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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27. 2017

캐빈 폰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한 권의 멋진 책을 선물 받았다. 

 공간 브랜딩과 건축,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았던 탓일까. 자연의 녹색 싱그러움과 왠지 모를 편안함, 그리고 단단한 커버페이지에서부터, 책 안에 담겨 있을 자연 속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캐빈 폰 (Cabin Porn,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자크 클라인, 스티븐 렉카르트, 노아 칼리나, 판미동, 2017. 08 16, p.340   


오늘의 문장 

스틸이 콘크리트에게 이런 말을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좋아, 우리는 서로 재질이 다르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어.'


자연 속 사람 사는 이야기 

 캐빈 폰은 전 세계 각기 다른 자연환경 속에서 자신이 꿈꿔 온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읽어 내려가면서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역시, 저자의 문체와 생동감 넘치는 녹색과 자연의 컬러로 가득한 생생한 사진들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일 지 모르겠다.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비메오(vimeo)’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이들에게 DIY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의 CEO이기도 한 저자가 약 200여 개의 통나무집에 관한 사진과 그와 관련된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나만의, 내 집 만들기

 정형화된 아파트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최근 아니 요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내 집 만들기, 주택 짓기’ 에 대한 붐이 한창일 테다. 나 또한 아파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부터 단독주택에서 살게 되었지만 (독특한 개인 사연 탓도 있지만) 


그래서일까. 집과 공간, 건축에 대한 ‘좀 더 멋진 집, 나은 집’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요즘 들어 뭔가 집과 공간에 대해 그간 허영심과 욕심이 지나쳤던, 꽤 잘못된 생각을 했었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든다.   


 집이란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늘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과 생활 터전, 건축과 그 공간 안에서의 삶을 생각하자면 현대인의 로망을 자극시키는 멋지고 커다란 정원, 높은 천장의 넓은 거실과 복층의 럭셔리한 인테리어, 사실 그런 것들은 아무 소용 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 구상하는 나의 공간은 여전히 그와 흡사할 지 모르겠다)   


 각자가 추구하는 삶과 그 삶을 사는 공간과 건축의 꿈꾸는 형태는 매우 다양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집에 대한 정답은 없다. 최소한 ‘캐빈 폰’에서 보여지는 삶의 이야기들은 기존의 통념과 상식에 반하는 것들이 대다수로 보인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서 자연 그 야생의 삶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떠나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냥 자연에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그 멋진 풍경을 함께 보고 싶어질 때가 있는 날..

 

사실 이런 삶을 살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다.

 자연 속에 완전히 동화 되어 오두막집을 짓고 마치 소로우의 '월든'과 같은 삶을 산다는 건 그저 비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저 아직은 ‘동화’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솔직한 입장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해는 간다. 아니 그러고 싶어 진다.


기회와 시간, 용기만 좀 더 강하게 마음에 생기게 된다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고요한 은신처에서의 삶을 상상해 본다..


 그 곳에서 지인들을 초대하고 좋은 인연들과 꾸준히 연결된 삶을 유지 시켜 가는 나의 사랑하는 공간을 잠시 꿈꿔 본다. 공간과 건축의 최고의 인테리어는 어쩌면 ‘자연’그 자체의 풍경이 될 지 모를 테니깐. 자연과 어우러진 나의 집...몇 십년 후의 사랑하는 나의 그와, 훌쩍 커 버렸을 나의 두 아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한데 모여 있을 그 공간에서 다시 이 책을 펼쳐 보게 되면 왠지 모를 멋진 자신감이 새삼 솟구쳐 오를 지 모르겠다. 해냈다는 자신감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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