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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n 07. 2019

깃털 도둑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 깃털 도둑 -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만드는 이 책은. 

범죄 다큐멘터리를 다룬 팩트 소설. 결국 이렇게 서툰 정의를 내리고 만다.  '깃털 도둑' 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어느 젊은 플루이스트가 (에드윈)  영국의 박물관에서 새 가죽을 훔쳤던 걸 5년에 걸쳐 추적하고 마는 저자의 에세이다. 



깃털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흐름출판, 2019 05 03, p. 428



저자는 새의 깃털을 낚시에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인 플라이 훅(타잉)을 만들기 위해 박물관을 찾던 중, 새의 깃털을 훔쳐 달아난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한데 이 단순한 인간의 호기심에서 빙하의 일각 같은 사건의 전말을 장장 5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추적을 하게 되며 수많은 관련 사람들을 만나고 해당 사건을 접하고 실제 깃털 도둑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어떤 '집착'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기 전후의 어떤 인간이 가진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욕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얼핏 이렇게 줄거리만 드러내고 보면 한 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이는 팩트이고 한 편의 사건을 분명히 다루고 있다. 출판사도 그리고 심지어는 이 책의 역자 및 추천서를 써 준 소설가의 말처럼 '도서관 사서가 이 책의 분류를 할 때 고생깨나 할 것' 같다고 했던 이유는 어떠면 '생생한 대화'와 '묘사' 때문일지 모르겠다. 약간 엇나가는 이야기일 수 있으나, 이 책이 매력적이고 또 많은 인기를 끌었던 건 분명 저자가 가진 '필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문장에서도 필력을 가진 라이터들은 결국 자신만의 문체와 감성을 가지고 글을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글쟁이'의 시선으로 읽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질투를 내비칠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가진 이야기를 이끄는 힘, 그 '필력' 때문에....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깃털 도둑'에는 분명 아름다움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자연 파괴 현상에 대해 우리에게 사색해볼 수 있게 만드는 메시지를 많이 담아내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시대에 현존하는 지금도 곳곳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눈여겨보면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수백 개의 새 가죽과 깃털을 훔치고도 깃털 도둑은 집행유예 12개월을 선고받는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명목 하에 법망을 쉽게 빠져나간 에드윈 (깃털 도둑)과 플라잉 타이를 만드는 이들과 그 사람들을 이용하는 뒤 단의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을 보이고 마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의 행태를 이야기 속에서 가만 살펴보고 있자니 결국 '범죄'를 행하고 마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 그리고 무서움을 엿볼 수 있었다. 



때론 훔치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살면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도덕적으로 외면하기도 한다... 



"어떤 단어들은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아요. 아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할 때 도둑은 강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남의 주머니를 슬쩍하는 사람이죠. 다음 날 다시 거기로 가서 또 다른 타깃을 찾고요. 아니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도둑이라고 생각해요. 



야생동물 밀렵부터 시작해서 여전히 수입 유통되고 있는 동물 가죽들의 밀수업들

간이 어떻게 자연과 생명체들을 처참하게 이용하고 그걸 이용한 '자본'과 '사이익'을 취득하려 하는지를. 그리고 그런 '사업' 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밀수되는 동물들의 가죽들이 그 증거겠다. 따지고 보면 깃털이라고 별반 다르겠는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한 그 시대 여성들의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가 그렇게 패션 업을 선도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이익' 그리고 '탐욕'을 결국 찾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있지 않고서야... 



사실 깃털이 '행운'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오늘도 비 오는 길을 뚫고 좋은 사람들과 빵집에 가기 위해 길을 가던 중에 길바닥에 떨어진 새의 깃털을 보고 '럭키'를 외치고 말았다. 이런 나도 어쩌면 어떤 '욕망'과 '탐욕' 혹은 스스로 규정한 '깃털 = 나의 행운'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서 사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적잖은 반성(?)을 해 보기도 하며. 




내 핸드폰 커버 앞에는 연홍색 따오기의 깃털이 들어가 있다. 바닥에서 주웠던 그 깃털을 너무 갖고 싶어서.. 버려진 깃털을 주웠던 그 마음이 떠올랐다. 나도 영락없는 인간일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더군다나 인간과 '언어적' 소통을 하지 못하는 죽어 나간 수천수백 마리의 깃털을 가지고 태어난 죄 하나로 그 생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새들... 그냥 안타깝고 뭐랄까, 생이 한 번 더 겸허해진다. 



나의 편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이고 또 희생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다시금 마음에 되새겨보면서... 




이런 상세 설명 페이지 덕분에 이 책, 더 매력적이었고. 



깃털이 좋다... 나는 그래도 여전히 깃털이 너무 반가웠다. 이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행운을 발견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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