아닌, 어느 화에서 마침표를 찍을지 모르는 채 정처 없이 흘러가는 원고 한 꼭지로 시작해 낸 웹소설이 있다. 처음 주인공들을 현실 밖으로 그려내, 그렇게 대사를 입히고 장면을 연출시킨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과 마음이 가는 그대로 제멋대로 휘갈기다시피 한 문장들에 빠지듯 살았었던 지난 몇 달들. 마음 둘 곳 없었을 때, 괴로웠을 때 '더 잘' 탄생되곤 했던 문장들과 영접했던 시간이 어느새 요 몇 달,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들과 잠시 이별했던 시간에 이제 종지부를 찍고 다시 '시작'을 알리고 싶었나 보다.

잠들지 못했던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 내내, 책을 읽다가 문득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읽던 책을 덮어 두곤 그대로 소파에서 노트북이 놓인 식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곤 그대로 뭔가를 두서없이 적어 내기 시작했다. 문장이 그렇게 스케치되어 결국 엉터리 같은 글 하나에 '저장' 버튼을 꾹 눌러버렸다. 13화... 초고 완성.  그리고 4월도 시작.  



아침의 기분은 좋아야 한다. 그러길 바란다. 사월에도..



소설을 쓸 땐 보통 어떤 본능이나 직관을 따르곤 한다.

읽는 분들껜 여전히 죄송스러우나 최소한 소설을 쓰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내 세계'에 빠져서 욕을 듣든 말든 비문이든 아니든 그런 건 열외다.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인물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와 그녀와 교감하는 것. 연상되는 장면과 바라는 장면의 교차점이 그려지면 그걸 그대로 순간 캡처해서 손가락으로 끌어 가지고 와 그대로 타이핑.... 하는 시간들. 무슨 신내림... 의 느낌 정도다. 여기에 캔맥주 한 캔이 목을 타고 넘기면 금상첨화.. 그 날은 '해피엔딩'이다.



새벽에 몇 단락을 마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시 '시작' 했다는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써야 하는 원고는 그리도 쌓여 있건만,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지 라는 스스로를 향한 자조적인 한숨일지도. 그래도.. 그러해도. 여전히 믿고 있나 보다. 나에게만큼은. 넌 지금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루틴 한 작업을 계속 잇는다는 것엔 얼마나 위대한 용기가 깃들어 있니 라며 스스로를 애써 달랬다.



믿을 수 없는 순간에도, 믿는 용기가 좀 더 만개하는 사월이기를 바라는 중이다.

무언가를 이유 없이 믿어 본다는 것, 또한 그 믿음을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그것이 건네주는 기쁨뿐 아니라 동시에 그것을 위해 일상 속에서 수반돼야 하는 괴로움, 즉 고통도 함께 따라온다는 걸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기에. 용기라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 고통조차 받아들일 수 있는 담대한 용기란, 놓쳐버릴 것 같은 믿음을 결국 잃지 않으려는 의지이니까. 



왼쪽 손등 위에 오른쪽 손바닥을 올려 둔다. 그리고 나는 내게 간청했다. 정성을 다해서.

진실과 진심이란 다를 있지만, 중지돼있던 진실은 다시 시작이라는 진심과 만나, 결국 직관을 따라는 용기에 닿을 수 있기를... '가장 정확한 사랑의 고백'을 마음에 품고 이렇게 독백으로 사월을 맞이한다.



나아가, 너만의 방식으로. 달려가봐, 때론 숨이 가빠질 정도로...



모퉁이를 돌면 어떤 길이 또 나올 지 모르는 게 삶이라... 그래서 멋지지 않은가.



#점심_단상   #러시안룰렛  #원고든_뭐든_다시_시작하면_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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