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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an 23. 2020

일상을 열심히 지키려는 이유

이제서야 '사람' 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아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 - 




지난주, 1월생인 쌍둥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생일 선물을 받아 왔다. 

태어난 지 이제 꽉 찬 4년을 지나며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인 아이들은 이제 제법 사물에 대한 인지를 어느 정도 하는 것 같았다. 크레파스와 연필, 스케치북과 망원경, 양말과 물감 등. 각종 물건들에 대한 '기능적' 역할에 대해서 잘 감지하여 그것들을 그야말로 '놀이' 삼아 거실 바닥에 포장지를 북북 찢어 놀이터로 만들어 놓았기에.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나왔고 한편으론 그러면서도 스스로 잠시 놀랐었다. 내가 변했기에. 이토록 변한 내가 새삼스러워서. 약간의 청소 강박증(?) 이 있는 내가 한 때 아이들의 존재로 인해 짊어야 하는 양육의 고단함과 피곤함으로 우울이라는 감정이 하루 지나 생기곤 했던, 그런 나약한 나를 자책했었는데.



확실히 변한 나를 요 근래 느낀다. 

아이들을 대하는 '나'는 정말이지 확실히 변했다고. 무엇이 변하게 만든 트리거일까를 잠시 고민하다가 엉뚱한 이유를 떠올렸다. '엄마'의 책무를 성실히 '더' 해 보겠다는 어떤 연초의 어떤 의지 때문이리라고. 그것은 다름 아닌 '책임' 감. 회사에서도 직책이 '책임'이라는 우스운 이유도 잠시 덧붙여 보면서. 이왕 하는 것이라면 '되도록 즐기자'는 오기와 뚝심이 더 진해졌기에. 



아이들이 소속된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답례 선물을 가내 수공업으로 준비하면서 

나는 그 시간의 '나' 에게 요상스러운 감동을 느끼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표현은 되지 않는 감정이지만 단편적으로 토끼 포장지를 하나하나 접어 가며 그 안에 양말이며 간식거리를 집어넣고 손편지를 적어 내려가는 그 시간 동안의 내가 정말이지 뿌듯했다. 소정의 준비를 다 했음에도 포장지가 남는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떠올랐던 친구들의 선물도 잠시 만들어 보며 문득 선명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너희 둘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간들, 이 일상을 지켜내겠다고. 되도록 열심히. 되도록 잘... 




일상이라는 시간을, 큰 균열 없이 지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를..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아마 혼자의 삶만 책임지는 삶이었다면

나는 정도로 열심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책무에 수반되는 업의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 그래서 일상을 '지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인데 반대로 일상을 지켜내려는 이들의 고통과 인내는 얼마나 위대한가를. 생각하다 보니 일상을 지킨다는 것만큼 대단한 게 없지 싶다. 갑자기 불현듯 한 사고로 신체 불수자가 되었을 때, 일상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위기가 다가온다. 그 이후의 일상은 360도 완벽히 달라진다. '현재'를 지켜낸다는 것은, 그래서 얼마나 대단하던가... 우리 삶은 예측 불허하기에 결국 '지금' 이 그래서 소중하다고 사람들은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겨우 토끼 귀를 접어가며 혼자서 밤 11시의 개똥철학을 펼쳐내다가 

잠든 아이들의 존재가 너무나도 고맙고 귀해서, 한편으론 과거에 우울했던 내가 떠올라 소스라치듯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지나간 시간이기에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하면서 결국 '일상'을 지켜내려는 이 다짐에는 결국 '태도'와 '마음가짐' '생각'의 힘이 결코 무시하지 못하는 엄청난 영역임을 다시금 느끼고 만다.  



일상 속 나의 하찮은 말, 언어, 행동, 이 모든 일상 속 선택도 

아무 조건 없이 '엄마 사랑해' 하면서 앉고 앉히려 다가오는 이 아이 둘의 존재에 나는 요즘 커다란 위안과 어떤 용기마저 느끼곤 한다. 그런 감정이 찾아오면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사랑해, 고마워' 라며 같이 껴안아준다. 



결국 우리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 중 하나 또한 누군가를 껴안고 싶을 때.

앉기고 앉을 수 있는 현재의 일상을 지키고 있는 것, 아울러 지키려 하는 것, 이 두 마음 모두 외롭고 지친 우리들을 버티게 만들 수 있는 것들 이리라. 와락. 너희 둘을 아무 이유 없이 아무런 기대와 망설임도 없이 그저 가만히 앉아줄 수 있는 그런 '나'이고 그런 '엄마'로 나도 너희 둘과 함께 성장하기를....



나는 지금 비로소 '사람' 이 되어 가고 있다고. 

토끼들을 만들며 생각 했다. 그렇게 깊은 밤은 지났고 여전히 우리들의 일상은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제처럼 오늘도. 무탈한 우리들의 현실에 고마움을 느끼며... 




아이들을 지켜야 하고, 마땅히 지킴 받을 권리가 있는 소중한 생명들이다. 사랑을 주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을 기억하며. 




우리의 웃음을 지켜내겠다...올해는 더욱.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eat. 한복둥이) 




#너희라는_선물을_이제서야_아는_나는

#비로소_사람이_되어가나_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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