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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23. 2020

일상이라는 흐름, 그 속의 악센트

일상의 악센트 

언어를 쓰는 것은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 늘 생각한다.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는 말에 얼마나 마음이 움직일 수 있을까. 

내용이 어떻든 들으면 기쁠지 슬플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까. 


- 일상의 악센트 - 





30분 이상 연속적인 독서가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아이가 있는 기혼 시절에 접어들고 나서야 진심으로 알게 되었다. '평범' 하다 생각했던 미혼시절 혹은 아이 없는 기혼 시절의 24시간이 마냥 사무치게 그리워질 정도로. 쌍둥이를 낳고 키우고 성장시키는 시간 속에서 '여유'라든지 '연속적'인 무언가에 제대로 정신과 신체를 집중시키는 건 쉽지 않았고 여전히 그 연장선 속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변한 게 있다. 지키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있는 힘껏 해 버리는 것... 

가령 떠오르는 글감은 메모해 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글자로 옮기는 일이라든지, 단언컨대 '독서' 또한 마찬가지. 5분이든 10분이든, 30분이든 운 좋아서 1시간 이상이든. 읽을 틈이 생기면 읽으려 했고, 어떤 전략도 생겼다. 짧은 틈엔 비교적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긴 여유가 생기면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책들을 읽곤 한다. 뭐든 '읽고 쓰며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위안을 받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스스로의 무기를 갈고닦아 나가는 시간... 간혹 그중엔 가볍게 읽기 시작했으나 그 가벼운 선택에서 꽤 진지한 고마움과 깊은 생각을 서리게 만드는 책들과 만난다.  '일상의 악센트'처럼 


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흐름출판, 2020.02.20.



누군가에게 책이나 편지를 선물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받는 입장' 이 별로 되지 못했던 터라, 반대로 받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주라던 옛 현인들의 말을 실천하듯 그렇게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중에, 이 책을 만났고 나는 되려 커다란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에 젖어들었다. 일상의 귀중한 성찰들을 이토록 담백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전하는 작가의 일상은 얼마나 반듯할까 싶었고, 아울러 그 반듯한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면서 되려 나의 일상을 돌이켜 보게 되었으니까. 



나는 늘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잘 살펴보자고. 잘 살펴보는 것은 들여다보는 것이다. 들여다보는 것은 숨어 있는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의 눈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근사한 부분이나 자랑할 만한 모습, 숨어 있던 다양한 면모가 보인다. 모두 얼핏 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 말은 정말 그런 것 같다. 평소에 보지 않았던 것들도 관찰하니 비로소 아름다운 것처럼...



잡지의 편집장, 서점의 주인, 한때는 미국으로 홀연 떠나 채무자가 되기도 했던 

작가의 '평범' 하다던 일상이 어쩐지 근사해 보이는 건, 그의 문장 안에서 그 생각의 가치관이라든지 마음의 정돈들이 '글'로 전달되었기에. 한 사람의 생각이 글로 전해질 때 그 문장들 속에서 그 사람의 삶 자체가 보일 때가 있는데 바로 '일상의 악센트' 속 작가님의 경우가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단조롭게 보이는 그의 일상조차도 빛나 보였던 건 바로 그가 삶을 대하는 바르고 맑은 자세를 문장 안에서 엿보였기에.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이겨내고 다시금 진실된 오늘을 살려는 작가님의 생각들은 실로 대단한 부자로 보이게 만든다. 



펜을 쥐고, 때로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첫마디를 쓸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편지를 쓰는 이유는 상대방을 기쁘고 흐뭇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답장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진솔하고 다정하게 머리는 쓰지 말고 마음을 듬뿍 담아서. 


내 마음을 상대방의 마음으로 향하게 하면, 그 안에서 사랑이 피어나 모든 일에 마법처럼 작용한다. 물론 내 기운을 헤아리는 것도 잊지 말자. 그리고 무슨 일이든 마음을 담아하자. 정성스럽게.




당연하다 생각해서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단순한 말 한마디라도 

상대를 생각하며 그렇게 마음을 담아내는 안부들은 얼마나 듣는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던가. 아이들이 노는 틈새를 피해 거실에서 읽을 수도 있었을 한 권의 책을 일부러 안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잠시 문을 닫아두고 극세사 이불속에 숨어서 그렇게 30분 정도를 온 마음을 집중해서 읽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옅은 우울함에 휩싸여 있는 내게 잔잔한 용기와 일상을 다시 일으켜낼 수 있는 어떤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주게 만드셨으니까...  아이들이 다가오고 다시금 책을 덮어야 했지만 나는 내내 이 문단을 되도록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용기를 내 지금 있는 안전권에서 뛰쳐나올 것, 처음에는 고독해도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기면 생각하는 법뿐 아니라 시간 사용법이나 돈 쓰는 법 등 습관까지 바뀌어 훨씬 세련된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하게 된다...




리셋 버튼을 다시 누르기 시작하려는 지금

'일상의 악센트'가 이토록 고마운 이유는 바로 이런 '나' 때문이리라. 계속해서 끊임없이 흐르는 이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만의 일상을 잘 지키며 그 안에 어떤 성장의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악센트'를 만들어 내려는 이 시작점을 내내 고마워하기로만 한다. 


@ Nextwave_pub  instagram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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