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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Dec 08. 2019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저에게 아버지는 정말 매력 있는 분이었습니다.

성공을 했든 아니든 언제나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살다 가신 분입니다.


-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누구에게나 마음을 '쿵'하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

예컨대 '아버지' 혹은 '엄마'... 부모라는 이들을 지칭하는 대명사들은 핏줄로 연결되든 보육 혹은 양육으로 인해 연결되는 타인이든, 그 단어에 깃든 사연에 따라 천차만별의 울림을 가질 테다. 특히 나에게 '아버지'는 '엄마' 만큼의 아픈 기억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였을까. 흔히 부모 자식 간의 에세이를 접하고 나면 어떤 알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밀려온다. 그 책이 비단 기쁨과 환희와 밝음으로 가득 찬 이야기라 할지언정... 나에게는 그랬다.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 깊어질수록,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이 한없이 밀려오면 그렇게 읽다만 책 끝을 접어 둔 채 자꾸만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거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금수현, 금난새, 다산책방, 2019.11.18.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고 하지만.

난 언제나 그 속담을 경멸했다. 그렇다면 콩 밭에서 태어나지 못한 콩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좌절을 심어주는 것만 같아서. (프로 반항 러일까) 콩이 되고 싶다면 콩의 마음가짐으로 살면 된다고, 보물이 되고 싶다면 보물 같은 마음가짐이면 될 것이라고. 악착같이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있다 한들, 그럼에도 그 '노력'이라는 걸 하다 보면 그 보물 비스름한 언저리까지는 갈 수 있을 거라고. 뭐 그런 생각에서였을까.



한편으론 '반항적'인 시선으로 읽을 수밖에 없던 이 대단한 부자의, 아니 대단한 지휘자의 아버지께서 남기셨다던 글 속에서.... 나는 잠시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때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나의 얄팍하고 어리석고 어리숙했던 그 과거의 시간들을. 또한 그러면서도 잠시 애틋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난 한 번도 내 아버지의 서사를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용기가 없었던 걸까. 차마 아버지에게 친근히 다가가려 했던 어떤 용기가.




용기라는 것은 안다는 것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뜻 가짐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알고도 행하지 않고 알기 때문에 용기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의에 따르고 악에 반항하는 용자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식 교육도 필요하지만 정서 도야도 더욱 필요하다.



최고의 교육은 '가정교육'.. 그래서 참으로 어렵고 또 참으로 위대하기에, 제일 깊은 시간과 정성이 요하는 교육은 바로 '집' 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는 노동자였고 여전히 노동자로 사신다.

'노동' , 그 고유 명사가 주는 묘한 애틋함, 슬픔, 그리고 회한을 난 일찌감치 느꼈던 거 같다. 의식적으로는 아버지의 새까만 손등과 목덜미, 담배 냄새 찌든 조끼,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된 탓에 늘 엄마가 챙겨주는 물병을 손에 들고 퇴근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버지에게서 술과 담배 냄새가 유독 더 진하게 풍겨오는 날이면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노동이란 술과 담배, 그 두 가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여간해선 버틸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그러하니 그 두 개의 빌어먹을 아이템을 그에게서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던 어린 시절의 나는 꽤 멍청하고 어리석은 짓을 했구나 싶다는 걸 나는 '어른' 이 되고서 뒤늦게야 알았다. 아울러 그 두 가지가 그에게 '가족' 보다 더한 가치인 걸까 싶어서 한때 엄청난 반항을 일삼았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마저도.




인간의 가치란 자기 자신의 노력에 의해 올라가는 법이다.




엉뚱한 생각이 일렁거렸다.

글을 쓰는 아버지가 아니었기에, 노동을 하는 아버지였기에 우리 가족이 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서. 글로 '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면서 실로 이상적인 것인가를 나는 글을 쓰는 세계로 들어가면 갈수록 깨닫게 돼 곤 한다. 예술감과 문학적 감수성이 강한 실로 대단하고 좋은 글은 의외로 잘 '팔리지' 않는 자본주의 탓을 해 보기도 하면서....



그의 노동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이러니 하나 아쉽고 슬프게도 느껴졌던 건

아버지의 글씨는 참 예쁘고도 정갈했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사람의 글씨치곤 정말 의외로. 너무 고운 글씨체라서. 그래서 한편으론 아버지도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면 조금 더 슬픔이 덜했을까 싶고, 한편으론 그러지 못한 삶을 '우리'가 만들어준 것 같아서 너무나도 미안... 한 거다.




글을 쓰다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제가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천성인 것을요.



아빠를 떠올리면 소, 혹은 코끼리... 그런 동물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아빠... 의 주름이 비슷해서일까..




그의 서사가 왜 이제야 궁금해지는 걸까 싶었다.

내가 그의 위치가 되어서야... 부모가 되어서야 겨우 호기심이 발동한 걸까. 도대체 그 옛 시절, 종이 기저귀도, 코드 제로 청소기도, 공기청정기도, 따뜻한 온수조차 쉬이 나오지 않았을 그 열 평 남짓 되는 그곳에서 도대체가 나의 그와 그녀는 어떻게 우리 남매를 키울 수 있었단 말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지만 절대 알 수 없는 그들의 애환과 고통, 뼛속 깊이 무덤까지 가져갈 법한 부모라는 두 사람만의 슬픔과 사랑.... 아마 그것들을 '글'로 표현하면 한 편의 진한 교향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그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늘 그렇게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선물을 주곤 하셨습니다.




신혼 초, 지루하게도 싸웠던 그 시절을 통과하며 나는 아버지 탓을 많이 했었다.

'아빠랑 싸우고 집 나가지만 않았어도....'라는 날 선 핑계를 달고 살았다. 그럴수록 원망하고 미움만 가득했던 참 못난 나였지만, 나는 어느새 부모가 되었고 두 아들을 기르며 생지옥 같았던 아들 둥이 신생아 시절을 겪으며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에게 큰 위로와 아픔을 동시에 주고받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1시간을 연속으로 잘 수 없던 그 시절 아버지는 야근을 하고 왔을 때 첫째 아이를 등에 업고 계속 울고불고 지랄해대던 나를 감싸 앉으며 말씀하셨다. '아빠한테 주고 넌 잠 좀 자라고, 울지 말라고, 아이가 엄마 감정 안다고....'



아아... 난 여전히 그 기억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산다.

그 시절의 기억을 상기하자면, 사실 요즘은 정말이지 '못할 게 없다' 싶어서 말이다. 그 시간이 정말 싫었지만 한편으론 참 고맙기도 한 건 바로 '아버지'의 진심과 그 절절한 사랑을... 그제야 알았기에. 말 없던 아버지는 죽고만 싶어서 울고만 있는 딸을 보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아마 생각 끝에 건넨 단 한 번의 표현은 다름 아닌 '괜찮다'라는 진한 한 마디였겠다. 늘 아버지는 나에게 말을 건넸고, 나는 그 한마디에 버티며 그 시절을 견뎠기에.



'괜찮다. 아빠가 있잖아.'



요 근래 부모님 두 분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괜한 눈물을 훔치며 나는 회사에서 생각날 적마다 두 사람에게 문자나 전화를 건네곤 한다. 그리곤 미처 건네지 못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곤 잠시 화장실로 달려간다. 새빨개진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 조용히 미소를 억지로 띄워 본다 '아빠가 있으니 괜찮다'라고. 만약 아빠가 없으면 나라는 인간은 아마 금방 무너질 것만 같다. 그렇게 아직은 괜찮지 않을 것 같은 어린 어른이라... 그의 괜찮은 안녕을 마음 깊이 바라며...




이 사진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미어집니다. 아빠.. 건강해야 해요. 내가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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