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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23. 2019

나를 지지하는 '당신'에게       

나도 그런 '너'를 지지한다고... 대 놓고 말하고 싶었다.  

절대 안 된다는 말에 지지 않을 용기 

바로 그 간절함이 내가 여전히 빈센트를 사랑하는 이유임을.


- 빈센트, 나의 빈센트 - 






'널' 향한 고마움의 근원은 대체 어디에서 샘솟는 걸까. 

막차 떠난 거리에 홀로 서 있었을 때, 불현듯 울리는 핸드폰 저 너머로 '뭐해. 별 일 없어?' 라면서 마치 다 바라보고 있다는 듯 무심한 듯 다정히 말을 건네줬던 존재, 그제야 흐를 것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이내 웃어 보일 수 있는 마음 상태로 돌아서게 만드는 사람. 알게 모르게 삶의 자극이자 촉매제였던 우리의 관계는 멋모르고 싸웠던 '남매 캐미'를 거쳐 이제는 성인의 몸으로 여물어 가는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너는 교수가 되었고,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워킹맘이 되었다.



결혼을 한 이후, 적지 않은 거리감이 '직계 가족' 들에게 생긴 게 사실이지만. 

나의 가족은, 특히 나의 지지자... 남동생은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누군가를 '지지'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틈틈이 물어봐 주는 일상의 안부, 책 읽으라고 넌지시 건네는 서점 기프트카드, 힘들 때 먹으라던 좋아하는 케이크 기프트콘... 그가 건네는 여전한 일상 선물에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게 눈물이 자주 맺히곤 한다. 여전히 눈시울을 붉히며 고작 건네는 건 마음뿐이어서, 그래서 그런 걸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이젠 익숙한 진짜 어른 같은 너에게, 나는 아직 어린이와 같은 떼만 잔뜩 부리는 것 같아서. 




- 받기만 해서 어쩌니... 결혼하고 난... 해준 거 아무것도 없는데. 

- 더 좋은 책 쓰면 되지. 결혼하면 국물 없다.

-... 당연하지... 근데 다른 식구들은 다 쓰지 말라고 하는데.... 고맙다. 쓰라고... 해 줘서. 

- 엄마 아빠 마음 누나도 알잖아.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그냥 흘려 들어. 나도 그랬어.

-... 다 컸네. 내 동생.... 

- 누나 보고 자라서 이만큼 온 거야. 

- 겸손하기는.... 난 정말 너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 왜 없어. 진짜 아팠을 때... 누나가 응원해 준 말들. 난 되게 좋았다. 용돈도 줬잖아. 대학교 때. 누나 알바 졸라 뛰고 돈 모을 때, 난 공부만 했잖아.... 지금 갚는 거다. 책값 걱정 말고 계속 써. 난 누나 글 쓰는 거 좋다. 

-....... 




때로 유일한 지지자가 '나' 라고 생각했었던 그 마음이, 너를 향하는 미안함으로 바뀐다.... 나의 망각이 미안해서. 




날 웃고 또 울리게 만드는 그 단순한 목소리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철저히 인정하고 받아주며 하물며 '사랑'까지 주려 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때때로 끝내 붙잡고 있던 삶의 아슬아슬한 선 하나를 놓치고 만다. 그리하여 기어코 터져 나오는 눈물은 볼을 타고 흐른다. 별 게 아닌 선물들인데, 별 게 아닌 한 마디인데. 왜 그토록 고마웠을까. 어쩌면 이 마음은 '빈센트'의 것과 닮아있는 것일까. '빈센트, 나의 빈센트....'처럼. 



빈센트는 테오에게 마냥 고마움만 느꼈을까. 

어쩌면 그 고마움이 마음 한 편의 미안함, 애달픔, 안쓰러움을 거쳐, 결국 두 사람의 생전에 어떤 '성공' 적인 결과(?)로 빛을 발하지 못해서. 그런 비루한 화가의 고집스러운 현실을, 아무 조건 없이 그저 내어 주기만 했던 동생 테오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이자 사랑이어서.. 그래서 더 빈센트는 슬펐던 건 아닐까.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그런 마음이 든다. 사이프러스 나무라든지, 밤하늘의 별들 이라든지, 강한 색채 속에서 빈센트 만의 고유한 강렬한 색감,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어떤 애잔한 슬픔과 기쁨의 붓터치, 편지 속 테오를 향한 마음의 미안함과 그리움 등 마저도, 




빈센트의 그림을 통해 나는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아니 슬픔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자산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슬픔 자체가 꽃이나 풍경처럼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을 바라보는 화가의 눈빛' 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어둠에서도 빛을 보려 애썼던 빈센트의 그림들 같아서.... 그의 그림이, 그를 둘러싼 글들이 적잖은 용기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누군가 나를 조건 없이 '지지' 한다는 건 그야말로 커다란 축복이다. 

그 축복이 하나 때로 저린 아픔으로 다가올 정도로. 그가 동생 테오에게 늘 받았었던 물질적 정서적 교감의 한 부분은 바로 내가 지금 느끼는 이런 감정선 중 어느 부분인 걸까. 빈센트는..... 테오에게 이런 사랑을 느꼈던 걸 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미안하고 또 한없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



그리하여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일.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지 못했지만 강고한 그의 세계를 '나' 자신이 아닌 또 다른 '나'의 분신 같은 존재가 지지한다는 사실을 발판 삼아 내내 아픈 마음의 끝을 붓 자락에 옮기어 계속해서 해냈던 마음.... 그리고 언제나 그를 위해 편지를 띄우는 일들. 그 모든 시간들... 나는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자리에서 여전히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교수가 된 그를 보고 있노라면. 더군다나 동생에게 받는 여러 물질적 정신적 응원들 마저도. 역설적이게도 어딘지 모르게 기쁨의 존재가 동시에 슬픔과 애달픔의 존재로 변모한다. 그만큼... 내가 지금 그만큼 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가시적인 '성과'라든지 '결과'라든지 그런 게 여전히 한참이나 모자란 것만 같아서. 너무나도 모자라서... 말이다. 

 



이 간절함의 기원은 어디일까. 가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열정으로 어떤 일을 계속할 때가 있다. 사실 대부분 내 열정의 뿌리가 그렇다. 남들이 좋다는 것에는 시큰둥하다가, 내가 뭔가에 갑자기 빠져들기 시작하면 주변의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열정을 쏟아붓는 순간, 그 열정의 한가운데서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


- 빈센트, 나의 빈센트, 도입부  - 





초승달에서 반달을 거쳐야 비로소 보름달도 될 수 있다는 걸, 그 시간을 외면하지 않은 달은 결국 환하게 빛나리라.. 




최소한 나를 지지하는 그를 향한 최고의 보답은, 지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고. 

고맙지만 그만큼 반대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지지와 응원들은 새삼 나를 세상 저 먼 밖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라는 어떤 힘을.. 주는 것만 같다. 그리하여 삶을 살다가 어처구니없는 아픈 시간들과 마주하는 그 순간에도, 단 한 명의 지지자가 있다면... 살 수 있다. 해낼 수 있고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감히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것만 같은 저 먼 나라의 별 같은 꿈 마저도. 

꿈꾸는 용기는 '지지' 하는 단 한 명의 존재만 있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 없는 뜨거운 용기, 열망, 단단한 의지를 여전히 살릴 수 있다. 때로 그 지지자는 외부의 세계 속 타인이 아닌 내면의 '나'가 되기도 한다. 나는 늘 그 지지자가 '나' 였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는 걸, 여전히 가끔 잊어버리고 마는 나에게 일침을 놓는 건 다름 아닌 '그'라는 것을. 부끄럽게도 깨닫고 만다. 


위대한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나는, 어떤 독서모임에서 나의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결국 작은 그리움들이 점처럼 찍혀지다가 서로 선처럼 연결되어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내가 그에게 받았던 '지지' 만큼 고스란히 그걸 전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이 연결되어 내가 받았던 커다란 사랑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서툰 표현들인데 얼만큼 진심이 전해질 진 모르겠다. 보듬는 마음으로..그리움을 여전히 붙잡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가슴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들은 쉽게 마음을 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소중해서, 뭐든 함부로 전하고 싶지 않은 어떤 진심이 지나쳐버리고 말기에. 그렇지만 살아가다가 쉬운 말, 그러나 그 단순한 문장 속에 담긴 진심들, 그렇게 살아생전에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을 드러내며 사는 이들이라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삶은 이미 풍요로 진입하는 '부자'이고 관계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는 생의 '성취'이며 그 존재들의 '현재'가 곁에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은 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테오를 그토록 사랑했지만 동생의 초상화를 그리지 못한 빈센트의 심정을 이해한다. 

섣불리 동생의 이야기를 썼던 단 한 번의 그 시간은 나로 하여금 어떤 먹먹함과 미안함을 애써 불러일으켰기에. 그러나 그토록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시간도 없었다고... '너의 이야기'를 썼던 나의 그 한 번의 시간으로 하여금, 새삼 나는 조금 더 좋은 글을... 누군가의 입가에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건넬 수 있는 영혼이 서린 글을 쓰고 싶노라고. 감히.. 감히도 주제넘게 바라고 또 바라는 지금. 



나를 지지하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어제보다 나은, 괜찮은, 나아가는, 지지 않는, 너와 나에게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어 보고 싶다고. 확언을 해 본다. '절대 안 된다는 세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맞서는 것. 그것이 빈센트의 간절함'이었던 것처럼. 절대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떤 곳에 닿으려는 지지 않을 용기, 그 간절함이 여전히 마음속에 깊숙하게 간직하는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있다고. 



홀로 글을 쓰는 이 순간조차도 나를, 그리고 이런 나를 지지하는 너를.

그리고 결국 우리들이 사랑하는, 삶을 대하는 열심히 살았던, 한 시절이었노라고. 웃으며 마음을 전하는 날도 오리라고.  




또 다른 기적이 오기 전까지,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나무' 를 지켜내가자... 







https://youtu.be/ikPG9RGlySc

동생이 말한다. '이번엔 대박나라'고 나는 말했다. 이미 너 같은 지지자가 있어서 내 삶은 대박 그 자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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