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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an 02. 2020

새로운 시작, 긍정하기를   

Follow your bliss...Heaven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깊은 절망 속에서 던져두었던 연필을 다시 쥐고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 빈센트 반 고흐 -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새 두 날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이라고 말하기에 어딘지 어색하지만, 그 작년의 말미에 참으로도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몰려왔기에 정신을 차릴 세 없이 2020년을 맞이해 버린 것 같다. 갑작스러운 시부의 '암' 판정, 그로 인한 평일 병원 심부름 및 각종 신경이 써질 수밖에 없는 '며느리' 로서의 과업들, 그 와중에 그이의 갑작스러운 이직은 결국 확정되었고 그로 인한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했음에, 



나는 요 근래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기에. 

식욕이 없어진 지도 거의 반 년이거늘. 최소한의 체중 유지를 해야 하지만 어쩐지 50kg 을 지켜내는 것도 벅차다. 점점 더 말라가는 몸을 보고 딸 걱정에 친정부모님은 잔소리가 느셨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쓸데 없는 생각이 너무 깊어졌던 탓일까. 앞으로 평일 육아는 그야말로 '독박'을 자청해야 하며, 소위 '경단녀'의 위기가 코 앞인가 싶어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서 그런걸까. 이 와중에 나는 무슨 정신에 몇 달 전부터는 '창업'을 준비하며 교육까지 모두 마친 상태에서 구체적인 가게 부지를 알아보고 사업 기획과 구상까지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 해 두어 가시적으로 부동산 물건 매매만 마치면 바로 시작할 수도 있는 상태였지만.... 나는 결국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와 아이들이 이제는 내게 '우선' 순위이기에.

애써 이런 '변명'을 스스로 해 보는 중이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내 가족 구성원들을 지극히 사랑해야 살아지는 이번 생이라고. 결혼도 내가 선택했고 아이도 이 몸에서 나왔으니, 이제는 어쩔 도리 없이 그들에게 '엄마'로 그리고 '아내'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내야 그것이 참된 도리라고... 더군다나 시부가 아픈데 나 좋자고 내 사업 꾸림에 집중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일뿐더러 나는 이제야 뒤늦은 자각을 하고 마는 걸지도 모른다. 살면서 좋아하는 것만 하고서는 살아지지 않는 삶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실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는 것을.



찬 바람이나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그 모든 것들도 생각해보면 다 쓸모 있는 것들이리라...



싫어하는 사람도 보듬고 살아야 하고, 좋지 않은 상황도 수용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포기하는 법과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조금씩 만들어내며 우리는 결국 '어른' 이 되어가는 걸까. 오늘, 1월 2일. 병원에서 A형 독감 판정을 받고 링거를 통해 수액을 주사받는 약 1시간 정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일 열 개를 겪다 보면 한 번의 좋은 일이 그토록 감사하게 되니. 지금의 난관들을 하나씩 이겨내다 보면 다시 좋은 일 한 개가 불쑥 찾아올 것이라고. 그러니 살면서 감사하지 않을 상황은 사실 없고, 원치 않은 일들 또한 훗날 찾아오게 될 감사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들일 테니... 긍정해 보자고. 



링거를 다 맞고 회사에 다시 돌아가 짐을 챙기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나는 스스로를 속이지 못했다. 결국 긍정하려 애쓰는 마음과는 달리 기어코 눈물을 쏟아내 버렸으니까. 새해 정초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냥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년 이상 근무한 회사에서 본의 아니게 이직을 결심해야 했던 그이의 존재가 아파서. 아이들 걱정에 이제는 '엄마'로 살아야 하는 나는 왜 이렇게 몸이 약해져 버렸나 싶어서. 이 타이밍에 그렇게 미워하던 시부마저 아파지셔서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이 상황들 모두가. 긍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기 위해 애써 밥을 챙겨 먹고 잠깐 일기를 쓰며 나를 달래려 했다. 



시부의 병환, 주말부부를 불사해야 하는 그이의 장거리 이직, 창업의 보류, 경력단절의 위기. 약해진 몸 

내게 불어 닥친 이 모든 현상들은 조금 더 단단한 '나'로 성장시켜 줄 시그널들이라고,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그것은 즉 위기조차도 긍정하며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서든 삶의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방법을 모색해야 비로소 기회가 된다는 의미일 테다.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과업은 단 하나. 우선 긍정해야 한다는 것.



눈서리를 맞아도 본연의 제 색깔을 지키려는 단단한 마음을...지니려 한다. 



솔직히 요즘 나는 자신이 많이 없다. 있던 자신도 달아나려 한다. 

앞 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삶 앞에서 점점 더 한없이 나약해져만 간다. 주변의 모두가 다 나라는 존재를 힘들게 하는 것도 같다. 그렇지만... 그 생각도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내게 지금 필요한 건 있는 힘껏 긍정하는 힘... 새해에는 이 상황들을 돌파해내면서 더욱 긍정하는 훈련을 시작해본다. 아니, 이미 훈련은 시작되었다. 



부디 지치지 않을 용기로 올해의 매일을 긍정하기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그의 간절한 목소리를 기억하면서... 

아이들이 현재 아프지 않은 것에, 더할 나위 없는 감사함을 지니며... 



빛은 빛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따라오는 것을 여전히 믿으려 한다. 새해에는 긍정하기를.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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