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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02. 2020

너의 슬픔을 나의 것처럼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통해서 자신을 보고, 타인의 괴로움을 느끼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 주려 할수록 

그 공동체의 삶은 더 나아진다. 


- 누구도 멈출 수 없다 - 





가끔 신문 기사 혹은 국제 아동 인권 센터의 미디어 소식들을 접하곤 해서 대략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처참한 줄은 몰랐다. 개발도상국 내, 선진 문화와는 거리가 상당히 큰 여전히 식수가 부족하고 카스트 제도 등의 '계급' 이 존재하는 빈곤층에서의 약자들의 삶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특히 '미/기혼 여성'과 '여자아이'를 향한 성문화는 그야말로 '학대 '수준이라는 것을. 멜린다 게이츠의 주장과 뜨거운 활동은 바로 그 '의문'과 '충격' 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멜린다 게이츠, 부키, 2020.01.02.



고급 교육을 받고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기업의 고위직까지 올라가 봤던 그녀는 재력까지 갖추었기에.

처음엔 다소 그녀의 '배경' 이 그녀에게 힘을 북돋아주었을 거라는 얄팍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내 부끄럽고 미안하기까지 하더라. 결국 그녀의 열정은 다름 아닌 '인권'을 향한 순수한 뜨거움에서 출발했고, 더군다나 처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되면 될수록 더더욱 그녀를 비롯한 지지자들을 더욱 고양시켰다는 것을. 





나는 여성들이 자기 몫의 기회를 가지길 바랐다. 그리고 이런 바람은 젠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작한 첫 번째 자선 사업의 초점이 되었다. 여자아이들이 컴퓨터를 자주 접하게 할 방법을 찾던 나는 지역 교육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공립학교에 컴퓨터를 들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곧 대여섯 곳의 학교와 연계해서 학교에 컴퓨터를 들이는 일을 도왔다. 그러나 일을 할수록 전국의 모든 학교에 선을 깔고 컴퓨터 접근성을 확대시키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즉 부유한 나라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아이들의 죽음을 알 수 없다. 내 양심에 가장 충격을 주었던 것은 바로 이 사실이었다.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죽어 가는데,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소식을 들을 수조차 없다는 것. 세계 보건 분야 사업을 시작한 것이 바로 그때였다. 




여러 케이스를 논하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빈곤국 여성들의 안타까운 실정이었다. 

가족계획조차 제대로 세울 수 없는 현실, 하다못해 피임약 하나 복용하지 못한 채 (있을 리 만무한 환경일뿐더러) 그렇게 형편을 아랑곳할 수 없이 의도치 않은 임신을 당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반대로 여성 스스로 임신을 조절할 수 있을 최소한의 장치를 가지고 그 후에 자신의 교육 수준을 높이려는 환경, 아울러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라면 최소한 '양육'에 있어서의 필요한 음식과 보살핌, 그리고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가지게 되면 비로소 삶의 질은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존을 위한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지켜져야 하는 것들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 한다.....




결국 반복되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기는 바로 양육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들의 교육과 경제적 자립이라고. 

전적으로 동의하나 그 '환경' 은 절대 혼자의 힘으로는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특히나 제도적인 압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노동 착취 혹은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 같은 관습 내에 속해졌다면 (뒤에 말할 '조혼 문화'가 바로 그것 중 하나다) 쉽지는 않다. 그래서 각 '사회 복지 재단'이라는 것이 생겼다면 바로 이런 것들에 초점을 두어서 계속적인 활동을 해내야 할 것이고 실제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런 사회 국제적 구호 활동에 대한 물심양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빈곤국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이 바라는 것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모든 여성이 자신과 아이들에 대해 원하는 바가 비슷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안전하기를,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공부를 잘하기를, 잠재력을 실현하기를, 성장하여 가정을 꾸리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기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바랐다. 더불어 우리는 모두 자신이 건강하기를,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기를, 그것을 사회와 나누기를 바란다. 


무급 노동에 모든 시간을 쏟는 여성들은 일상의 집안일 때문에 평생 그 어떤 꿈도 꿀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무급 노동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집 안에서 수행되는 모든 노동이다. 육아 혹은 다른 형태의 가족 부양, 요리, 청소, 쇼핑, 심부름 등등 보수를 받지 않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하는 일을 말한다.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전기나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경우 여성과 여자아이들이 물을 긷고 땔감을 모으는 데 들이는 시간과 수고도 무급 노동이다. 




전 세계적으로 '복지' 활동을 펼치는 민간 재단이 있다 해도, 쉽지는 않겠다만

어떤 악한 관성에 의해 계속적인 반복을 이뤄내는 문화들은 최소한 전 인류적으로 관심을 쏟아 지속해서 수면 위로 드러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건 정말이지 '개인 관심' 이 1도 없는 이상은 아마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이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 

내 옆에 내 옆 나라의 사람이 어찌 되었든 '나만, 내가 중요하다'라고 하는 시대인지라 (조금 안타깝다 언제나) 아마 이런 인도애적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몇이나 될지 싶다만, 최소한.... 나부터라도 자주는 못 할지언정 꾸준히 이런 계통의 책을 접하고 인지하여 최소한 내 옆 이웃의 '아이'에게만큼은 관심을 쏟는 것이 어쩌면 최소 및 최대의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아닐까 싶다.. 표현이 좀 꼬였지만.. 어쨌든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에는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건 정말 맞는 말이라고 믿기에. 




조혼 관습이 있는 수많은 지역에서 여성 성기를 절단하는 관습도 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여성 성기 절단 관습은 조혼과 깊은 관계가 있다. 조혼 문화가 있는 곳에서는 여자아이의 성기를 자름으로써 아이가 '결혼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공동체에 따라 다양한 절단 방식을 이용하는 데 심각한 경우는 음핵을 절단할 뿐 아니라 질을 꿰매어 여자아이가 결혼하면 다시 뜯어내는 방법을 쓴다. 여자아이의 성기를 절단하고 나면 그 부모는 아이를 시집보낼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통해서 자신을 보고, 타인의 괴로움을 느끼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 주려 할수록 그 공동체의 삶은 더 나아진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따르는 관습과 전통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서로에게 더욱 공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일반화된 관습에 대한 대화는 낡은 편견을 없애고 공감을 더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 부모와 나라를 선택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최소한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아이들은.. 그래서 지켜져야 한다.




결국 살면서 사람 간, 계층 간에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유대감과 소속감, 공동체 의식과 연대감, 그로 인한 안정감 말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에 거의 논외로 여겼던, 금기라고까지 여기는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들에 대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는 찾아오기에.  결국 내 앞사람의 슬픔을 나의 것처럼, 최소한 당신이 아플 때 나도 함께 아파하고 그 슬픔의 짐을 덜 수 있는 '관계' 야 말로, 우리의 현재를, 후세대의 내일을 조금 더 나은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트리거가 되지는 않을까... (아... 그렇지만 뭐랄까, 여전히 답은 없고 어떻게 '너와 나의 잘 사는 삶'에 대한 생각만이 끝없이 이어진다..) 



나의 쌍둥이들이 소중하듯,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양육자' 이기를.... 그런 어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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