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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02. 2020

유튜브로 출근을 시작했다.

퇴사 후 첫 평일 

그래, 어떻든 간에 인생은 좋은 것이다. 


- 괴테 - 





퇴사 후 첫 월요일 

바뀐 게 있다면 아이들의 등원이 늦어졌고 하원이 빨라졌다는 것. 아이들의 '출퇴근' 시간은 줄었고 나의 출퇴근 시간은 '고정'에서 '변동'으로 바뀌었다는 점이겠다. 집에서도 느슨하게 풀어지고 싶지 않았다. 풀어지면 한없이 늘어질 것만 같았기에. 습관과 시작이란 꽤 무서워서 한번 그래 버릇하면 계속해서 그렇게 된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나는 퇴사 후 첫 주말부터 사실 어떤 습관을 훈련하기로 했다. 



집에서도 되도록 옷을 갖춰 입을 것을. 

너무 편안한 운동복이나 목 늘어난 면 티셔츠가 아니라 되도록 깔끔한 복장과 헤어를 비롯한 겉모습 상태를 '출근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와 흡사한 형태로 '자신'을 꾸며볼 것을. 회사를 다니며 쌍둥이들의 등 하원 시간은 언제나 LTE급으로 순삭이었고 그로 인해 거의 전쟁 같은 아침과 저녁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퇴사를 한다고 하여 엄청난 여유나 여가가 밀려오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대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하물며 아이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에 나는 다른 '일'을 하기로 결정했기에. 



그렇다. 일... 나는 그 '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바로 '유튜브'였다. 

일상의 재미라면 재미겠다면 비단 '재미' 만으로는 절대 유지할 수 없는 플랫폼은 다름 아닌 '유튜브'. 작년에 개설해 놓고 막바지 원고 작업 및 아이 돌봄 등등의 핑계적 사유로 인해 나는 몇 편의 책과 돈 관련된 이야기들의 영상만 남긴 채 잠정 중단을 했다. 그러다가 다시 부활을 시켜버린 것이다. 퇴사 덕분에... 




아무렴 어떨까, 좋아서 하는 일은 역시 시간이 5G 급 순삭이다... (이게 뭐라고 나 원 참) 




출근할 곳이 사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일이 되지 않아도 재택근무(?) 하는 기분으로 이것도 나의 즐거운 '업'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기에. 막상 해보니 새삼 이것이 정말 '일' 이 되어 버린 것 같더라. 등원 길에 잠시 '앗' 하고 생각나버린 아이디어나 글감을 그저 '텍스트'가 아닌 '영상'으로 남기는 것뿐... 그럼에도 10분의 영상은 장장 3~4시간의 편집을 요하는, 이것은 분명 '일' 이 맞겠지 싶었다. 



나름의 개인 취향적인 디자인과 썸네일, 유튜브 채널의 배너 등의 디자인을 완성시키자 

어느새 오전의 유튜브 작업은 하원 시간이 되어서야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오후 간식과 저녁 반찬거리를 미리 준비하고 부랴부랴 쌍둥이들을 데리러 갔다. 그 길에서조차 머릿속에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삼 신기했다. 나는 정말 '일'을 좋아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쉬는지'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온 것이 그대로 습관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곁에서 보는 누군가는 쉴 줄 모르는 이런 나를 두고 신기하게, 때론 안쓰럽게, 때론 어이없게 바라보실지도 모를 일이다만, 아무렴 어떨까. 결국 내가 좋아서 혹은 내 의식과 무의식적인 것들이 이토록 나를 움직이게 인도하는 것을. 



뭐라도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 요즘이라... 매일 쓸고 닦고 청소는 기본에 틈만 나면 읽고 쓰고 더 그럴 듯싶다...



이 흐름에 그저 인생 속 점 하나 찍어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다시 시작한 소박한 '일' 들이 지금의 나로서는 굉장히 소중하다. 육아라는 댁 내 가사 노동을 비롯하여 원고라는 집필 노동, 콘텐츠라는 기획 노동. '노동자'라는 타이틀이 더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들은 어쩌면 몸과 머리와 마음을 쓰는 노동을 하며 삶을 지내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유튜브. 

당분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빠져있지 싶겠지만 사실은 '글'만 할까 싶다. 그래도 어쨌든 유튜브로 출근을 해버린 오늘의 나는, 무보수임에도 이만큼 몰입과 희열과 끈기와 인내와 창작과 기획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플랫폼은 아마 흔치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 1개의 영상을 올리며 얼굴에 철판 하나 더 깔아버린 셈 쳐 버렸다.



퇴사한 마당에 아무렴 어떨까 싶어서. 

일단 되는대로 이렇게 살아보기로 한다. 



바람 따라 그대로, 그래도 방향만은 제대로 흘러갔음 싶다. 



#헤븐TV_재도전









https://www.youtube.com/channel/UCQKO125Z4V67uho_rmKHGlA?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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