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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19. 2020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44통의 편지로부터 

우리가 사는 이 유동하는 현대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아무리 한 곳에 머무르려 애쓴들 

우리 모두는 좋든 싫든, 알든 모르든, 즐겁게든 서글프게든 끝나지 않을 여행길에 오른 셈이다. 

그러니 결국 이 편지들은 '여행기' 일 수밖에 없다.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44통의 지그문트 바우만의 편지들은 

예측할 수 없는, 끊임없이 변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일침을 전한다. 읽고 있자면 때로 현대 사회의 '몹쓸' 단상이 보이기도 하고, 하물며 현대인으로서의 우리들의 현재를 돌이켜 보게 만든다. 무엇이 과장되었고 그 과장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지를, 무엇이 축소되고 있고 그 축소로 인해 우리가 간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은 것과 가르고, 지금도 문제이긴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큰 문제가 될 법한 일들이나 가짜 경보나 일시적인 소동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사는 이 유동하는 현대 세게는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아무리 한 곳에 머무르려 애쓴들 우리 모두는 좋든 싫든, 알든 모르든, 즐겁게 든 서글프게 든 끝나지 않을 여행길에 오른 셈이다. 그러니 결국 이 편지들은 '여행기' 일 수밖에 없다. 


p. 11, 편지에 관한 편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동녘, 2019.04.12.



바우만으로부터의 44통의 편지들은 불편한 생각을 자극한다.



현대인의 불안 중 하나는 바로 '변화' 들 때문일지 모른다. 

정착하고 안주하려는 심리와 정 반대로 흘러갈 때. 예컨대 바이러스의 국면에서 입학일이 지연되고 금리는 마이너스 제로 금리의 시대로 흐르며 유가가 폭락하며 연일 물결치는 지수. 이 모든 '변화' 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공포 지수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지 싶다. 아울러 그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쉬이 고독할 수도 없다. 온라인 시대는 우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누군가들에게 열려 있으라고, 나를 좀 봐 달라고. 라이킷과 댓글에 어느새 민감한 우리들이 되어 있는 건 아닐는지. 




자기 자신하고만 지내는 시간,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꿈, 자신의 걱정과 바람만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는 곁에 다른 사람 없이 자신만을 벗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잊었을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애초에 그런 기술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혼자 있는 기술을 쓸 줄 모르니 혼자 있지 못하는 것이다. 


굳이 어디로 향할지 장담할 수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가 내키지 않는 상황을 이어가면서까지 다른 사람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 대화가 탐탁지 않은 방향으로 틀어질 징후가 하나라도 보이면 그대로 접촉을 끊으면 된다. 그러니 위험할 것도 변명하거나 사과하거나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p.16-19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혼자일 필요가 없는 시대다. 핸드폰만 켜면 누군가가 보이니까. 

그들의  화려한 일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어두움과 외로움은 보일 리 없다. '남' 이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버튼 하나 꾹 눌러서 상대를 기쁘게 혹은 잔혹하게 죽일 수도 있는 '넷 드링킹' 시대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깊은 연결고리는 없다. 결코 진실성이 담긴 응원이라고도 장담할 수 없다. 화면 속의 네트 워킹된 사람들은 언제 버려도 아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시 찾으면 그만일 테니까..... 그래서 현대인들은 반대로 열린 세계 속 고독을 느낀다. 철학자의 편지는 바로 이 점들을 주목해서 뼈아픈 자극을 우리에게 건넨다. 




비밀성은 우리가 알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간 사이의 유대를 가능케 하는 공존의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자신의 비밀을 '가장 특별한'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에게 털어놓는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잠가두는 것, 인간은 바로 이 방법으로 우정의 망을 짜고 가장 좋은 친구를 지명 보유하고 조건 없는 평생의 헌신을 시작 유지하며 개인의 느슨한 총합을 긴밀하고 통합된 집단으로 바꿔내는 마법까지 부린다. 한마디로 인간은 그 방법으로 세계에서 작은 영토를 오려내고 그 안에서만큼은 소속과 자율 사이의 힘겹고 성가신 충돌을 마침내 잠재운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이용 가능하려면 그가 저 자신을 이용 가능하게 내놓아야만 함,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타인에게만 그렇게 한다.


p.55, 60, 프라이버시의 기묘한 모험 




핸드폰을 열면 연결이 된다... 접속은 쉽게 닿고 쉽게 없어진다.




현대 세계는 끊임없이 소비를 유도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광고의 시대다.

미디어는, 브랜딩은, 마케팅이라고 하는 마법의 도구들은 우리로 하여금 계속해서 '부축 인다'. 나를 원하라고. 나를 사 달라고, 당신의 지갑을 열라고. 소신과 신념이 뚜렷한 이들이 아니고서야 쉽게 현혹되고 그것은 '소비 습관'으로 정착한다. 스타일을 유지하려 계속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소비를 하는 우리들의 씀씀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잠시 생각에 빠진다. 미니멀리즘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이들에게 미니멀리즘 또한 역설 같아서. 그렇게 우리는 모두 '차이'를 가지고 있다. 너와 나는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다... 




경계 긋기의 목적은 차이를 만드는 데 있다. 이 장소와 다른 모든 장소에 차이를 만들고 어떤 시간 범위와 다른 모든 시간에 차이를 만들고 인간의 한 범주와 다른 모든 인간에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차이를 낳는 다름' 즉 각각 다른 행동 패턴을 적용해야 하는 차이를 만듦으로써 확률을 조종할 수 있다. 어떤 경계의 이편 또는 저편에서는 특정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 다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낮아지거나 사라진다. 형태 없던 덩어리에 구조가 생긴다. 259 경계를 긋는다는 것 


p.259, 경계를 긋는다는 것 




편지의 마지막 편에서 '카뮈'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 번 더 인간 존재의 필연에 대한 생각에 잠시 헛발질을 해 본다. 고독한 인간들에게 자유란 어떤 의미인지를, 결국 자유롭게 살다가 자유롭게 죽기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일을 하는 게 아닌지를.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살아야 살아지는 인생들에 대해서.... 생각엔 끝이 없고 단지 그것을 이제는 '글'로 이렇게 토해내는 시간에 감사하며 지낼 뿐이다.. 




인정과 반항의 결합, 아름다움과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걱정의 결함이 카뮈의 기획을 양 전선에서 지켜준다. 하나는 자살의 충동으로 가득 찬 체념이요, 다른 하나는 인간이 반항하며 겪는 손실에 무심한 자기 확신이다. 카뮈는 자유를 향한 반란과 혁명과 싸움이 인간 존재의 필연적인 측면이라 말하지만, 이 바람직한 노력이 끝내 횡포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 한계를 정하고 지키라고도 말한다. 진정 카뮈가 50년 전에 죽은 사람이란 말인가. 


p.285, 알베르 카뮈, 또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 




자유롭다는 것..... 늘 추구하나 쉬이 닿을 수 없는 가치



퇴사를 했고, 나는 일정 부분 자유인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생이라는 걸 인정하며 지낸다. 내가 아닌 타인들을 위한 노동은 여전하기에. 하물며 나를 위한 노동 또한 어떤 부분에서는 바람직함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것들도 생긴다. 이렇듯 완벽한 자유를 갈구한다 해서 성취할 수 있는 완벽함이란 어쩌면 이 세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걸까 싶고. 모르겠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양서를 읽고 즐길 수 있는 삶이라면..... 아울러 이토록 좋은 책들은 우리로 하여금 불편한 생각을 애써 꺼내게 만들어 사유하게 만들어 주니. 괜찮지 싶다... 설령 고독할 시간조차 없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라 할지라도. 



혼자의 시간에서 비로소 꽃이 핀다고 믿고

산다... 혼자의 시간은 그래서 중요하다. 누가 보지 않는 시간의 내가 진짜 나이니까. 




Heaven, Having...your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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