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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8. 2020

2100명, 브런치 독자님들께

고맙습니다. 

내 목표는 보다 깨어 있고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어느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온전하게 인식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한다. 


- 위즈덤, 오프라 윈프리 - 





안녕하세요. 

오늘은 2100명 중 한 분에 속하실 '당신' 께,  '헤븐' 이라는 '이웃집 여자'가 건네는 편지로 가볍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편지' 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편지 말이지요....어쩌면 편지 쓰는 걸 좋아했던 탓에 이렇게 이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게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편지' 도 결국 '글' 이고 '이야기' 이며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책' 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저의 2100명의 브런치 독자님들.

21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여자로 이번 생을 살아보고 있습니다. 21이란 제게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인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숫자라서 말입니다. 구독자 수가 2100 이란 숫자를 발견한 순간의 제 시간은 오후 1시 5분을 넘기고 있고...저는 식탁 위에 앉아 있습니다. 거실에는 음악이 흐르고 읽다만 책은 노트북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어린이집에 등원해 준 덕분에 오후의 여유를 감사히 즐겨보고 있네요.. 오늘은 새우깡이 아니라 '짱구' 과자도 함께입니다. 역시 글을 쓸 땐 맥주 아니면 과자를 먹으며 쓰는 '인간미' 넘치는 저이기도요... :)  (단짠의 조화는 새우깡과 몽쉘통통이지요..그래도 최고의 글 안주친구는 '술' 이랍니다. 글빨은 술이라며




편지를 쓰는 마음은....언제나 살아 있다. 



읽어 주시고 구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이고 다소 솔직하고 발칙한 개인 글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주시는 댓글의 대부분은 응원과 격려, 한편으론 칭찬의 말씀도 주셨지요. 아마.... 여러분은, 이 글을 지금 우연이라도 읽고 계실 '당신'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당신의 댓글 글자 문장이 글을 쓰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는 것을요. 하물며 과한 칭찬이나 토닥임을 주시는 너그러운 독자님은 진정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러니 그 사랑, 저 뿐 아니라 '곁에 살아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 에게도 그 사랑을 꼭 표현해주셨으면 합니다.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누군가의 글이 좋은 건 어쩌면 그 사람의 삶과 이야기가 좋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이기적인 본성의 인간은, 누군가의 불행에 더 마음이 끌리기도 하지요. 네 어쩌면 제 글이 그닥 좋은 이야기들(?) 만 가득한 건 아니라서, 그래서 한편으로 그 점이 공감이 되는 걸까, 그 느낌이 결국 2100명이라는 구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된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편지는, 그래서 고백하기 좋은 감사한 도구지요. 




제 불행은 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저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글을 쓰며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와 자리와 입장과 환경 속에서, 흔히 겪기도 할 수 있을 법한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일지도요. 바이러스의 시대, 국가 부채의 심화, 흔들리는 증시, 예측할 수 없는 실물 경기의 악순환, 내집 마련의 난관, 나아지지 않는 가계 살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볼까요. 텍스트보다 미디어가 앞서는 시대, 읽는 것 보다 보는 게 좋은 세대, 댓글 공격, 젊은 죽음의 증가, 기술의 진화 그로 인한 인간성의 결여, 로봇이 대체하는 일터의 증가, 업종의 붕괴, 브랜딩 마케팅의 시대, 속고 속이는 주종 관계와 상하 계급사회, 여전한 정치, 여전한 소란스러움.....



절망의 시대에 변화를 꿈꾸는 법이 저에게는 '글' 이었고 여전히 '글' 입니다. 

한 개인의 외로움과 절망, 고통과 극복의 시간에는 언제나 제게는 책이 있었고 글이 있었어요.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만든 첫 에세이 매거진은 책으로 출간되는 영광을 얻었지요, 퇴사 전후로 '워킹맘 표류기' 라는 작은 매거진을 만들려 했을 때에도 저는 어떤 '극복' 을 해내려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들로 출발한 글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개인의 이유가 모두의 이유 처럼... 글로 소통을 이뤄낸 것 같아서...



저는 눈물이 흐를 정도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2100 이라는 숫자는 별 거 아닌 숫자일 수 있음을 압니다. 1만명이 구독하는 '작가' 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기쁘고 감사한 이유는...오로지 이 숫자는 '글' 하나만 가지고 만들어 낸 작은 성과이자 큰 선물과도 같기 때문 입니다. 어떤 이벤트(?) 하나 없이 오로지 글을 꾸준히 썼을 뿐인데...과분한 격려와 응원을 받았던 덕분이기도 하고요. 




좋은 댓글을 읽을 땐, 날아가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날개는 없지만요.. 



어떤 시인이 그러셨죠. '외로우니 사람' 이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사람' 이라서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보고 기르다보니.... 외로움과 고통은 더할 나위 없이 더 쌓이는 역설을 경험해보고 있네요. 이번생은 그럴 것 같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그 외로움을 짊어 지고도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아울러 어느덧 치기 어리고 어리기만 했던 20대를 지나 30대 후반전과 동시에 좋은 마흔, 너그러운 쉰의, 이 사회의 중년으로 살아가면서 좀 더 좋은 '이야기' 를 그저 쓰고 싶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좋은 사람의 좋은 이야기란 저로서는 '절망' 을 솔직히 이야기 하는 시간입니다. 

결국 절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반대로 그 절망 끝에서 나를, 너를, 우리를 짓밟은 그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절망은 끝내 기어코, 결국....거치고 만다는 어떤 '희망' 까지고 가질 수 있는 용자이기도 하다고..믿고 삽니다. 



여전히 고통스럽고 슬프고 절망을 잘 하는 편입니다. 그 덕분에 눈물도 많지요. 

그러나....오늘은 2100명의 구독자 분들 덕분에, 절망의 공개가 희망이 되었고, 그렇게 누군가는 읽고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 하고 있음에, 그저 감사함 하나만을 간직하고 살아보려 합니다. 



감사를 말씀 드리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시작한 편지가 어느새 이렇게 장문이 되어 버렸네요

글 양 채우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힌 사람임이 이렇게 들통 납니다... :) 이만 줄여야 될 것 같습니다.



이 편지를 읽어봐주실 2100명의 구독자님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뵙게 될 2500명, 3000명의 구독자님들,,... 언젠가 10,000명의 '당신' 들과도 만날 수 있게 된다면...그때는 좀 더 부끄러움 없고 여전히 진솔하며, 아울러....



조금 더 나은 글을 쓰는 '헤븐' 이 되어서 다시 편지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 은,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존귀하고 귀한... 소중한 분들 이십니다....

우리 그걸 기억하며 살아요. 우리는 모두 '귀한 존재' 라는 것을. 




봄은 다시 왔고, 꽃은 피었어요... 어서 꽃을 볼 준비를 해요. 그러면 꽃이 보이니까요... 고맙습니다. 나의 독자님들... 








https://blog.naver.com/voicehw/221896859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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