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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04. 2020

밀려오는 감정 속에서

사랑만이 남겨지리라...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 






평일 아침이 분주한 이유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일찍 '출근'을 해야 일찍 '하원'을 시킬 수 있다는 나름의 조건을 위해. 너희들과 무사히 등원을 되도록 일찍 해야 나도 일찍 퇴근 후 되도록 늦게 남겨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감사하게도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의 타이트한 업무강도라든지 그야말로 힘든 출퇴근 문화는 아니지만, 미혼과 아이 없는 기혼 시절의 직장생활에서 내가 유독 지키려 했던 '근태' 만큼은 지키자 라는 나름의 강박(?) 이 계속 습관이 된 모양인지 이놈의 성격 탓을 잠시 해 봤다. 아침에 눈을 부스스 뜬 채 엄마의 성화(?)에 힘입어 일어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이려 하다 보니 '급한' 마음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좀처럼 안 먹으려는 둘째와 유순하게 먹긴 해도 새 모이 정도로 먹는 첫째를 바라보며. 나는 또 한 번 죄책감의 쓰나미를 느끼고 말았다. 오늘도 이 죄의식에서는 깔끔히 벗어나는 것은 실패.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시리얼이나 빵조가리를 챙겨주는 주제에. 나는 왜 미적거리는 아이들에게 적잖은 짜증을 부리고 마는 건지. '나'라는 사람을 객관화시키는 찰나의 순간, 부끄러움이 덩달아 밀려오면서도 내 눈은 시계와 아이들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다가오는 감정을 견디고 있었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날 무렵, 그제야 밥을 먹고 싶다는 둘째였다. 

잡히지 않은 택시 콜로 핸드폰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중, 나는 어느 정도의 포기(?)를 한 채 묵묵히 주먹김밥을 만들었다. 정말 순식간에 뚝딱. 어제 만들어 놓은 배추 된장국과 김밥을 아이에게 건넸더니 나름 꽤 잘 먹는 둘째가 새삼 기특했다. TV를 보고 있던 첫째의 입에도 한입 쏙 넣어주니 잘 먹는다... 



녹아드는 감정...겨울 지나 봄이 오는 걸 알면서도 기억을 못하는 것 마냥. 




문득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쁨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1분 전까지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택시에 괜히 마음 조리며 또 승차 거부당하나 싶어서 조바심이 났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간 채 말이다. 길게만 느껴지는 이 겨울이 어서 지나가고 유모차라도 끌 수 있는 속 편한 날씨는 도대체 언제 오는가를 구시렁대는 그 비루한 마음 또한. 아울러 운전을 지지리도 못하는 이 궁색한 능력에 자책을 하면서도.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의 옷을 입히는 순간, 택시가 잡혔다는 신호음이 들렸다. 

그때, 첫째 아이는 냉큼 현관문으로 뛰어가 신발을 신으려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아까까지의 기쁨이 다시금 '슬픔'으로 변하는 걸 급속도로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다만 택시 호출음을 기억하고 엄마의 '바쁨'에 공감이라도 하는 듯 '적극 협조' 하려는 5살 첫째 아이의 태도에서 나는 이상하게 너무나도 슬퍼서 다시금 눈물이 나오려 했다. 사실 협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임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 괜한 자격지심에 너무나도 미안해서 그럤던 걸까. 정말로 툭하면 주르륵 흐를 정도의 물이 다시 눈가에 맺히기 시작하고 만다.  



정말 별 거 아닌 상황 속에서도 쌍둥이들의 몸짓 하나하나는 요즘 나를 살리고 또 울린다.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러운 첫째를 생각할수록 그저 영원한 미안함에, 어리광이 당연한 둘째에게 어리광을 부리지 말라는 엄마의 '짜증' 에도 결국 '엄마 좋아'라는 말을 내뱉은 둘째를 생각하면 못난 어미 자격지심에. 이러면서 키우는 거라고(?) 주변에서는 말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키우는 것에 늘 미안한 죄스러움은 한동안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신생아 시절부터 유난스럽게(?) 키웠던 탓에.... 그냥 미안함만 한껏 앞서고 만다... 



마치 원죄에 속죄라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아침의 부산스러운 시간을 통과하며 아이들을 무사히 등원시키고 난 이후 나는 터벅터벅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다시금 택시 호출 소리를 듣자마자 득달같이 현관문으로 달려가는 첫째의 기특하면서도 짠한 모습이 아른거려 눈물이 맺히려 하는 걸 겨우 참아내면서 나는 생각했다. 오늘이 아니면 사라지고 마는 우리들의 '오늘'을 잘 지켜내자고. 


밀려오는 감정들의 말미엔 '미안한 사랑' 만이 남겨진 채 

나는 정류장에서 회사 문턱까지 걸어가는 내내 어떤 생각만을 하며 걸었다. 조금 더 웃고 앉아주며 너희들을 사랑해보겠노라고. 화내는 시간이 아니라 웃고 앉아주기도 모자란, 우리들의 인생은 꽤 짧기에. 그런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괜찮아지기 시작한 마음과 만났다. '아침'이라는 다시 시작된 '오늘' 속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시작들에 '사랑' 만을 더 보태는 연습을 할 뿐이라고, 지금은 그럴 시기라고 나는 생각했다. 



힘차게 앞으로 유영해보자. 나의 너희 둘을 위해서라도... 




#미안하다_민아_사랑한다_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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