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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n 04. 2019

나이 듦의 심리학

나이 듦의 그 찬란한 여정에 서 있는 당신, 당신의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 나이 듦의 심리학 - 





솔직히 조금 놀랐다. 

젠더 구분에 폐쇄적인 국가의 역사를 가진 건 동아시아 내 일본이나 한국이나 엇비슷하다고는 느꼈으나, 여전히도 어떤 면에서의 성 구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은연중에 느끼게 될 때. 그러므로 인한 불편함이 어색함이 읽는 내내 공존했던 것은 '여성'의 위치가 만약 기혼이라면 여전히 '남편'의 정년과 위치를 같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식의 문장이 잠시 보여서였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아니면 나이 듦의 심리학이 '여성'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젠더 불문 인간 총체적인 면에서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대처법(?)이라도 크게 바랐기 때문에, 외려 그 커다란 바람으로 인한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고.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가야마 리카, 수카, 2019. 06. 03, p. 240



책은 여성을 기준으로 여자의 일, 정년, 그리고 연애, 나아가 관계, 건강, 주거 문제에 이르기까지. 

마치 여자 나이 듦 생활 백서(?)와 같은 느낌으로 저자의 경험담과 삶의 가치관을 말하고 있다. 읽으면서 여자의 정년 = 남편의 정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약간은 안타깝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을 냉정하게 파헤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별로 당황스러울 것 없이 그럼에도 다만 정년이 다가와도 그 시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은 '나만의 것'을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가치관이 상냥히 담아져 있다. 공감하는 바이나, 다만 '나의 것'을 찾기 이전에 내 삶이 노년에 어떤 방향으로 흐르면 좋겠다는 좀 더 커다란 시점에서의 '나만의 기준' 은 필요해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내가 바라는 삶' 이 흔히 타인의 기준과 타인의 욕망 하에 맞춰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용 중 좀 더 여실히 공감했던 부분은  '연애'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사실 젠더 불문, 비단 여성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고 모든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진 총체적인 욕망이 아닐까 싶다. 즉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인지라, 이는 노년의 어떤 우울감을 상쇄시켜줄 수 있는 도구이면서도 현실에서 그리 쉽게 얻지도 못하는 - 더군다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서 - 아이러니한 솔루션(?) 이 아닐 수 없겠다.



"지구 상에 나를 이성으로 대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자신감과 자존감을 서서히 잃게 만든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고 싶은 우리는 어떤 길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 좋을까."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 한 존재가 되어 늙어가고 싶은 건 아닐까. 

나이 들어가면서 그 삶이 되도록 우울감보다는 활력이 살아있고, 서서히 죽어 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되려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 흐르는 시간을 만끽하려면  '관계'에서 나오는 어떤 충족감, 만족감, 자신감과 더불어 자존감이라는 게 여전히 남아있는 삶이 '잘' 나이 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은 빛이 가슴속에서 빛난다. 아직 이 세상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 "



시드는 걸 아는 꽃의 말미는 아름답지 않을까. 



더군다나 인생이라는 레이스의 마지막 문턱 (죽음이 아닐까 싶다만)에서 '잘 살았다'라고. 

회고를 남길 수 있으려면 그것은 결국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 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자각하여 생 말미의 어떤 '준비'를 현실적으로 해나가면서 동시에 버릴 건 버리고 갖출 건 갖추는 시간을 계속 쌓아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쓰다 보니 마음이 헛나 가고 있다... 갈피를 못 잡아서 일단 중지) 



나이 든다는 것은 시간을 직면하는 일이라고 한다. 

주어진 시간과 삶이 유한하다는 것. 이게 누군가에게 슬픔을 작용되는 반면, 또한 어떤 '해방'의 가능성을 준다고 한다. 예컨대 젊은 시절에 아등바등했던 그 문젯거리들은 나이들 수록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의 넓은 이해의 수용 감로 별게 아닌 일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굳이 나쁜(?) 것이 절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삶의 지혜와 혜안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나이 듦은 분명 축복이다. 문제는 그 축복을 만들면서 나이 들어가지 않는 삶일 뿐... 나이는 그래서 때론 숫자에 불과하다. 결국 중요한 건 '생각'이다.



지나가고 흐르는 시간을 직면한다는 것, 그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대면할 용기..대할 용기. 



잘 늙는 법은 모르지만 앞으로의 남은 인생은 내 뜻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이 잘 엿보였던 한 편의 에세이이자 심리서인 '나이 듦의 심리학' 은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듦을 맞이하는 법에 대한 심리학 교수님의 다정한 위로와 동시에 일본 특유의 문화와 정서를 빗댄 경험담이 즐겁게 담겨 있었다. 



사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공감을 줄 수 없었던 건 

어쩌면 아직 (혹은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나 때문일지 모른다. 아직은 먼 미래 같기만 해서. 다만 '오늘'을 살아감에도 헉헉대는 터라. 여전히 양육의 부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내 일'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나는 노년에 가서 여전히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는 물리적 환경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혹은 하다못해 태어난 젠더적 인간의 욕망을 마음이 지닌 채 살아가는 탓에, 여전히도 미니스커트와 진한 장밋빛 립글로스와 10cm의 킬힐을 신고자 하는 (가끔 회사에서 그런 미친 짓(?)을 여전히 일삼고 있다만) 사람이어서. 



그래도 마음 한편에 '잘' 살아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어떤 최선을 다해보려 하는 요즘이 감사하다. 꽤 잘 나이 들고 있는 '것만 같아서'. 모호한 문장은 언젠가 뚜렷한 문장으로 변할 날도 있겠지 싶다. 



어떤 최선을 다해보고 있는 지금의 '나' 라면... 



점심 틈새 독서의 시간, 이런 나이 듦을 계속 유지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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