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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12. 2017

16. '체인지메이커스' 의 첫경험

미지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미지의 경험과 공간은 항상 나를 설레게 만든다. 

 그건 마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사랑을 시작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마음이 들어있어서 가능한 것일지 모르겠다. 요즘들어 부쩍 더, 나는 새로운 변화와 경험, 그리고 공간에 노출되는 것을 사랑하는 편으로 변하고 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두가지로 인해 '이걸 못해~'라는 건 내겐 핑계같이 들렸으니깐.


이 마인드가 몇달 째 꽤 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까?

 종종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아이 1살에 엄마 1살로 다시 태어나는 것 처럼. 사실 성장한다고 인지하거나 느끼지 않더라도 괜찮다.


 미지의 경험과 낮선 공간으로의 노출은 
그 자체로 나를 변화시킨다고 믿는 편이다.


 나는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려고 매일 비슷한 일과를 반복하면서도 조금 더 나를 다른 환경, 색다른 공간과 노출됨을 허락하고 싶었다. 체인지 메이커스와 헤이그라운드도 그런 나의 미지의 세계의 또 다른 영역이었다.   


체인지 메이커스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임팩트 투자라는 것을 접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체인지메이커라는 사람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루트임팩트를 알게 되고 자연스레 코워킹 스페이스인 '헤이그라운드'가 성수동에 탄생되기까지. 그들의 처음 시작과 지금의 활동들까지 나름 초기부터 움직임을 지켜봐 온 터라 낯설지 않고 익숙했으며 어느새 눈여겨 보게 되는 팬심까지 생겨 버렸다.


일단 있어 보였다 하.... 뭔가 두근두근했어. (이런 설레발 아 없어 보이는 나...ㅋ)

 

 당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내 자신이 쓸모 없어 보일지라도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 데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들의 캐치 프레이즈는 가히 '이상'에 가까울 지 모른다. 그래서 현실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사실 그 자체로 감히 발들여 놓지 않고 있는 미지의 영역이자, 관심의 대상이었고 사실은 경험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는 순간 어떻게 해서는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체인지메이커스의 독특하고 재미난 활동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내가 중심이 되는 요즘의 세상에서 남을 생각한다는 그들의 젊은 활동은 많은 걸 생각해볼 수 있게 하니깐.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 선한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그들의 비전과 미션은 사실 따지고 보면 엄청난 이상주의일 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기한 건 현실에서 그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실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아니 신기한 게 아니라 어쩌면 그저 그런 마음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니깐 움직이는 건 당연할 지 모르겠다.  


세션이 매력적이어서 없는 시간도 겨우 만들어서 갔었던... ! (기대가 좀 커서 실망도 약간 ...T-T)

 

 제 1회 체인지톡에서 영감을 이야기 하고 그들의 활동을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힘든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워킹맘이라 어쩔 수 없다) 찾아갔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이 불문 국적 불문 성별 불문이었다.  1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지하 1층 회의실은 회의실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하나의 소규모 극장 같은 느낌이었다. 이름도 '영감홀' .


 공간과 자연은 사람을 압도하는 매력이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사진과 풍경으로 이미 익숙한 공간이었으나 실제 마주했을 때 새로운 공간이 주는 위안과 설레임은 그 자체로 내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경험이 되어 주었다.       


 아쇼카 한국의 이혜영 대표의 오프닝인사에 이어서, 1998년부터 인도에서 2004년 인도 아쇼카 펠로우로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고 불리우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는 인도의 언론인 안슈 굽타의 '인도의 수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옷을 기부하는 문화 혁명' 을 다루어 들려준 이야기들, 그리고 건명원 원장이자 철학강의로 우리에게 익숙한 최진석 교수님의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나가는 고차원적 우리들'이라는 이야기의 짧은 강연과 Mindfulness 의 15분 짧은 명상까지.   


옷이 없어서 시체를 껴안고 자는 소녀의 이야기에 '경악'.... 이렇게 옷이 삶에 이슈가 아닌 누군가와 옷이 삶에서 없어서 이슈인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시간은 늦은 10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고, 마음은 사실 조바심이 났었다. 

 조바심의 원인은? 변화에 뛰어들고자 했음에도 현실적으로는 사실 엄마라는 역할과 나라는 입장 사이의 갈등일 지 모르겠다. 아기들은 이미 자고 있고 내게는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을. 그리 단편적으로 생각하기엔 아직까지 엄마의 죄책감(?) 이 있어서일 지 모른다. 동시에 그럼에도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열망과 그에 대한 실행력 사이에서 찾아오는 갈등일 수도 있고.  


밤의 불빛이 참 좋다. 공기도 선선하니 더할 나위 없는...
그럼에도, 매일 비슷한 일상의 반복에서 잠시 벗어나서
나를 허물어 뜨리는 시간은 참 기분이 좋다.


변화를 기꺼이 맞이할 줄 아는 괜찮은(?) 캐릭터여서 다행이라는 자뻑감과 동시에, 그런 변화에 나를 던질 줄 아는 요즘의 용기도 꽤 마음에 든다. 요즘 나는 내가 괜찮게 느껴진다.   


 물론 이런 강의나 컨퍼런스, 공간에 노출되고 미지의 것들을 하나 둘 경험해 본다고 해서 마치 내가 세상을 다 바꿀 것 마냥, 혹은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꿔질 거라는 건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하는 게 오히려 우습다.


 성공했다는 사람들, 재미난 사회활동들에 몇 번 참여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크게 없을 지 모르니깐. 오히려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그저 남의 것들을 습득하고 답습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일 테니깐. 주체적이 아닌 그저 타인이 이루어 놓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이 되기 쉽기 때문에.


참가하고 듣는 건 그저 수동적인 일일 뿐, 그 이후의 움직임이 필요한 순간이다.



인도인 안쇼 굽타의 말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이 공간에 우리의 열정과 감성을 불어 넣었을 때 멋진 체인지메이커스 공간 플랫폼이 완성되어 갈 것이라 믿는다” 라는 그의 말.


 어쩌면 최근에 나의 화두 중 하나가 ‘공간, 건축’이기 때문에 와 닿는 것일지 모르겠다.   


 하루를 지나감에 작은 일탈은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 일탈에서 내 삶의 '영감'을 만들어 나가는 건 더더욱 고마운 일이고!


 체인지메이커스의 앞으로의 활보를 여전히 눈 여겨 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이젠 눈이 아니라 직접 발로도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귀갓길이었다.


뭐가 됬든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가능한 영역 안에서 그냥 움직여 보는 삶.
어제의 나는 여전히 그래서 좋았던 걸로…! 



세션 끝나고 나서의 이벤트 선물은 여전히 좀 아쉽다 ..... 아아 잿밥에 잠시 눈 멀었던 나는 아직 멀었다며. (그게 사실 책이어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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