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Apr 07. 2020

퇴사 후 남는 찐 동료들은 '기버'였다.

퇴사 후 느낀 찐 교훈 시리즈 6탄) 시간과 돈...

불행은 누가 진정한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 


- 아리스토텔레스 - 





퇴사를 했지만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내는 극소수의 동료들이 있다. 

안부의 주고받음 정도지만 생각해보면 그 사소한 일상의 안위를 궁금해하는 것, 누군가의 질문에 그에 맞춰 일상의 안녕을 호응하듯 받아주는 것, 서로의 힘듦을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는 것, 사소하지만 그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은 퇴사 후 정말 남는 '관계'라는 생각에 괜스레 감사하고 회사 생활 '헛'으로 하진 않았구나 싶어서 아련한 그리움도 잠시 스친다. 



생각해보면 남는 동료의 공통점은 사실 뚜렷했다. 이 두 가지를 서로 주고받았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언컨대 이 두 가지가 확실한 이들이었다. 바로 '시간'과 '돈'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영리를 목적으로 만난 기업 혹은 조직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만난 이들이기에 '일' 그 이외의 것은 되도록 섞지 않는다 할지언정,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임에 분명하고 그것에 어찌 이성만 담을 수 있을까. 로봇이 아닌 인간이기에 '감정' 이 담길 수 있는 것, 그것 또한 바로 일터를 힘들게도, 반대로 버티게도 만드는 동력이라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인간성, 다른 말로는 인성, 그것의 '진짜'는  사탕 발린 '혀'로 보이는 게 아니었음을. 

그들은 현실에서 그 두 가지를 실천해내며 선행 모범을 보이시더라. 일을 하다 정말 불행해졌을 때, 견딜 수 없는 일터의 고충이 있을 때. 정말 나를 위하던 동료들은, 그들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내게 주려 하셨다. 차 한잔을 건네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손을 내밀었을 때 자신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선뜻 그 두 가지를 먼저 건네는 '기버' 같은 이들이었다. 



동료애.... 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결국 보인다. 



기버는 아무나 되지 못한다. 그들은 '무엇을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니까.

그런 두뇌 구조와 감각과 선행적 이타심을 동시에 가졌기에... 그래서 기버가 위대하고 대단한 것이다. 줄 생각을 먼저 하는 위대한 그릇은 부모 자식 간에도 쉬이 생기지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타인에게조차... 그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나 가지지 못하고 또 아무나 현실에서 '실행' 해내지도 못하니까. 


반대로 그 두 가지 없이 그저 '입'으로만 마음을 주고받았던 이들은 남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테이커' 혹은 '매쳐' 였으리라. 나 또한 그들에게 테이커 혹은 매쳐로 남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만. 여하튼 그들의 공통점은 관계 속에서도 이해득실 따지고 계산기를 두드렸을 것이다. 나쁜 건 아니다. 그저 누군가의 불행과 고충은 '남 일'이라고 생각하며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포장하며 건네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입만 살아 있는 안부... 선뜻 시간과 돈을 건넬 정도의 여유가 없었을 걸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들은 씀씀이에서도 차이를 낸다. 지갑 여는 법은 당연히 먼저 없고 주기보다 받는 데 익숙한 이들도 대부분이었다. 먼저 밥 먹자 해놓고 계산할 때 뒤로 물러나는 센스(?) 에는 적잖은 황당함을 일으키기도 하는 웃픈 사연의 주인공들... 반대로 그런 이들 앞에서는 이열치열이었던 나의 그릇도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고.  



물론 곳간에서 인심 난다 하지만 곳간이 여유롭지 않음에도 뭐 하나라도 나누려 하는 건 기버들이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아마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느껴지는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 상대가 나를 '이용'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하며 배려하고 독려해주는 것인지. 주의할 점은 '혀'를 잘 놀리는 이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는 것... 구분은 그래서 쉽지 않다. 반대로 그 구분은 결국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확실히 구분이 된다. 회사 관계도 마찬가지. 퇴사 후 진짜 남는 동료 관계에 대해서는 조직 속에 있을 때는 모른다. 대부분 자신의 일과 커리어에 도움을 주는 이해득실을 보통 따지게 되니까.... 인간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바로 그 두 가지, 시간과 돈... 그것을 선뜻 건네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힘들고 어두울 때 곁에 남는 관계가 진짜 관계다....



기버였던 동료들의 대화법은 매처나 테이커와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구체적'이었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언제 한번 봐야지, 그래 힘들겠다,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식의 발언이 아니라 상세했다. 내일 밥 먹자. 2시에 차 한잔 하자 그럼. 먹고 기운 내라. 그 문제는 그렇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건 그분이 잘 해결할 것 같은데 등등등. 세심하면서도 예리하게.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기본 베이스는 친절하고 진실되며 현실적인 조언과 위로를 건네는 그들은 대화를 주고받음도 마음 씀씀이도 예술이었다... 기버들에게는 받은 만큼 배로 돌려주고 싶어서 나도 그들에게 '기버'가 되려 노력했었지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 퇴사 후 그들에게만큼은 미안함과 그리움이 사뭇 남는다. 



지난달, 그 '기버' 들에게 소소한 기프트콘을 선물했었고.

그리고 여전히 나의 간식 배달 기프트콘을 줄 상대를 생각하다 보니 이런 글까지 쓰게 되었다. 내게 시간과 돈을 선뜻 건네주며 마음을, 서로의 시간을 같이 나누며 '일터'라는 '전쟁터'에서 함께 견뎌내 주고 때로는 성실된 성장을 함께 하려 했던 그 찐 동료들에게..



내일, 그들의 출퇴근길과 더불어 회사에서의 시간이, 만개한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기를.

어딜 가도 잘 될 그 동료들에게 안녕과 행운을 비는 저녁이다...



벚꽃이 아름다운 건, 혼자가 아니라 그 작은 꽃들이 같이 피어있기 때문이리라..... 서로를 지탱하며. 



#고마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죽음'을 생각하던 아침 길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