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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23. 2017

이성과 감성

이성과 감성, 둘 다 내 마음이다

말이 필요 없는 '제인 오스틴' 

 오늘따라 고전을 이야기 해 보고 싶어진다. '나 왜 살지' '사랑이 밥 멕여 주냐' 라는 식의 참 엉뚱한 질문들이 가끔 일상을 지내다가 퍼뜩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면 으례껏 옛 사람들의 발자취 혹은 그들의 가르침과 메시지를 책에서 훔쳐보고 싶은(?) 요상한 심리정도로 해 두자.

이성과 감성 (Sense and Sensibility) 제인오스틴, 민음사, 2006. 03. 25, p.519    

'이성과 감성'은 '오만과 편견'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제인오스틴의 처녀작이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그녀의 작품 앞에서 나는 이상하게 작아진다. 문장이 주는 촌철살인 언중유골,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솔직한 발칙함'을 엿볼 수 있다. 흔히들 문장이 주는 통찰과 시대 풍속을 고급지게 표현해 냈다고는 하나, 나는 그것보단 일단 우리들이 가진 마음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잘 담겨져 있는 작품이어서 사랑스럽다. 바로 내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깐.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의 작품을 끈덕지게 끝까지 자주 자주 완주해 내는 일일 지 모르겠다.   


오늘 이 문장

내가 만약 그분을 사랑한다면, 그 분이 그렇게 감성 없이 읽는 것을 들으면 내 속은 다 터지고 말았을걸. 엄마. 세상을 알면 알수록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영 못 만날 거라는 생각만 더 들어요.
원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정말 모든 게 이상해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가버리다니.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인 것만 같아요.
어젯밤에 우리하고 있었을 때 그렇게 행복하고 즐겁고 다정했잖아요?
그런데 겨우 십 분 통지를 하고선….돌아올 기약도 없이 가버리다니!   
마음 속에서 천 가지 질문이 솟아올랐지만, 단 하나도 입에 올리지 못하였다.             


 ‘이성과 감성’ 이야기다. 

 여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자매로 설정되어 있는 여 주인공 엘리너와 메리앤의 이야기이고. 언니인 엘리너는 이성에 치우쳐 있는, 그리고 동생 메리앤은 감성에 치우쳐 있는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쯤으로 해 두자.   


내 안엔 엘리너와 메리앤이 둘 다 살고 계셔요~ 오늘은 메리앤이 (여전히) 강세인 걸로....! 


 사실 ‘쯤으로’해 두기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상과 이성과 감성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우리들의 발가벗겨진 자화상이 너무나 현실적이고도 지극히 아름다워서 줄거리를 감히 표현해내기도 미안할 정도지만. 최소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좀 더 다가가고 싶은 누군가라면 추천 필독 라이킷 꾸욱 눌러본다.     


이성이 좋을까 감성이 좋을까.   

 정답 없는 질문을 괜히 했다 싶지만, 최소한 제인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을 읽고 있으면 그 두 가지의 인간성이 어느 하나에 치우쳐 있다면 행복하지 않다는 건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작가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의 양면을 인간이 모두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 받아들였고, 특히 그것이 우리 생애에 가장 큰 화두인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놓고 보자면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게 바로 우리들의 마음의 지극히 솔직한 면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성적인 남자와 감성적인 여자   

 남편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 반면 나는 감성이 농후하고 그 농후함이 질퍽해 져서 눈물도 참 잦은 여자였다. 반대라면 어땠을까 요즘은 가끔 생각해 본다. 아마 그럼 더 못살았을 지도! (ㅎㅎ)

'였다'라고 잠시 과거형으로 말하고도 싶은 건, 아이를 둘 낳고 (그것도 아들만 둘) 기르다 보니 어느새 여전사가 때로 되어감을 문득 문득 소스라치게 느껴지곤 하니깐!


 이성과 감성은 서로 끌어 당기는 자석처럼 그렇게 상대에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묘한 매력에 심취하게 된다. 우리도 그랬다. 사랑해서 연애 하고 결혼까지 일단락(?) 지어낸 우리 부부. 그 후? ‘낭만적 결혼과 그 후의 빡셈’ 정도로 해 두자. (훗) 다만 이성과 감성이 어느 하나로 쏠림 현상이 이루어지게 되면 비극적인 결말이 있을 뿐이라는 건, 일상을 흘러 감에 있어서 우리는 자주자주 경험하니깐.


결국 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랑에 상처를 받고도 사태를 냉정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고통을 속으로 삭이는 언니 엘리너가 이성적인 나의 남편이라면, 이에 반해 상대의 변심을 알게 되면 흡사 망연자실하여 거의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절망에 빠지는 메리앤은 딱 나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사실 이성이란 게 존재할 까 싶다. 그 둘을 제외하고 모든 게 흑백처리 될 테니깐. 역시 감성이 앞선다.사랑 앞에선...

 

 아니 사실은 제인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에 나오는 소설 속의 모든 주인공들의 성격이 우리가 지극히 마주하는 내 옆 사람들일 지 모르겠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과감히 행동하지 못하는 에드워드, 젊고 매력적이고 아름답지만 돈이라는 욕망에 심취되어 메리앤을 배신하는 월러비, 열정적이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묵묵히 매리앤을 기다리는 멋짐 매력으로 무장한 브랜던 대령, 마음이 원체 심약하고 팔랑귀라서 여기저기 찝쩍대는 대시우드가의 아들 존, 잔머리만 굴리며 돈만 밝히는 그의 아내 패니, 선한 오지랖이 넓어서 주위 모든 사람들의 근황에 호기심덩어리며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제닝스 부인, 겉으론 부드럽고 착해 보여도 속은 냉정하기 그지 없는 미들턴 등.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각각 다른 캐릭터이고 그들 모두 사실 다 내 옆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들도 모두 이성과 감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것들이 바깥으로 표출되는 건 제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특유의 개성과 기질일지니, 뭐가 나쁘고 좋은건 역시 없지만, 뭐 되도록 피해 끼치지 않고 좀 더 이타적이고 좀 더 사람이 사람에게 다정했으면 좋겠다. 그런 다정한 사람들이 모인 세상이 좀 덜 팍팍했음 좋겠고.


반반은 힘들다.   

 이성과 감성, 반반 치킨처럼 ‘그 감정 내놔’ 라고 해서 그것이 턱 하고 제 상황들에 맞게 현실 세상에 꺼내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만. 세상에 그런 인간이 몇이나 될까 싶다.


 때로는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결단력 있는 이성이 필요하나 툭 하고 감성이 튀어 나오고. 혹은 위로와 공감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성이 필요하나 정작 무표정으로 관심 없다는 투의 이성이 턱 하고 나오게 될 때도 있고. 책임감 없는 게 아니라 우리 감정이라는 게 우리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일 지니.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 건 없는 듯싶다. 그저 반반이 힘들 뿐. 다만 그 반반을 최대한 갖고서 살면 덜 흔들리고 더 행복해 질 거라는 막연한 예측 정도?   


비록 바람에 흔들리는 깃털같은 존재일지라도, 소신껏 그렇게 살아내면 된다.


오늘따라 ‘더’ 감성적이다.   

 아이가 아픈 날일 때면 지극히 날이 서지고 예민해진다. 오늘따라 더 그렇다. 그럼에도 이성의 표정으로 무장하고 출근을 하려 버스를 탄다. 버스정류장까지는 좋았다. 꽤 이성적이었으니깐.


 귀에 이어폰을 끼는 순간 흘러 들어오는 음악 가사 한 마디에 문득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젠장. 감성이 돌아왔다. 그래도 이성을 되 찾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고 나의 잠시 흔들리는 일상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이성과 감성은 그래서 참 친구같이 붙어 있다 동전의 양면 같고 빛과 어둠 같은 것이랄까. 일상에서 매번 마주하게 되는 우리들의 소중한 감정이다.


이성이든 감성이든 빌어먹을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도 한 순간일 지 모르겠지만

 

 고맙다, 오늘의 이성과 감성 

 이성과 감성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내는 오늘에 그저 감사해 본다. 이성과 감성을 읽다 보면 정말 감칠맛이 났었던 것처럼, 나의 오늘도 좀 감칠맛 제대로 우려질 지언정 다만 너무 통속극으로도 너무 희극으로도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이 비록 이성에 치우치든 감성에 치우치든,
아니면 그 둘을 적절히 잘 조화를 이루어내든,
두 감정 모두 소중한 나의 것이다.
나의 마음이다. 당신의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이다.


 우리들의 마음 정도는 스스로 받아 들이며 오늘 우리들이 써 나가는 이야기를 되도록 행복한 이성과 감성으로 무장한 채 만들어 보기를. 그냥 사는 게 별반 다를 게 있나 싶어도 행복해지자는 의지가 강함과 그렇지 않은 오늘엔 분명 차이가 있을 테니깐. 


이성을 뚫고 들어오는 감성이든, 감성을 뚫고 들어와야 하는 이성이든, 둘 다 내 마음이다. 그 두 개가 잘 어우러져 삶의 멋진 풍경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나 오늘 뭐라니ㅠ)



이성적인 당신에게 감성적인 내가 다가가고 있으니, 우린 그래서 결국 서로를 절대 놓치지 않죠 :)
오늘도 있는 힘껏 사랑하려는 애미와 아내, 그리고 여자의 이성과 감성으로 무장하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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