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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05. 2019

당신이 '존버'여도, 의미가 충분하기를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feat..... 일단 정신승리! 긍정!) 

아주 사소한 것들이 조직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정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나는 왜 일하는가' 하는 이유가 그 사람의 성과를 좌우한다.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 





- 책임님, 잠깐 시간 되세요?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혹시... 싶었으나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퇴사를 알리는 소식이었다. 

사내 독서모임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25살의 여전히 학생 티를 벗지 못한, 여리고 어린 투명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마음도 심성도 유리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라는 제멋대로의 해석으로. 비록 '잘 알지는' 못하는 직장 속 관계로 두세 번의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만났었던 그녀는 어느 날부터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궁금했다. 그래서 연락을 했다. 

나름 독서 모임을 이끄는 운영자라는 포지션의 책임과, 아울러 개인적인 호기심에 오지랖을 떨치지 못하고 나는 그녀에게 차를 대접한다는 '핑계' 덕분에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음이 조금 무거웠지만 그 나이의 그 시간, 알 것도 같았다. 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아서 대견했다. 적응하느라 바쁘면서도 꿈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 주변에 누구 하나 마음 터놓을 상대 없이 외로웠던 시간들, 그렇게 흘러만 가는 시간들. 그 와중에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어떤 발악 질들 이 그려졌기에.



- 아... 음... 축하해요! 그리고... 미안.. 해요

- 네?

- 아니 그냥 미안해서. 오래 다닌 사람으로서 그냥 내가 현진 책임에게 미안해.

- 아녜요... 책임님 덕분에 그나마 저. 여기 있으면서 좋았어요 

- 더 일찍.. 알아줬다면 덜 힘들었을까요. 자주 연락 못 했었네... 그래도 잘 버텨줘서 고맙네. 기특하고 

-.... 비전이 없어 보였어요. 희망퇴직 신청받기 전후, 제 소속 사업부도 결국 분사했고 그 와중에 선배님처럼 회사의 좋은 면... 동기부여. 이런 거 말씀해 주시는 분들 솔직히 없었어요. 

 - 있었으면.. 조금 더 오래 있을 순 있었을까요. 

- 네. 그래도 결국 나가긴 했을 거 같아요. 

-... 미안해요. 늦게 연락해서. 그리고... 견뎌줘서 고맙고. 

- 그냥 존버 하다 나가는 거죠. 그래도 제가 더 감사하죠. 미안하단 말씀조차 너무 감사해요 선배님...



조직 내 '성과'라는 걸 만들어야 되는 게 의무이자 책임이라면. 그 주체는 어디이던가. 

개인에게만 짊어지게 만드는 요즘의 내 조직, 내 회사.... 인 것만 같아서... 나는 요즘 들어 자주 진지하게 커리어, 일의 미래에 대한 생각에 빠지다가 여전히 '물음표'로 결론 맺는다. 그게 내가 속한 이 조직, 이 회사의 '현실'이다. 잠시 팩폭으로 고백해 보자면, 책에서 말하는 성과를 이끄는 총 동기 부여 6가지 중에 현재 내 회사에 남은 건 오로지 3가지뿐인 것 같아서.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생각지도, 2016.11.30. p. 428



일을 하는 이유가 만약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총 6가지의 동기로 분류하자면



- 일의 즐거움, 정말 좋아서 시작하고 행하는, 일 자체가 보상인 것 (맙소사. 유레카... 졸 부럽.... 위너) 

- 일의 의미, 그 일의 사전 후 발생하는 '영향력'의 경중에 따름 (난 이게 꽤 중요하다고 본다) 

- 일의 성장, 결국  '나'의 정체성이나 '나'의 성장 포인트로 어떤 '결과'까지 이끌어내고 싶어서. 

- 서적 압박감, 즉 내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피하고 싶어서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들도 있다) 

- 경제적 압박감, 지극히 현실 실리'만' 따지게 되는. 결국 단지 '보상'만 받거나 반대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일 (.....)

- 타성, 어제도 했으니 오늘도 한다는 정말 무서운 요소... (할 말이 없다....) 



일을 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혹은 무겁게, 뜨겁고도 차갑게 만드는 어떤 동기들...




이곳에서 '퇴사를 한다는 그녀에겐 3가지의 동기가 없어 보였다.  

즐거움이나 의미, 혹은 성장을 '동기부여' 해 주는 리더도 문화도, 팀도 혹은 스스로조차도, 이 '분위기' 때문에 (변명으로 들릴지언정) 스스로 편치 않았기에 퇴사를 했다 하니.... 물론 회사 '탓만'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런 시스템이나 조직문화가 '없는 상태에서의 직원에게만 성과를 기대?' 한다는 건.... 조금 자극적으로 말해보자면 '비정상'으로 보인... 다. 



오랜 기간 한 회사에서 나름 여러 업(?)을 다뤄본 나는 딱히 들려줄 말을 찾지 못했다. 다만 미안했다. 

먼저 오래 일한 '선배'라는 이의 어떤 책임감 혹은 의협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좋은 문화를 만들려 애쓰지 않은 것, 단지 후세대를 위한 어떤 앞 세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만 같아서. 무엇보다 일의 '즐거움' 이 그 어둡고 무거운 회사 분위기 때문에 다 사그라드다니.... 참담했으니까. 




즐거움이란 우리가 단순히 좋아하기 때문에 어떠한 행위를 할 때 생기는 감정으로, 업무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다. 일을 할 때는 6가지 기본 동기가 작용한다. 일의 즐거움, 일의 의미 일의 성장. 동기는 성과를 높인다.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은 성과에 악영향을 끼친다. 



일을 하다 '발언'의 즐거움 덕분에  어쩌면 나는 '존버' 하는 걸지 모른다. (나는... 발언하는 관종, 반항 종자를 감추지 못한다...)



그녀 말은 맞다. 

언젠가 이곳은 사람이 부품처럼 굴려지기(?) 일쑤이고 소위 HR 적인 '사람 관리' 기능이나 어떤 문화를 '창조' 해 내려는 '노력' 이 상실된 지 한참 된 것처럼 '보이기에'. 직원들의 '리더' 혹은 '회사'의 보이지 않는 '비전' 혹은 납득되지 못하는 여러 폐쇄적인 소통들로 인한 결과들에 이미 불만이 '블라인드 (직장인들의 익명게시판 앱) '에 한가득이었다. 좋지 않은 목소리만으로 가득한 글로 도배된 우리 회사 게시판을 들여다보며, 나는 그 앱을 삭제해 버렸다. 그냥.... 그 부정성이 나에게도 전파되는 것 같아서. 나름 '차단'으로 나를 지키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떤 근자감에 나의 잠든 '재능'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었던 어떤 본능적인 행위였을지도 모를 일이고. 



재능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조차도 평범한 조직문화에서는 제 기량의 반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입사하고 12년 차.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서 강제 발령을 받아 소위 '드라마틱하게 새로운 인더스트리'의 '업'을 경험하면서. 초반엔 힘들어서 나도 퇴사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기에 뭐랄까, 스스로 아쉽고 오기도 생겼기에 그냥 '존버' 했다.  왜? 일단 버티면서 '준비'라는 걸 하는 게 나로선 현실적인 정답이었으니까.



사실은 어떤 '희망'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다 보면 나의 에너지 파장은 그렇게 흐른다. 반대로 좋은 생각을 마음에 품고 일상을 흐르다 보면 비슷하게라도 그 '좋은 생각'에 현실이 닿아진다. 커리어, 업의 현장에서도 이 '태도'는 중요하다. 해외 마케팅(사업개발) 분야에서 일을 배우고 경험하고 시간을 쌓는 동안 나는 내가 접한 여러 국내외 고객들에게 우리 회사 제품을 브리핑하고 소개하고 해외 영업 법인과 소통하는 그 모든 사람과의 연들에서 일의 즐거움을 '꽤' 느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도 성장했다. (성장했다고 믿는다...) 그렇게 나는 어쩌면 스스로 지금의 일에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불어넣으려 나름의 '애를 쓰는' 시간을 만들어낸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또 '존버' 도 오래되더라) 




일터에서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업무의 결과와 뜻이 같을 때 의미 동기를 느끼게 된다. 

애플은 고객에게 영감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며 추구하는 목적도 매우 강력하고 신뢰할 만하다. 



오늘 나의 노동이 내게 '의미'가 있다면  '존버' 유지는 힘이 있다.......... 믿는다




비록 강제 발령받고 그 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환경에 처했을지언정

나는  '기회'가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일단 조용히 '준비'라는 걸 하면서 '존버' 하고자 했다. 그 존버엔 '의미'가 있었으니까. 바로 '기회'와 '성장'이라는 의미가. 직장 외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현재 현업의 환경에 반대로 나는 무척이나 감사한 요즘이다.  또한 이 시간들이 언젠가 나에게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는 어떤 암묵적인 '희망'을 마음에 품고.... 지내는 중이기에. 사실 따지고 보면 조직문화가 1도 없는 이곳에서 그럼에도 '존버' 하며 행복할 수 있는 나는 '개인의 정신승리'로 보일지 모르나, 그렇게라도 일의 즐거움, 의미, 그리고 성장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떤 일을 하는 동기가 '일의 즐거움'에 있을 때 그 시도는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 즐거움 동기는 단지 어떤 일을 좋아해서 그 일을 할 때 생긴다. 즉 일 자체가 보상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동기를 내적 동기로 분류한다. 십자말풀이를 하고 스크랩북을 만들며 노래를 편집해 CD를 만드는 등 취미활동을 계속하는 것 역시 즐거움 동기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조금은 아쉽다. 

'일' 자체를 퇴근하고서도 동료들과 '좋은 디베이팅'을 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일'에서 우리가 성장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딥토론을 하는 시간들.... 2013년의 미국 프로젝트의 제품 담당자 (Product manager)를 하면서 나는 그 즐거움이 있었다. 이상한 희열마저 생기더라. 회사에 속했지만 우리는 하나의 팀이었고 그 프로젝트의 팀 구성원들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편에 아련히 그리운 존재들로 남아 있다. 좋은 동료 선배들을 만났고 그들 덕분에 나는 내 일에 자부심도 의미도 가치도 그리고 그저 즐거웠고 기뻤다... (아. 그립다..) 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이끌었을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프로젝트의 '하드함' 덕분에 약간 같이 '미쳐야' 살 수도 있었고 (역시.. 전투애는 강하다) 같이 야근하고 같이 힘들면서 뭐랄까 이상한 열정을 뿜었다. 일종의 오기였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같이 '존버' 하며 '성장' 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일을 하는 이유가 타성이라면 업무 자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과연 동기가 있는지조차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저 어제도 이 일을 했으니 오늘도 일을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순전히 타성에 의해 등교하는 대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 학생의 경우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뿐이다. 



자진해서 프로야근러가 되었던 적이 나도 있었고..... 여전히 그 시절이 그립다 아직 어떤 미련한 열정이 남아 있는 걸까...



지금 이 순간에만 경험하고 감각할 수 있는 소중한 무엇들이 '일'에서 존재한다면. 

그 업의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이며 값진 시간의 흐름 이리라... 오늘 문득 느낀다. 급으로 보고해야 하는 자료를 '네' 하고 긍정하며 뚝딱하고 보고 하며 씽긋 웃었던 지금의 나는 아직 '괜찮다.'라고. 일상 속 현업 내의 여러 '잡무' 들에 대해 반항 종자 기질이 섞여 있어서 가끔 '지랄' 하면서 들이받을지언정 되도록 일 자체에는 불평 없이 묵묵히 웃으면서 (되도록 지랄보다는) 처리하려고 '노력'을 하며 '존버' 하는 나는 현재 성공이나 실패와 관계없이 어떤 개인으로서의 행복한 '일'도 이곳에서 하고 있으니 (사이드 프로젝트 열일 중) 아무래도 괜찮다고, 기쁘다고. 나는 지금도 '성장' 하고 있다고... 밑. 는. 다...



오늘의 직장인 사이드 프로젝트도 '존버' 하며 '열일' 하면서 계속 '유지' 되는 이 현재에 감사.... 합니다. (라고 일단 긍정...!)




#결국_부끄럽지만_조직문화_없는_곳에서라도_정신 승리하면_꽃은_피어나리라_하기 나름임_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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