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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05. 2019

책이 말을 걸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자유, 책, 꽃 그리고 달만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는가


- 오스카 와일드 - 




눈을 떠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새벽 네 시, 월요일이 되어 있었다. 

'쉬는 일주일'이라는 명목 하에 짧으면서도 긴 휴가의 시간들을 지냈다. '가족 여행은 진짜 여행이 아니다' 라 했었던 오만방자한 생각에 약간의 좋은 변화가 있었다. 아이들의 재발견을 할 수 있었던 기쁨에 차고 넘쳤던 친밀한 시간들, 짧지만 농밀했던 부부의 대화 속 편안한 시간, 그리고... 휴가 중에 손에서 떼지 않았던 책과의 시간. 이 모든 시간들은 지방과 근교 여행 중에 일어났고, '집'이라는 공간 속 일상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꽃 피었다. 그렇다. '꽃'이라고 묘사한 이유는.... 이 시간들이 나로 하여금 새로운 '나'를 다시 빚어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일단 생각을 그리 해보기로 한다. 되도록 좋은 마음으로... 그래야 좋은 글도 나온다는 것을, 그리하여 '글감' 이 탄생한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깨달았기에. 



새벽 네 시에 눈을 뜨고 잠시 침묵을 행한다. 그리고 읽고 짧은 확언과 상상을 적는다. 습관은 반복된다. 

그렇게 다시 맞이하는 평일의 첫 시작, 월요일 새벽. 누군가의 톡 메시지를 보고 잠시 마음이 들떴다. 남의 글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좋은 응원이나 공유마저도 해 주시는 '글벗' 들을 발견하게 되면 더더욱.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벅차오름을 경험한다. 이런 시간들이 라이터들로 하여금 더 쓰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최근에 남긴 서평이 어딘가 노출이 되었고 반응이 꽤 좋았다는 걸, 나는 퇴고 한번 없이 업로드 한 글이었음에 뒤늦은 반성과 맞춤법 검사와 괜한 채찍질을 스스로 해보기도 한다. 



키보드에 손을 얹을 때, 유난히 떨리는 순간이 있다... 아마 '진짜 이야기' 를 쓰려는 이들만이 알 수 있을법한 어떤 묘한 감정들...



좀 더 잘 쓰고, 좀 더 많은 이야기와 만나고 싶다...라는 요즘의 욕심은 별책부록 같기만 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그는 알지 못할 것이라고. 내가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를. (사랑은 계좌라던데 돈을 주고 받을 정도의 인맥은 아마 평생 되지 못하니 다만 이렇게 기록으로 살포시 남겨볼 뿐) 그의 글에서 꽤 오래 전부터 매력을 느꼈던 나는 한번 쯤 꼭 책과 글을 통해 만나고 싶었다는 것을. 그렇게 책 모임을 통해 연결이 이루어지고 아울러 그의 '공유' 하고자 하는 그 대단치 않은 마음으로 시작된 어떤 움직임이, 오버 조금 곁들여 누군가로 하여금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쓰기로 그리고 읽기로,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한 단계 도약' 하려는 그 마음에 오아시스 가 되어 주기도 한다는 것을...



다소 진이 빠질듯한, 약간의 위기인 것 같은 몇 주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그를 포함하여 새로운 벗들을 맞이했다. 

함께 읽고 글로 나누는 벗들.. 그들은 나에게 3개월이라는 시한부 같은 한시적 관계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만난 지 겨우 세 번에 불과했음에도 뭐랄까. 스스로 신기할 정도로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음에, 설렘과 동시에 어떤 감동을 느낀다. '만남'이라는 것이 그토록 설렘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오래 잊고 산 사람 마냥... 이번 주는 특히 그랬다. 이상하게 그들이 그리워지더라. 그래서 내내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과 시간들이 내게도.. 주어졌다. 



대부분 혼자 읽는 시간에 그쳤는데, 역시 읽고 '함께 '나누는 기쁨도 상당하더라. 고맙기도..하고. 



그들을 만나러 가는 토요일 아침. 

부리나케 아침 집안일을 끝내 놓곤 집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아마 벗들은 모를 테다. 내가 얼마나 그들의 '자유'를 부러워하는지를. 물론 속사정을 다 꿰차지 못하지만 두 번을 만났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물리적인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던 그 반짝이던 미혼남녀들, 아울러 양육의 짐에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기혼자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에 비해 어떤 '악착같음'과 '끈질김' 이 없다면 따라가지 못할 것만 같았고, 여전히 그러하다.  

그래서 '악착같음' 을 지켜내는 중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그 대단치 않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지키기 힘들면서도 얼마나 열심히 지켜내려 해야만 '자유'와 '책'을 쟁취할 수 있는지를.  3개월의 격주 토요일 오전 2시간. 그 시간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리라는 어떤 비장한 마음... 아마 그들은 모를 테다. 웃으며 여유 있게 착석한 그 36세의 기혼녀가 사실은 얼마나 소란스러운 일상을 피해서 단비 같은 그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비장함과 더불어 고마움을 간직하며 그 시간을 흐르고 있는지를. 



열두 명의 '이야기'와 만나는 그 시간을 위해 나는 요즘 적잖은 수준의 책을 독파하는 중이다. 

'한 단계 도약' 하기로 약속한, 읽는 열두 명의 벗과의 만남을 위해, 미리 3개월간 정해둔 책을 읽어야 하는 과제가 매주 주어진다. 헌데 감사하게도 이 시간 덕분에 20대에만 손을 뻗었었지, 그 이후엔 그다지 큰 관심분야가 아니었던 장르의 책을 다시 열심히 줄곧 꿰차다 보니... 이상하게 그 싱싱하고 발칙한 꿈을 한껏 꾸었던 이십대...그 시기로 회귀하는 기분이다. 어느새 주어진 책 이외의 것들 마저도 손을 뻗어 읽고 있는 내가 있더라. 그리고... 책이 결국 내게 다시 말을 건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절대 주저하지 말라고. 지금 분주히 고군분투하다 울먹이기도 우울해하기도 하는 그 모습 조차 그대로 믿고 그냥 나아가라고... 이십대 때의 발칙한 꿈이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려 하는 것을 막지 말라고.  책을 읽는 시간을 일상에서 지켜내면서... 나는 알 수 없는 뭉클함에 다시금 발을 담그게 된다. 이십대의 꿈,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서른 살, 미국으로 돌연히 떠났던 그 뭉클한 기억과 그 마음처럼. 이 감정선이 다시 찾아온 서른 중반의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나는 지금 '한 단계 도약' 하는 시간을 지내고 있는 걸까... 잘은 모르겠다면 정말 그렇다면... 정말이지 나의 삶이 잠시의 퇴보가 아니라 (그렇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잦은 요즘이라) 결국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진보의 길을 걷고 있는 시간이라면... 




조용하지만 또 소란스러운 내면의 열정은 그렇게... 읽다가, 읽힌다. 스스로에게. 스스로가 지닌 마음 속 '삶' 이라는 책을. 



나는 오늘 읽은 것들을 기록하고 또다시 '내 이야기'로 재 탄생시켜내리라고.

기꺼이 따끔하고도 슬픈 일상의 단편들조차 맞이하고 또 지켜내리라고. 오늘 새벽에 책을 읽으며 한번 더 중얼거렸다. '작가'의 재능이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숱한 혼자만의 고독과 아픔의 시간 이후에 어떤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는 '습관'에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책과 이야기를 가로지르며 살아가다 보면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섞여 지극히 외로우면서도 또한 외롭지 않은 시간들의 굴레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리라. 



오늘, 열 두명의 벗들에게 어떤 '고마움' 과 8월의 시작, 오늘의 '안녕' 을 이곳에서 전해보며, 

스스로에게 묻고 또 확언해본다. 안의 영혼이 내게 다독이듯 말하는 한마디가 현실로 나타날 것일지도 모를 일이라며. 



'넌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야. 

이게 네 이야기에 푹 빠져든 귀한 누군가와의 맺는 특별한 계약이며, 

그렇게 읽고 쓰는 오늘의 너를 향한 부분적인 선물이 될 것이다...헤븐...' 




남몰래 읽고 쓴 그 시간이, 남에게 읽혀지는 순간, 반짝이는 내 안의 별이...다시금 뜨고 진다.. 






#선물_같은_시간   #씽큐베이션  #당신들께_고맙습니다   



우리들의 첫 만남, 나는 그 시간을 두고두고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이날 땀 범벅에 겨우 세이프했다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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