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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16. 201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의 연애 소설

 소재가 좀 통속적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작가 공지영에 푹 빠져 지냈던 때 나오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린 책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또한 '사랑의 기초'와 같이,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라는 두 국적이 다른 남녀 작가의 시선에 따라 두 권의 책으로 분리되어 만들어졌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소담, 2013. 11. 1, 800p

 

 한국 여자 최홍과 일본 남자 준고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을 시작했고, 그 시간들이 무르익어 가다가 서로 다른 생각과 현실에 차츰 지쳐 가는 두 사람은 감정의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헤어진다. 그로부터 7년 후 김포 공항, 그곳에서 기적인지 우연인지 모를 뜻밖의 만남으로 다시 이야기는 흘러 나간다.


 그저 그런 연애 소설이 주는 촉촉하고 말랑말랑 하고 농후해서 마음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진 않은 듯하다. 사랑의 진행 과정, 그리고 그 후에 남겨지는 각자의 시선에서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어떤 생각할 여운을 남겨 주니깐 말이다. 이 책 그래서 살포시 추천한다. ‘사랑’에 대해 좀 가볍게 그렇지만 꽤 진지하게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다면.   


오늘의 문장 

여자의 시선)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 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 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히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그때 내 처지가 어떨지, 혹은 그를 향한 자세가 어떨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번 심어진 사랑의 구근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 싹을 내밀 것이다.
남자의 시선)

세상은 하루하루, 아니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안정된 것들도 모래산 위에 꽂은 깃발처럼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것이 아닐까
나와 홍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날 둘의 행복에는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때 생긴 것인지, 그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

사소한 한마디, 별 뜻 없이 한 말이 그 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아무도 그것이 심각한 줄을 모른다.


After love

 눈을 감아보자.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 오늘을 사는 당신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리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자 사랑의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떠올려 보자.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혹은 사랑의 대상을. 그건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찾는 ‘사랑’ 그 자체일지 모른다. 비록 기억하지 못할 뿐.   


 그, 혹은 그녀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나는, 우리는, 당신은 행복하다. 그것이 스스로 참된 진정으로 진실된 사랑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반대로 그 사랑이 떠나갔을 때도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랑 후에 우리 곁에 남는 건 과연 뭘까.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상실이라는 슬픔 혹은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이나 뒤늦은 후회 혹은 그리움 그 어디쯤일지 모르겠다. 


나의 또 다른 사랑의 단상, 집착   

 당신은 집착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박수를. 난 한번 사랑에 빠지면 집착도 서슴지 않았다. 참 집요했다. 그것이야 말고 너무 순수해서, 내 사랑인 줄 믿는 마음이 커다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삐뚤어진 용기일지 모를 테니 우선 박수로 응원과 위로를 동시에 보내련다.   


 내 사람이어야 했고 영원히 내 사랑이 될 줄 믿으니깐. 

 사실 뭐 예나 지금이나 관심거리나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을 향한 나의 꽤나 끈질긴 집착은 크게 변함이 없다. 시간이 흘러 단지 그 집착을 꽤 건강하게 순화시킬 수 있는 어른의 깡다구 정도가 붙었다는 정도가 변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나의 또 다른 사랑의 단상이었다. ‘집착’ 말이다.   


 헌데 그 집착이라는 놈이 도대체가 우리들의 정신 건강에 나쁜 이유는 바로 나를 헤치기 때문이다. 감히 장담할 수 있다. 나도 스스로를 헤쳐봤었으니깐. 어느 소설가의 말을 빌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고는 하나, 그럼에도 그 파괴력이 거대해지면 인생을 송 구리 째 앗아갈지도 모를 일이니, 그러기엔 우리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러니 집착이란 되도록 그 누구도 헤치지 않는 선에서의 건강한 것이어야 한다. 건강하셔야 한다. 그래야 집착도 병이 되지 않는다. 생기 있는 건강한 삶을 향한 사랑을 향한 집착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사랑을 있는 힘껏 할 수 있는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대한 용기도 되고 말이다. 건강한 집착은 그래서 찬성하는 편이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더더욱 역설적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서로 집착하면서 사랑해 봐요’라고   


온 세상이 나 보다 상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될 정도의 사랑, 그 사랑의 크기가 무거운 만큼 진솔해 지는 게 사랑아닐까


 그러나 역시 조심해야 할 것 하나. 사랑이 떠난 후에 상대방을 향한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마음이 집착이 되지 않기를 부디 바란다. 그 집착은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어느새 갉아먹고 있을 테니깐.   


사랑할 때 남겨지는 것들   

 사랑의 대상이 어떤 목표나 직업적인 소명이 아닌 ‘사람’에 국한되어 생각을 한번 해 보자. 단순히 남녀 사이의 아니 사람 사이의 사랑 말이다.


사랑에는 국경도 이성도 초월한다고 믿는 나이기에 일단 그렇게 정의해 보는 걸로


 그 혹은 그녀에게서 만져졌던 몸의 뜨거운 체온을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땀과 냄새가 섞이고 배어 있는 그 몸 그대로 가능한 오래 남겨 두고 싶은 사랑의 마음을 말이다. 물론 이건 비단 남녀 사이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아기들의 보드라운 살결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 서로가 안아 주었을 때 몸과 몸이 밀착되어 있는 그 감정 교류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그 보드라움이, 그 매만져지는 살가움과 간질거리는 사랑이 너무나 좋아서. 사랑할 때 우리에게 남겨지는 그 각인된 선명한 사랑의 기억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계속 갈구하고 찾고 사랑받으려고 그렇게 애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애미의 사랑도, 이렇게 아낌없이 또 다시 줄 수 있을 줄이야. 새삼 깨닫고 있어.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사랑이 떠나려 할 때   

 그런데 그 사랑이 지금 떠나려 한다. 아니 떠났다고 가정해 보자.

 되돌려 보려고 해도 서로 모른 척하고 싶은, 하게 되는 마음이 남는다. 이제 와서 되돌리려 해 봤자 소용없는 부질없는 짓이다. 깨진 그릇이 다시 붙여진다고 해도 금이 가 있는 그 자국은 이미 선명히 남을 테니깐.


 사랑이 그렇게 떠나려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let 의 마음으로, 놓아주는 것 내려놓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겠지만, 반대로 자꾸 내려놓으려 할수록 집착만 더한다. 그게 사람 심리 아닌가.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어 지는 마음 말이다.


 그러니 떠나려 하는 사랑이라면 마음을 조금만 단디 먹고 내려놓으려고도 잡으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는’ 마음이 더 필요한 듯싶다. 오래 살아본 건 절대 아니지만, 지금까지 몇 번의 사랑을 거쳐 한 사람에게 정착(?)이라는 걸 하고 가정이라는 또 다른 사랑의 형태를 꾸려 나가 보니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단지 지켜보려 하는 그 마음이야 말로 사랑이 떠나려 할 때 내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냥 지켜보면서 흘러가는거야. 시린 마음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말이지. 그러다 보면 또 새로운 것들이 보이게 되거든..


사랑, 그 후의 이야기   

 사랑이 지나간 그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고? 사실 낸들 알겠나. 말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낸들 내 마음이 어디로 갈지 내일 어떤 시간들을 살 것이라고 아무리 다짐한 들 매 시간 매 순간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찌 예측할 수 있겠는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두 주인공 최홍과 준고 처럼.      


 하물며 그렇게나 사랑했는데. 아니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데, 그 사랑이 희미해지고 다른 사랑의 형태로 변모되는 시간을 겪다 보면, 도대체 사랑 그 후의 남겨진 마음의 정체를 낸들 알겠느냐는 말이다. 그렇지만 하나는 분명한 듯싶다.


 사랑. 그 후에 내가 만들, 당신이 만들 또 다른 이야기는 새롭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사랑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들 스스로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정말 인 것 같다. 아직 확실히 ‘정말이다’라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 꽤 아프니깐 말이다. 사랑 그 후의 시간들을 견디는 매 순간이 아팠을 테니깐.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아픔도 조금씩 무뎌진다.

 더군다나 이대로 사랑이 끝났다고 멈추지 않고 몇 번이라도 스스로 외칠 수 있는 사람은 그 아픔의 회복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스스로 조차 믿을 수 없도록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 본 사람은 더 잘할 수 있다. 그만한 마음의 에너지가 잠들어 있기 때문에. 부디 그 에너지의 대부분이 지금껏 사랑의 대상을 향해 있는 힘껏 뿜어 냈다면, 이제 그 사랑의 대상이 잠시 조용해졌다고 해서 그 에너지가 사라진 게 아니니 부디 그걸 ‘myself’에 돌려 보시기를 감히 추천해 본다. 그러면 소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적이라는 게 펼쳐지니깐 말이다.   


그런 적이 있었어.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끌려 오게 되는 기적과의 만남.. 그게 바로 우리 삶 아닐까 싶어 


우리의 오늘도 한 편의 연애소설이다.   

  나도 지독한 사랑을 겪었었고,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어리고 어렸던, 그때의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었던 참 성숙하지 못했던 사랑을 향했던 우리들의 모습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면, 그 날것의 그리움과 고통, 애틋함으로 가득 차서 열병을 앓는 기분이 들 정도로 사랑했다면, 그 결과야 어찌 됐든, 추억으로 남았던 그 시간들을 고귀하게 마음에 간직해 보자. 두고두고 꺼내보면 힘이 나는 기억이 될 테니깐.  


 한 편의 연애소설의 기-승을 거쳐 전으로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 나의 지금 사랑이라면, 또 궁금해진다. 당신의 지금 사랑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연애소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팍팍한 다큐가 팩트 일지 몰라도  사실 그 안에는 사랑이 곳곳에 살아 숨 쉬니깐.

그 숨겨진 사랑을 바깥으로 꺼내서 우리 개개인은 모두 연애소설을 쓰고 있다.
그러니 우린 모두 우리 삶의 작가이자 주인공으로 힘껏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 연애소설 안의 등장인물들은 사랑에 빠지면 가장 인간적이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야말로 무방비한 인간 바닥의 모습을 꽤나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게 사랑의 진짜 숨겨진 속내일지 모르니깐 말이다. 상대를 사랑하는 만큼 속수무책으로 약해질 수 있는 게 우리들이고 그런 우리들은 꽤나 사랑스럽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니깐....!  


금방이라도 풍덩 빠져버릴 것 같아도 사실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 정말... 바다를 건널 수 있을 것 같은 대담한 용기 말이야.

 

오늘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마음껏 발산해 보자. 

 우리들이 오늘 써 내려가는 연애 소설이 비록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을지 언정,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는 연애 소설이라는 역전의 대 반전 또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 테니깐.   


부디 당신의 나의, 그의, 그녀의 사랑이 지금 함께 하기를,
그리고 그 사랑이 되도록 안녕하기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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