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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30. 2019

굿데이, 완전 괜찮은 당신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내 인생에 큰 구멍은 없고 나라는 특별한 퍼즐에 빠진 조각도 없다. 

나는 혼자로 충분한 독립체다. 어쨌거나 스스로에게 늘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지난밤에 나는 평생의 사랑을 찾았다. 무대로 걸어 나오는 그를 봤을 때 그냥 알았다. 


- 엘리너 올리펀트는 정말 괜찮아 - 





이 스코틀랜드 작가를 응원하고 싶었던 건 '나' 떄문이었으리라. 

여전히 '소설' 을 쓰려 하는 자꾸 감추어 두는 나 때문에.... 작가 또한 대학교에서 행정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마흔 생일을 앞두고 '소설을 써야겠어. '라고 결심했던 그 순간. 아마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삶에 조금 더 뜨거웠으리라. 일을 하고 틈틈이 원고를 쓰는 작가의 마음이란... 그래서 허구를 쓰는 이 소설 작가에게 조금은 더 충분한 공감을 주고 싶었던 건, 소설 중간중간 '엘리너'에 빙의된 글쓴이의 모습을 들켜버리고 마셨기에. 자신한테 선언하는 것만 같은 문장들 같아서. 그래서 나는 따라 읽고 말았다. 내게도 해주는 말. 어떤 응원을. 




그래도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그랬다. 사치스럽고 낭비겠지만. 

그러지 않을 이유는 또 뭔가? 

인생이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경계를 탐험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백지를 채워 나가는 기분이란..... 여전히 나를 설레게 만든다.




소설은 역시 '공감' 대를 자극하며 동시에 작가 특유의 '시크한 색깔' 이 돋보인다면... 

그렇게 눈길도 마음 길도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엘리너 올리펀트' 에 끌렸던 것처럼. 다소 고립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주인공은 따져 보면 하고 싶은 게 정말 없는 것도 아닐 테다. 단골의 가게를 만들고 싶어 하고 사랑 또한 하고 싶어 하는 여자. 그러나 무미건조했던 지금까지의 일상들. 한데 그 일상이 궤도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주인공에게 생기고 만. 다. 



그러나 은연중에 자리한 어떤 부족함 들, 결핍감들, 그로 인한 망설임들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던 걸까. 우리 주인공.... 만약 그녀가 내게 말을 건다면 이런 말을 나도 모르게 어느새 '젊꼰' 느낌으로 '지껄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인간 없고, 쳐다봄의 대상이라든지 관종이라든지 그런 면은 '나' 에게도 있는 면이고, 세상만사 요지경에 완벽히 '보이는' 인간이어도 실상 '허당' 구석 한두 개 달고 사는 게 바로 우리, 사람 아니겠는가라고. 그러니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엘리너가 자신을 대한다면 아마... 아마도 조금은 어떤 세상을 바라보는 냉담한 시크함 정도 감추고 살 법도 싶은데... 쉽진 않다. 뭐든. 그래서 삶이 살만한 거다. 쉽지 않아서... (나...마조..히즘인가) 




사람들이 내 얼굴, 내 오른쪽 뺨에 관자놀이부터 턱까지 도도록하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하얀 흉터를 보고 반응을 보여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 나는 쳐다봄의 대상, 수군거림의 대상이다. 사람들이 나를 돌아본다. 이유는 완전히 다르지만 그 역시 사람들이 돌아보는 대상이기에. 그가 그런 것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안심이 된다. 




자신을 빈 캔버스라고.

그러니 얼마든지 다채로운 색깔로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그럼에도 긍정할 수 있는 엘리너가 좋다. 사랑스럽다. 귀여워 보이기까지... 도. 




엄마는 걸핏하면 나더러 못생기고 비정상적인 꼴불견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흉터가 생기기 전인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나는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행복했다. 흥분이 됐다. 나는 빈 캔버스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누군가를 판단하기엔 너무나도 섣부르다. 

시크해 보여도 '츤 데려' 가 있는 법이고, 또한 조용해 보여도 내면이 뜨거운 이들이 세상을 작고 크게 바꾸게 되는 것처럼. 엘리너도 겉으로 보이게 어딘지 조금은 '이상해' 보이고, 조용하게 닫혀 있는 지루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아니. 내면엔 따뜻함 친절함 상냥함, 결국 '사랑' 하려는 마음, 사랑을 주고받으려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이 '보여'으니까. (이 또한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다만) 




대부분의 직업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직장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 연륜과 경험 덕분에 존경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당신이 외모가 중요한 직업을 갖고 있다면, 실상은 그 반대가 된다.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 다른 사람들의 불친절한 태도를 겪어야 한다는 것 또한 틀림없이 힘들 것이다. 


가혹하고 덜 매력적인 그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질투하고 그것에 분개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공정하지 않은 태도다. 어쨌거나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렇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가 기형이어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불공정하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이던가. 장미가 다 빨갛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면..




어쩌면 그렇게 우리는 삶을 부딪혀가며 하나씩 배우는 걸지 모른다.

고통도 기쁨도 슬픔도 우울함도, 적절히 섞어가면서. 비록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될지언정, 가만 보면 또 완전히 우스꽝스럽지도, 완전히 이상하다거나 낯설지 않은, 내가 아닌 남의 모습이었던 것 같으나 막상 생각해보면 또 '나'라는 사람이 그랬던 것도 같은 그런 일상의 순간순간들. 



스스로 밀어내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몹시 힘든 시절을 겪고 있다 한들, 내가 나를 밀어내지만 않는다면, 또한 다가오는 누군가를 밀어내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쓸쓸함이란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원래 홀로 태어나 가지고 가는 것. 누군가를 만나 그것이 상쇄되기도 다시 생겨나기도 하는 것. 그런 것.. 훗날 가슴 뭉클하게 시간이 흘러 자극될 수 있는 향수 같은 기억들.. 아마 엘리너도 그러했으리라. 




고통은 쉽다. 내게 고통은 익숙한 것이다. 나는 내 머릿속의 작고 하얀 방으로 들어갔다. 

구름 색깔 방. 깨끗한 솜과 아기 토끼 냄새가 나는 곳.




'내 일상이 처음으로 궤도를 약간 벗어났다'라고 했던 그녀의 이야기. 

그 단편적인 장면을 넘어선,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장면들. 8월의 끝 무렵에서 잊고 있던 추억과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시간을 담담히 흘러가본다. 조금의 그리움을 숨긴 채, 그렇게 붙잡은 채로. 한 마디를 남겨 보며. 



굿데이. 정말 괜찮은, 완전 괜찮은 당신.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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