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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08. 2019

마르타의 일

다 놓더라도 이에 대한 죄의식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 마르타의 일 - 





작가의 전작인 '체공녀 강주룡'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여성' 서사에 지극한 관심, 아니면 어떤 애증(?) 마저도 가지고 계신 작가라고 생각되었던 건 나만의 관점일까. '마르타의 일'을 읽으면서 다시금 '여성'의 삶, 시간, 흐름, 배경, 특징 등등까지. 섬세하게 도드라진 '여성'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자꾸만 느껴져서 마음이 아렸고 또 슬펐던 건.... 그 안에서 작가가 냉소적인 듯 애정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녀들의 세상' 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르타의 일, 박서련, 한겨레출판사, 2019.09.25. p. 292



동생 '경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언니 '수아'의 시점에서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한다. 

얼핏 이 '서사'에 감히 그 어떤 평을 '감히' 할 수 없었던 건... 뭐랄까. 섬세하게 문장을 바라보면서 이상하리 만치 꽂힌 단어라든지 문장 내 냉소적인 캐릭터들의 '목소리'가 문장을 타고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상관이야, 너나 잘해. 

다 놓더라도 이에 대한 죄의식만큼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누워 있는 게 나였어도 엄마 아빠는 이렇게 울었을까? 동생의 시체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미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미 떠오른 생각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아마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경아는 울었을 것이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 자기도 쓰러져 옆 침대를 차지하고 말았을 것이다. 




SNS의 셀럽으로서의 '예쁜 여자'였던 '수아'의 입장을 잠시 상상해보니

동시대에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어떤 '비극' 들이 저절로 뇌 속에 펼쳐지더라. 성 상품화가 당연시되는 '여전한' 실태, 디지털 장례식, '별로' 원치 않게 흘러가는 섹스, 별거 아닌 '댓글' 일 수 있지만 누군가를 간접적으로 '저격' 하는 듯한 조롱과 냉소, '여성'이라는 젠더를 그저 잠자리 기능인으로만 바라보는 단편적이고 저급한 이들의 뜨거운 시선 담긴 댓글. 원치 않은 임신, 그로 인한 낙태 권유, 낳지 않을 자유도, 낳고자 하는 자유도 '주체적'인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대부분 타인들로 하여금 '객체'가 되고 마는 환경, 데이트 폭력, '가스 라이팅' 이 당연시되는 남녀 간 삐뚤어진 연애 풍토.... 등등 등등 (너무 나갔나......... 싶다만) 



허우적 대더라도 계속해서 헤엄쳐 바깥으로 '나오려고' 한다면..... 또 희망이라는 건 있을 테다.




경아가 지극히 평범하게 순종적이고 순수한 여성이었다면, 수아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을 죽이지 않으려 했던 타입, 거칠고 투박한 표현으로 동생을 대함에도 그 근저에는 '사랑' 이 있었음을.... 이상하게 알 수 있었던 건, 그녀들의 서사 속, 죽은 동생을 바라보는 수아의 마음, 죽기 전에 나눴던 자매간의 일상적인 대화, 그리고 죽고 난 이후의 동생을 바라보는 '자신'을 성찰하기까지.... 



나는 경아가 못 하는 거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열심히지만 애석하게도 공부 머리는 좀 떨어지는 경아가, 아르바이트와 임용고시 준비를 병행하는 언니를 대단하게 생각하기를 바랐다. 



수아는... 스스로의 길을, 걷고 있을까. 부디 그러하기를.... 자신의 길을 만들고 걷고, 그렇게 나아가기를...



너무나 솔직해서 그만큼 슬프게 느껴졌던 건, 어쩌면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동시대를 사는 '당신' 도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이 자매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갑자기 추워진 10월의 가을을 온전히 체감해낼 수 있었다...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날카로운 사회의 여러 보이지 않는 면들을 '보고 읽게' 되면서 그 어떤 체증이 밀려왔지만, 달리 손쓸 방법은 없다. 그대로 내내 소화되기를 나 또한 스스로 지켜볼 뿐. 



문학에서 삶을 보았지만, 실로 삶이란 문학보다 더 한 희비극이 교차하는 '무대'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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