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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29. 2017

21. 오늘의 이벤트

이벤트의 끝에,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반전 이벤트   

 오늘, 긴 연휴를 앞에 두고, 퇴근을 하기에 앞서 회사의 몇몇 지인 들에게 ‘나만의 이벤트’를 해 보았다. 이름하여 ‘반전의 감동’ 이벤트. 말이 그렇지 사실 유치뽕짝 낚시성 메일 제목에, 그저 추석 연휴 안부를 묻는 수준이다.


 나름 어마무시 한건 그저 나의 메일을 받으시는 '숨은 참조'인들의 정체 중엔 회장님, 사장님을 비롯한 글로벌리 한자리 딱 차지하고 계신 법인장님들도 포함되어 있었기 떄문에. (큭큭) 물론 프로젝트 함께 해왔던 각 팀의 특정 팀장님들, 동기들, 선후배 동료들은 내멋대로 '필참'이다 


 사실 이런 스팟성 메일을 과감히 시도한 지는 정확히 8년. 사내 인맥 네트워크라곤 쥐뿔도 없었던 신입사원 1년 시절과 육아 휴직 1년을 뺴 놓고 한결같이 실행해 보았던 나만의 ‘또라이 메일’ 대작전이라고 해 둔다.  


 말이 거창하나, 그냥 메일로 ‘안부 묻기’ 수준이다. 설날이나 한가위, 특정 명절이나 연휴를 앞두고 아웃룩의 숨은 참조인에 내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 후배 동료 상사 등등 특정 다수들에게 안부를 묻곤 했다


다 휘갈겨 두고, '엔터' 버튼만 '탁'누르기 까지 잠시 고민....했다는! (근데 누르길 잘했다며)


올해의 오늘, 추석 안부 메일 내용은 이랬다.     


제목 : [비업무] 인사 드립니다.   

특정 주어가 빠진 제목에, 다소 놀라셨다면 대단히 송구 하옵니다.
추석이 다가온다는 핑계 삼아, 잠시 제 마음에 담아둔 ‘특정 귀인’ 분들께 추석 문안 인사 드려 봅니다.   
9월의 마무리와 10월의 시작, 긴 연휴 잘 보내시옵고   
둥근 보름달을 보시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지금 마음에 간직하셨던 궁극의 소원들
기적같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잠시 상상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때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게 ‘삶’일 수 있을 테니깐요 (찡긋)   
이렇게 핑계 삼아 인사 드릴 수 있는, 살아있는 오늘에 감사한 마음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May the Joy Be with you. Love yourself and Live your life   
Heaven Kim   

#이_인사는_그_인사가_아직절대_아닌걸로
#풍요로운_연휴_보내시길
#송편도_찌고_내살도_찌고_어화둥둥            


낚시 성공 

 ‘인사 드립니다’ 라는 제목부터가 ‘퇴직 인사’를 방불케 하는 나의 낚시성 메일 타이틀에, 꽤나 많은 사내 지인들이 정말 낚여 주셨다. (앗싸 반은 승리) 


 그랬다. 사실 추석 연휴 핑계로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 그게 전부인, 그러나 누군가들에게 재미와 약간의 설렘, 그리고 감동을 주고 싶다는 다부진 소망 하에 급 조작된 나의 자체 한가위 맞이 이벤트는 사실 내게 더 좋은 반전을 선물해 주었다.  


너무나도 긴 연휴가 사실 내게는 좀 버거워서 약간의 우울 탔었는데, 그럼에도 어둠을 밝혀주는 한가위 보름달이 있었지...!

 

 생각치도 않았던 뜻밖의 분들에게 회신이 줄줄이 와 주다니. 정말 의외(?) 의 내용들 까지도. 여기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회신 메시지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동안 감사한 그 내용이 아니라 다행이예요. ㅋㅋ 고맙네 안부 메일 반갑고.    
무미건조한 메일 홍수 속에 예쁜 마음이 전해지네요. 고마워요   
둥이맘, 고생이 많아요. 연휴에 쉴 틈 없을 텐데, 출근하면 치맥 해요   
헤븐의 특정 귀인 5천명 중 1인으로 당첨 되어 영광인걸요. 재미지게 보냅시다  
헐… 이 인사가 그 인사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제대로 낚인 자 여기 있습니다. 승리!   
퇴사하려면 나를 거쳐야 하기에 난 그 인사가 아닌 줄 알고 있었지. 잘 지내~ㅋㅋ  
추석인지도 몰랐는데 새삼 헤븐 메일 보고 알았어요. 따뜻한 마음 역시 헤븐 고마워     


괜히 뭉클해진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진심 담은 마음’이 아닐까.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지지도 못하고 냄새도 없다. 돈으로 살수도 팔 수도 없는 무형체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순도 100퍼센트의 진심은, 전하는 그 순간부터 전해지는 시간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낄 수 있는 온도로 무장한 채 ‘선순환’될 수 있다고.   


 아주 사소한 말, 상대를 향한 작은 배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진심 어린 고마움과 사랑. 사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들을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매일 자주 실천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지 모르겠다.  

 

 가족 끼리도 날 선 안부가 아닌 진심 어린 따뜻한 온기에서 나오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꽤 낮선 풍경이 되 버린 요즘이니 말이다.   


 하물며 타인들의 집합체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장 회사의 월급이라는 돈으로 한달살이를 지속해 나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진심을 담아 누군가의 안부를 오글거리게 묻는다는 건 쥐약(?) 일지 모른다. 가오 세우고 어깨 힘 주고 자기 밥그릇 지키느라 혈안이 되어 있어야 겨우 살아남는 직장생활일 지도 모를테니깐.   


그럼에도 사실 마음 먹으면 못할 건 역시 없다.   

 특히 성격이 받쳐주면(?) 더더욱 말이다. 사실 나는 이벤트를 좋아하는 꽤 피곤한 성격 덕에 기쁨의 대상과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때론 갖가지 일을 벌려 놓곤 한다. 허나 그 덕에 생긴 고마운 습관 하나는, 삶에 무미건조해 지는 대신 촉촉함을 잃지 않는 다는 점..!


하- 말인가 방구인가 지쳐서 촉촉은 개뿔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물론 있다만 여튼!


 오늘의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꽤 기특했다. 

 내가 아닌 곁의 누군가들을 위해 나의 마음을 나누고 작은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었다. 추석 긴 연휴 는 핑계를 통해서 말이다.


 진한 감동이 선순환 되어 다시 내게 돌아오는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아주 작은 문장들의 회신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


 낚여 주신 분들의 재미진 멘트에서부터, 서로의 일상 안부를 새삼 묻고 또 서로 걱정해 주는 마음.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 줬다는 아주 작은 행동에도 감사하다는 그와 그녀, 그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또 하나 깨달은 선명한 ‘진실’을 감히 털어 놓고자 한다. 바로 ‘진심이 전해지면 기적은 일어난다’ 는 말도 안되는 사실 말이다.   


그냥 모양 없는 빛일 수 있는데 두 손가락을 움직이자 동그라미로 변하는 형태, 작은 행동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 (하아 난 뭘 말하고 싶은건지 ㅋㅋ)

 

사실, 오늘 한가위 기념 자체 감동 이벤트(?) 를 실행한 나의 메일 안에는 이런 문구를 분명 적었었다.  

때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게 ‘삶’일 수 있을 테니깐요


그래. 그 말도 안되는 상상 말이다.   

 글쓰기로 마음을 챙기며 에세이스트로 성장하는 워킹맘. 나의 두번째 책이 세상에 한번 더 나오게 되는 순간,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걸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드는 기적들…'


그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금 배달되고 있는 중이라고 나는 간혹 수없이 되 이며 새벽을 시작하곤 했다. 복직하고 약 반년, 그렇게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어 일하고 육아하고 읽고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나에게 오늘, 출간 의사를 물어보는 이 메일 한통을 받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제보다 더욱 간절하며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있다. 어제도 참 간절한 자유시간과 설렘 가득한 가을밤의 글쓰기, 그리고 글감을 경험하는 시간들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기에…


 말도 안되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게 삶일 수도 있다고 나의 ‘당신’들에게 이야기 드렸던 이 말이 정말 나에게 배달되고 있는 것 같아서 몹시 설렌다. 기쁘다. 감사하고 또 마음이 아련해진다. 



삶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기쁨, 슬픔, 아픔, 인내, 성숙이라는 가치는
나만의 이벤트를 거침없이 만들어 나가는 용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용기는 때론 기적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나의 기특한 오늘처럼...


9월이 지나가고 10월이 다가오고 있다. 

 긴 연휴를 시작으로 시댁과 친정, 그리고 아기들을 돌보는 육아의 시간을 거쳐서 다시 출근을 하게 되는 10월 중순, 올해 10월은 내 삶의 이벤트(?) 들을 새롭게 겪어 나갈 것 같은 참 좋은 기분이 든다.   


긴 연휴를 앞두고, 나만의 휴식 시간이 1도도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또 이런 예감은 틀리지도 않는다 젠장) 어리고 또 어리석은 초보육아 엄마 마음에, 사실 퇴근 하면서 질질 짰었다.


진심 쥐어 짜내는 문장은, 역시나 마음에 안 들어서 힘이 들어간다. 뒷 문장에 힘이 없어지고 대충 휘갈긴다. 하아.... T-T



“여보, 나 내일 마감인 단편소설 공모전 포기할까봐…   
“어제 다 마무리 한다고 하지 않았어?”  
“엉망이야…시간도 없어. 마음에도 들지도 않고 억지로 쥐어 짜냈어.
새벽 1시간, 점심시간 1시간, 애기 재우고 30분, 틈틈히 핸드폰 메모장…. 자기 알잖아 나 어떻게 사는지.
대학 때 5년 이상을 도전해도 한 군데도 제대로 인정 받은 적 없어.. 근데 왜 하필 엄마가 되고 또 쓰고 싶어지냔 말이냐고. 나 진짜 또라이인가봐..

 좋아서 쓰는 건데. 기뻐서 하는 행동인데, 이상하게 가끔 그런 내가 밉고 싫어진다


 아주 오랜만에 터져 나왔었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겨우 재워 놓은 아픔이, 집고 기어 나와서 나를 건드리고 말았음에도 말이다. 그 또한 나이기에 다시 힘껏 감싸 안아 본다. 헌데 그런 나에게 주어진 오늘의 대단한 이벤트는 나를 다시 웃고 울리고 말았다.



9월의 마지막 주말, 그리고 10월 1일. 숫자일 수 있는 그 시간들에 새삼 설레는 이유.   

 어쩌면 ‘말도 안되는 상상이 정말 기적처럼 현실로 다가오는’ 걸 믿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올 해의 추석은, 회사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낸 나의 진심의 메시지를 실천해 내고자 한다. 보름달을 보는 자유의 시간을 잠시 누리며, 그 달 보고 소원을 빌어, 그 소원을 조금 더 현실 앞에 끌어 당겨 보겠다는 야물딱진 마음과 함께 말이다.


풍요로운 한가위. 그리고 그 이후의 설레는 10월의 가을을 상상하며.


10월, 또 어떤 이야기들의 나의 삶의 한 챕터를 꽉 메워줄 지, 기대된다. 이야기들아 Come Come....!!


브런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또 경험하게 된다며. (또르르)   
덕분에 잠시 지쳤던 읽고 쓰는 삶을 여전히 그럼에도 지켜내 보겠습니다.
기쁨으로 가득한 연휴가 되시길요. 조만간 '깜놀'소식으로 다시 컴백해 보겠습니다.
 (아 저도 잠시 떨립니다. 실체(?) 를 알지 못하는, 그러나 그리 기다렸던 '쉼'과의 만남을 그저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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