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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Dec 04. 2019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들

어린 왕자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토록 감동시키는 것은 꽃 한 송이에 대한 그의 마음 때문이야. 

그 꽃은 어린 왕자가 이처럼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마치 등불처럼 마음속에서 환하게 빛나기 때문이야.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만 불어도 꺼질 수 있으니까... 


- 어린 왕자 -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들.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삶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이 정의될 수 있는 것이기는 할까? 남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격이 우리에게는 있는가? 이런 의문을 늘 마음에 담고 살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찾는 '나'로 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왕자'를 10대, 20대 그리고 30대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조금씩 나와 함께 성장해가는 듯싶다. 어린 왕자의 매력은 바로 그것에 있으리라. 이야기는 그대로 있지만 그 이야기를 읽는 나의 변화에 맞춰서 마음속 어린 왕자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랄까.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모모 북스, 2019.10.30.



신체가 다 컸다고 하여 어른은 아니다. 

반대로 신체가 다 자라지 못한 '영유아' 나 '어린이' 라 하여서 어른보다 못한 생각을 가지는 건 더더욱 아니라는 소리다. 이제 만 3년을 꽉 채워가는 나의 아들 쌍둥이들과 요 근래 동화책을 시간이 날 적마다 자주 읽어주고 함께 그림을 보면서 '대화'라는 것을 나누는 편인데 (맙소사... 이젠 그 '대화'라는 것이 통한다. 소통이 된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존재에 새삼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감사함을 느낀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엄청난 교훈을 느낀다. 

가령 '단순' 한 '진리'를 깨닫는 찰나의 '아차' 하는 순간들.... (어찌 표현할 도리가) 아이들이야말로 바로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더더욱 그 순수하고 투명한 존재들에게 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시간이 주어졌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서 어른들에게는 항상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이에게는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나는 살면서 수많은 진지한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오랜 세월을 어른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지만, 그들에 대한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 왕자가 주는 신비한 매력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작은 것들에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가령 눈 맞춤이나 몸짓, 지그시 바라보며 '괜찮아, 사랑해'라는 식의 그 단호하면서도 엄청난 고백들.... 어른이라면 절대 쉽게 하지 못하고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순간들 마저도,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어쩌면 아이들의 세상이야말로 '잘 사는 삶'의 한 편에 속하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사소한 것들에 감동을 하고 작은 것들에 실망을 할지언정 다시 감동하고 마음을 열어놓는 투명함... 




어느 날 어린 왕자는 내게 털어놓았다. 


'꽃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꽃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해. 그저 바라보고 향기만 맡아야지. 내 꽃은 내 별 전체를 향기롭게 했지만, 난 그걸 즐기는 법을 알지 못했어. 나를 실망시켰던 그 발톱 이야기에도 감동할 수 있었는데... 


어린 왕자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몰랐어. 꽃의 말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어.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었고 나를 환히 빛나게 했지.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 그 보잘것없는 거짓말 뒤에 따뜻한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 모순 덩어리야. 나는 너무나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가장 소중한 건 마음의 눈에만 비친다고 하던데

설령 그 마음조차 쉬이 열어놓지 않는 (자신에게조차 엄격하다면) '어른'으로 어느새 자란 건 아닐까 싶어서 나도 가끔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잣대나 기준에서 멀어지려 애를 쓰지만, 사회적 동물로 성장하다 보면 그리 쉬운 일도 분명 아닌 게 바로 '어른의 책무'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껍데기일 뿐이야.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반쯤 열린 어린 왕자의 입술이 어렴풋이 미소를 띠는 걸 보면서 나는 계속 생각을 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토록 감동시키는 것은 꽃 한 송이에 대한 그의 마음 때문이야. 그 꽃은 어린 왕자가 이처럼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마치 등불처럼 마음속에서 환하게 빛나기 때문이야... 



'나'만 알 수 있는 내면의 등불을... 우리는 지키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 더 기쁜 삶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투명함을 지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채로 자라는 게 우리들의 삶이라면

설령 그럴지언정, 마음 한쪽 구석 안에서만큼은 우리는 스스로 부서지지 않는 꿈, 투명함, 삶을 대하는 진실된 마음만큼은 지키면서 살아야 되지 않을까. 아니, 누군가에게 고하는 게 아닌, 스스로에게 오늘만큼은 더더욱 이렇게 말해본다. 등불을 잘 지키자고. 내면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아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등불일지언정, 바람이 불어서 꺼지려 하는 '꿈'이라는 등불을...



30대 중반에 들어 다시 읽는 어린 왕자를 보며 괜히 눈시울을 붉힌 여전히 어린 마음의 나다...



그도 책을 좋아했을까. 아니 사람을 더 사랑한 왕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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