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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29. 2020

책을 향한 헌사

책에 바침 

책 애호가의 절대다수는 텍스트 애호가였고 이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 책에 바침 - 




얼마나 '책'을 향한 애정이 있어야 이런 '책'을 또한 쓸 수 있을까. 

이 독일 작가님의 '헌사'는 다방면의 '책'에 대한 면모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책의 사용성에서부터 전문성 가지, 모여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들에 대해서. 조금 '아니 그런 생각까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비싼 책과 싼 책, 발견된 책과 선물 받은 책, 사인된 책과 독점된 책, 버린 책과 금지된 책, 독본과 초판본, 사전과 서평용 견본 등등. 어찌 보면 이건 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이라는 물체를 증명하는 '텍스트'를 향한 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만 같다. 



책에 바침,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쌤앤파커스, 2020.02.10.



읽거나 쓰는 사람의 단편만을 아는 나로서는 

아직 이 작가님의 깊은 뜻을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건 '책'의 다양한 형태마저도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엮기까지 '텍스트'로 남겨놓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가상한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책'을 향한 사랑이겠지 싶을 정도로. 




책을 손에 들고 있으면, 그 한 권의 책이 생겨나기까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논의를 하고 무엇을 조언하고 결정해야 했는지 아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은 모든 텍스트가 반드시 책으로 출판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문학 분야에서는 극히 일부만이 책으로 출간된다. 청탁한 일이 없는데도 출판사로 보내져서 읽히지 않은 채로 편집자의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원고들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은 인쇄되지 않은 텍스트를 집필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니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가 텍스트에 대한 표창이다. 책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바침, p 23, 24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책으로 가득 찬 공간마저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




퇴사 직전에 사실 서점 창업 교육을 수료했었다.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공부하고 그 세계를 현실적으로 접해보려 했기에. 최근 급히 퇴사를 하는 지경에 처해버렸지만, 그로 인해 있던 자신감마저 이상하게 없어져버리고 마는 요즘을 통과하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책방'을 향한 어떤 바람은 여전히 옅게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살리게 만든다. 책으로 내 세계가 존중받기를 바라는 어떤 알량한 개인의 욕심을 숨긴 채... 생각했던 이들을 초대하는 장면을 늘 꿈꾸는 일상을 포기하지 않은 채. 내 지친 영혼이 잠시 머무르기 좋은 곳, 아울러 당신의 영혼도 잠시 머무르기 좋은 곳... 그런 '천국의 책방'을 여전히 꿈꾸는 나는... 



서점처럼 헌책방도 책들이 잠시 머무르는 장소이지만, 헌책방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 누구의 신경도 거스르지 않는다. 그렇다. 그곳에서는 기다리는 것이 존재의 더 나은 부분, 어쨌든 더 품위 있는 부분이 된 듯 보인다. 


책에 바침, p. 168




아직 '광' 적이라 붙일 정도의 책쟁이는 되지 못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읽고 수집하고 그 시간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책을 수집하듯 문장을 수집하고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를 다시금 '텍스트'로 세상 밖으로 좀 더 여실 없이 후회 없이 한편으론 상처 받을 것을 각오하고 과감하게 써 내려가 보고자 하는 이 마음은 어쩌면 '중독' 이겠다. 읽고 쓰는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 어린 중독... 




진정한, 정말로 진정한 장서 광은 결국에는 자신의 책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개의치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장서를 돌볼 시간이 없었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 장서 광은 중독된 자들이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책 중독도 끊임없이 복욕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책들이 책장 밖으로 넘쳐나고 바닥에 높이 쌓이고 빈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마지막에는 책들 자체가 가구가 되고 심지어 정말 마지막에는 소유주의 유일한 가구가 된다. 


책에 바침, p. 174




쉽게 추천하진 못하는 책이지만 한편으론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은 읽으셔야 할 것만 같은 책, '책에 바침'이다. 




책과 조명과 사람, 음악이 적절히 잘 어우러진 공간을.... 힘들때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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