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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n 10. 2019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친애하는 나의 당신.... 엄마. 

용서하거나 용서하지 않거나, 그런 게 어디 있어. 엄마는 앞으로도 내 엄마인걸.

그러니까 이제, 울지 말아요.


-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 나의 딸이기를.

사실은.... 어떤 문장이 '나'와 '엄마'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 싶지만. 결론은 이 문장에 담긴 마음밖에 남지 않았다. 어제도 오늘처럼, 그리고 아마 내일도 나는 그러할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는 내내 '엄마'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그렇게 깊이 있는 무게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설' 한 편 덕분에 '친애하는 나의 당신'인 엄마를 회자해본다. 도돌이표처럼. 늘 그러하듯이. 어떤 순간들이 삶에서 불어닥치고 말았을 땐 더더욱.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놀, 2019.05.29. p. 282


표지가 이야기를 따라오지 못해서 조금은 아쉽다. 

                               


천재 작가란다. 최연소 천재 작가의 경이로운 데뷔작.

띠지에 적혀있는 '스즈키 루리가'라는 이름을 곱씹어 본다.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고 감회도 이야기의 제목과 내용을 읽는 내내 '천재 작가 일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들을 찾아내 본다. 사실은 이런 글감과 소재를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해 나가는 것들에 있어서 팩트든 허구이든 '감동'을 전하기가 어려우면서도 쉬울 수도 있는데, 그 쉽고도 어려운 것을 글로 결국 풀어내는 이 어린 작가는 다시금 알게 해 준다. 글에는 나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에는 나이도 성별도 어떤 가치관과 국경의 경계도 모조리 허물을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속지 속의 두 여자가 읽고 마시는 그 시간이 조금은 편안하기를..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자면.

그냥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좀 더 좁혀서 이야기하자면 '엄마만 지닌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딸, 하나미가 엄마를 바라보는, 그리고 하나미 주변의 교우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정도랄까. 주인공의 엄마는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한다. 타고난 젠더가 여성인 엄마임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한다. 그리고 돈을 아낀다. 언제나 반값 스티커가 붙은 식료품이 주식이지만, 그 반값 스티커에 '감사' 할 줄 아는 하나미의 엄마. 속옷 하나 살 줄 모르고 사실은 속옷 따위(?)에 돈을 쓰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며 자라온 그 엄마... 제일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도저히 모르겠을 그런 엄마..



"엄마는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 도로포장이나 집을 해체하는 일도 한다. 여자 직원은 엄마 말고 없다. 굉장한 중노동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언제부터 했는지, 다른 일을 한 적은 없는지 전혀 모른다. 나와 제일 가까우면서도 알쏭달쏭 한 사람이다. "



엄마를 바라는 하나미의 마음은 석연치 않다.

길가에 떨어진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감사해하면서 주워 먹는 엄마마저도. 그래도 하나미에게 그런 엄마는 엄마다. 그녀는 그런 엄마를 조금씩 인정한다. 아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결국 '가족'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먹을 것에 한해서는 먹보나 식탐 수준을 넘어 이상할 정도로 집착이 강하다. 엄마를 보고 있으면 먹는 게 곧 사는 것이라고 절절하게 느낀다. 어쨌든 뭐든 잘 먹는다. 그런데 체질인지 비쩍 말랐다. "



아빠의 존재에 대해서도 묻곤 하지만 그때마다 에두르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 엄마를 이해하고 마는 하나미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말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진실을 전부 아는 것이 꼭 좋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알아버리면 알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요."



세상에 '엄마' 없이 태어난 이들은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들에겐 '엄마'가 필요하다. 


그녀는 사랑한다. 그녀의 단 하나뿐인 그녀를..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가는 흔해 빠진 시간조차도 고민이라는 것을 해야 마땅한 세계에 살고 있는 하나미에게 어쩌면 '돈' 이란 결국 그녀가 엄마에게 가장 해 주고 싶었던...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내가... 그 어리석었던 그 시절의 내가 나의 엄마를 보며 '돈'을 주고 싶었던 그 몇십 년 전의 마음과 비슷한 사랑... 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나는 아마 지금 일본에서 가장 돈에 집착하는 초등학생 일 거다.... (중략)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돈을 벌 수 있는 어른이. 그러면 엄마를 드리밍 랜드에 데리고 가야지. 그때는 오늘을 떠올리고 또 웃어줄 테다."




사랑스러운 여자의 심성을 가지고 있는 엄마와 딸은.

결국 이런 생각으로 오늘이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걱정이 되지 않는다. 아니 비록 소설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오늘이라는 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상쾌한 생각을.. 여전히 간직하고 산다면, 궂은일이 닥쳐도 조금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테다.. 쉽지 않지만. 절대 쉽지 않지만 말이다.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가끔, 엄마에게 밥 대신에 꽃을 선물하고 싶은 순간이 더 잦아듭니다. 나이가 들 수록... 당신이 외면하고 살았던 그 '꽃'을..



못 다하는 말이 차고 또 오를 때

나는 편지를 쓰곤 했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몇십 통의 편지는 올해 오디오북으로 출간이 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조금은 더 편안하게 엄마를 대할 수 있을 때. 그제야 나는 그녀에게 그 목소리를 들려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나고 싶은 게 아니라,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 나의 '딸' 이 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던 나는. 오늘도 바보같이 그녀에게 마음으로 말을 건넸다.



엄마...

이혼을 생각 하든, 퇴사를 결심 하든, 도망을 치고 싶든, 글을 쓰든, 책을 읽든, 맛있는 음식을 먹든, 좋은 것을 보든, 슬픔과 외로움에 감정이 요동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든. 아이들을 돌보다 지쳐버리고 말든, 누군가와의 다툼에 서글퍼지든, 그리움에 북받쳐 여전히 울먹이든, 그 매 순간들에 나는 '당신'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그러하니 결국, 이번 생에 내가 당신을 '사랑' 하고 있다는 증거는 일상 곳곳에서 이렇게.

속속들이 감출 수 없이 터져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나는 그것을 이미 알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같이 밥을 먹는 시간이 잦지 못해서 늘 미안합니다. 그만큼 사랑.... 해요.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친애하는_나의_당신_엄마 

#다시_태어나면_내_딸_하는겁니다_그럴수만_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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