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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17. 2017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적 결혼 그 후의 빡침?!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빡셈, 그리고 빡침!   

"추천하고 싶은 책 있어요?"
"있어요.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요. 여기 계신 분들 90%가 기혼, 그것도 아이가 있는 육엄빠들 이시니 한번쯤 이야기 해 보고 싶었거든요"

** 참고로 이쪽 바닥(?)에서는 육아하는 엄마 아빠의 줄임말을 뜻한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드 보통, 은행나무, 2016. 08.25, 300p


오리지널 커버가 좀 더 마음에 드는건 왜지, 원초적....이다!



어떤가 10년 갱신 제도! 

 회사의 독서모임에서 추천 책을 고르는 순서가 내게 도착했을 때, 단연코 이 책을 선택했었다. 정말 궁금했으니깐. 내가 생각하는 결혼 전과 후의 사랑, 그리고 아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사랑의 모습을 말이다. 소설 같지 않은 소설책이다. 작가 특유의 문체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져 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게 애초에 5년 아니 10년과 같은 어떤 시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는 제도였다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하는 내 세계관이 정말 또라이 같은 미친 생각인지, 혹은 약간의 (어쩌면 폭발적인 호응도?) 공감과 함께 남들은 과연 ‘낭만적 연애 그리고 결혼 그리고 그 후의 일상’ 어떻게 마주하며 살고 있는지 호기심 어린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으니깐.     


오늘의 문장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사는 사람 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모르겠다 사랑 그 후의 일상 

 우리는 한번도 다른 사람의 언어를 배워본 적도, 사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소통이 힘들 수 밖에. 그런데 그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사랑을 유지함에 있어서 꽤 중요한 장치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의미와 형태의 사랑을 경험하며 살고 있으니, 도대체가 그 각자의 개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의 언어를 해석하려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 같다. 어렵다! (남자가 여자 언어를 모르고 여자가 남자 언어를 모르는 것 처럼)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부터가 사실 불편하지 않으실까 모르겠다. 내가 원치 않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을테니깐. 사랑을 한다고 말하는 그 시간들이, 사실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언젠가부터 인위적인 노력이라는 걸 거쳐야 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나의 곁에서 어디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우리는 안간힘을 쓰곤 한다. 사랑 그 후의 일상은 더더군다나.  


때론 사랑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는 게 너무 지치면 이게 뭐 평화롭다 전쟁이었다 뒤죽박죽! 그야말로 사랑과 전쟁이 따로없지


  마음의 교류를 일삼다 스파크가 팟-하고 불꽃터지는 사랑은, 그저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도 영롱한 빛이 줄줄 흘러 내리는 그런 낭만적 초기 단계를 거쳐 서서히 빛바래져 간다. 사랑의 민낯을 향해 점점 나아가는 그 즈음일까. 아 모르겠다.


사랑의 한계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작가도 인정한다. 소설을 빗대어서 말이다. 알랭드보통도 그러했으리라고 단연코 책을 덮자마자 생각했었다. 사랑의 한계에 대한 묘한 메시지를 곳곳에 남겨 둔 그의 특징이 보인다.  낭만적 연애 그리고 사랑을 거쳐 결혼이라는 제도와 마주하고, 그 후에 아이까지 낳게 되는 상황에 다다르면, 사랑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현실을 말이다! (하 오늘 글이 좀 거칠어 진다...날이 섰....다) 


 예컨데, 사랑해서 결혼한 그와 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난 동시에 둘 OMG) 

그 두 아이가 밤낮가리지 않고 울어 댄다. 몇 십분을 그렇게 그치지 않은 울음에는 속수무책이다. 사랑? 그런 건 이미 버린 지 오래, 그저 인고의 마음만이 버젓이 남게 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낭만적 결혼식 그 후의 빡셈이라고 해 두자.....손에 껴 준 서로의 반지와 사랑의 맹세는 개나 준 지 오...래...?라는...ㅎ

 

 가끔 궁금해지기도 한다. 작가도 말했지만 '이렇게 힘든 부모의 모든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아이들을 달래고 설득하면서 보낸 그 많은 시간들은 흐르면 흐를수록 자꾸만 좌절과 당황을 안겨주는 게 나의 현실적 결혼 이후의 사랑의 모습이니깐 말이다. 결혼하고 그 후의 일상의 실체는 바로 좌절과 당황, 그럼에도 반복 또 반복.


사랑은 때로 상상도 못한 영역에까지 미친다.

 로맨스가 지나고 무협지만 남은 격이라고 할까 (풉)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다. 소설 속의 두 사람이 그런 것 처럼.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니깐.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불안은 일상 곳곳에 스며든다. 결혼을 하고 공동 명의로 대출을 받고 집을 구입하고 자녀를 몇 낳고 유언장에 서로의 이름을 넣는 등으로 명시적인 약속을 맺은 후에조차 말이다.   


틈이 생긴다.   

 지금 당신의 온 심신을 쏟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큰 축복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큰 불행으로 다가옴도 역설적이지만 겪고 산다. 사실 은연중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작고 크게 받으며 살고 있는가. 다만 차마 드러내지 못할 뿐. 그래서 틈이 생기고 간격이 벌어진다. 그 틈이 커지면 커질수록 겉잡을 수 없는 구멍이 생긴 채 그렇게 메꾸려 해도 쉽게 메꿔지지 않은 마음의 스크레치를 담고 살아간다.   


그래서 가끔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게 비단 나 뿐이던가 어디! 흐...ㅎㅎ


마냥 아름답지 않은 탁한 것, 사랑!

결혼은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다.
결혼 생활이 난감한 것은 결혼이란 제도 이지 관련된 개인들이 아니다.

아. 또 한번 무릎을 탁 쳤다. 작가의 이 문장에 공감지수가 만렙을 찍은 격이랄까.


 결혼 생활 6년차에 초보 엄마 1년차를 지나고 나서 다시 읽어 내린 ‘낭만적 연애 그 후의 일상’은 그저 치열한 사랑, 그 후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순진하지 않은 사랑의 맨모습을 꽤 아름다운 비유로 순화시킨 작가의 필체에 박수 한번 보내면서.   


 사랑이 마냥 아름답지는 않으니깐. 연애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그 짧은 순간들은 꽤나 여리고 순진한 하얀색의 것이라면, 결혼 그 이후의 현실은 꽤 탁해진 회색빛이 감도는 습지대일 수 있을 테니깐. 작가도 말한다.


결혼은 시간이 지날수록 낭만에서 멀어져 에밀 졸라의 현실에 가까워진다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는 대목. 뭉크의 절규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럼 너무 비참하잖아) 에밀 졸라의 그 습하고 탁한 현실....그래 그럴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의 모습일지니.

  

그래서 더욱 바보 같지만 잠시 상상만 해 본다. 

 결혼이 계약제라면 어떨까 싶은 상상 말이다. 물론 문화와 세계관에 따라서 결혼과 사랑에 대한 시선과 실천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 만큼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니깐. 그치만 변하지 않은 신기한 이론 하나는, 한 사람을 바라보기로 결심한 그 사랑이라는 것이 겉으론 맹세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삶은 지치고 감정은 메말라간다는 것.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고 믿어서 행했지만, 그 이후의 생활의 동력은 비단 사랑만 먹고 사는 순진무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해야 한다고 해지는 게 아니다.

 사랑이라는 게 사실, 내 안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또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은 종종 내 것이 아닐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 마음이라는 녀석이 때때로, 아니 사랑을 하면 꽤나 자주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멈춰’ 라고 말을 해도 이미 심장은 더 멀리
상대의 가슴 앞으로 나아가 있는 게 바로 사랑이니깐. 

 

소유를 넘어선 무소유의 사랑   

 사랑은 흔히 소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정확한 사실이고 진실이 될 수 있다고 본다.왜? 서로 더 나누어 주려 한다면 애초에 소유라는 개념 따위는 있을 수 없을 테니깐. 무소유란 어쩌면 가져도 자유롭고 가지지 않아도 자유로운 것인데, 이 무소유의 마음이 기반이 된 사랑은 그래서 튼튼하고 흔들림이 없다.  


 

따로 또 같이,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 준다면 더 튼튼해 질 수 있는 사랑!


 소유란 어찌 보면 집착의 마음일 수 있다. 사랑의 마침표를 찍기 싫어하는 그 뜨거운 마음.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태어나면 죽는다는 진실을. 그러니 사랑도 처음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다. 우린 그 끝이 있음을 알고서도 사랑을 한다. 사랑에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끝을 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사랑을 행하겠고 말이다. 솔직하게 자유롭게 그렇게 진실되게 정직하게 말이다.   


성숙해지면 소유욕을 초월하게 되고 질투는 어른들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그렇다면 난 아직 아기다. 그것도 꽤 진상 아기.... (오늘은 토라짐의 날로!) 성숙한 사람은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나와 그이 사이에 두 사람이 더 있다. 

 나보다도 더 가까이 그이의 곁에서 그를 웃게 만들어 주는 두 남자, 나의 쌍둥이 아들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그에게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내 사랑의 현재 모습이다. 옆에 앉아 있지만 여전히 옆모습만 보여 주는 나의 참 현실. 앞모습은 이미 뺏긴지 오래된 사랑의 시간들. 쉴새 없이 주고 받는 애정 어린 눈빛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있는 힘껏 사랑하려 한다.


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의 에너지는 ‘사랑’하는 것일 테니깐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로맨티스트가 된 건지, 아이를 낳고 나서도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니 참....그저 웃지요 ㅋㅋ

 

 오늘도 결론이 나지 않은 '사랑'이야기였다. 그치만 그래서 참 사랑을 생각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엔돌핀이 돈다고나 해야 할까. 그 사랑이 비록 '낭만적 연애 그 후의 일상'의 탁함을 겪고 있을지언정. 매 시간이 탁한 것도 아니고, 기쁘지 않은 건 또 아닐테니깐. 지금의 바람은 그저 이것! 


별 일 크게 일어나지 않고, 되도록 오래 오래 보고 싶다.
나의 현재 사랑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단지 그것일 뿐. 
우리 오래 오래 보자. 오래 보아야 예쁘다잖아...!

나 좀 예쁘게 봐 주시는 걸로. 

결혼이 마냥 '에밀 졸라나 제인오스틴'이라는 건 아니예요.
때론 쌩떽쥐베리 처럼 아름다워요~ (라고 일단 뒷수습! 하 오늘 글은 좀 거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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