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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21. 2020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예민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민한 눈과 귀와 두뇌 때문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가족들의 일이 더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제는 자신의 예민성의 에너지를 잘 조절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예민함' 과 '섬세함'의 차이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 걸까. 

날카롭다 와 무딘 것도 마찬가지... 나는 도통 그 '사이'라든지 '경계' 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범위인 건지, 도통 선을 그을 수가 없다. 결국 상황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도 생각하는 편이라, 어떤 상황에서는 예민함이 하늘을 찌르듯 날카롭고 뾰족해지기도 하고, 어떤 상황은 그 자체로 편안하고 유순히 흐르는 기류 덕에 스스로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이 들 때도 있다. 한없이 예민한 사람도, 한없이 무딘 사람도 결국 없고 우리는 그 경계 사이사이에서 줄곧 왔다 갔다 하면서 삶과 죽음을 향한 여행을 떠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 글항아리, 2020.07.23.



손이 빠르고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성) 을 가졌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나는 

'예민함' 때문에 무척이나 고생한 적이, 여전히 힘이 안 들다고 말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는 중일지 모르겠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저자분의 '예민함'에 관한 연구라든지 그리고 그 예민함을 잘 극복한 기존의 유명인들 기준의 선례, 실제 일반인 상담 사례 및 일반인 중 예민성을 잘 극복한 사례 등을 읽는 시간 동안, '나'를 되돌아보건대 나는 그 '매우 예민한 사람'에 속할 때가 조금 더 많았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이들이 드러나는 성공했든, 드러나지 않게 평범하게 살든, 숨쉬기 힘든 지경에 처해 언젠가 환자로 치료를 받든, 그 '예민함'을 조금 더 많이 내포하고 있는 이들은 대인관계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을 피곤하게 할 수 있으며, 그런 이들은 보통 사람보다 좀 더 힘들게 사는 것도 사실이다... 




타고난 예민성을 잘 조절해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무줄도 당기기만 하면 끊어지듯이 너무 팽팽해지기 전에 느슨하게 놓아주기도 해야 한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이 발생하면 더 예민해지는데, 우울증은 흔히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리고, 공황장애는 변연계를 예측 불가능하게 활성화시키곤 한다.  p.39



예민하기에,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나... 




다소 친절한 문장 덕분에 쉽게 의학 정보나 지식을 접할 수 있었고 

아울러 사례들이 대부분 화자 별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었기에 쉽게 읽혔다. 그러나 읽는 내내 예민한 이들에 대한 어떤 공감을 넘어서 심지어는 안타까움, 그리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으며 한편으로 여전히 예민하고 섬세해서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끌어앉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노력'이라든지 '의지' 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아울러 비단 그 개인의 '의지' 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회' 적인 요소들 또한 간과할 수 없으니.... 쉽지 않은 일이겠다. 예민함을 '잘' 삶에서 승화 시켜서 삶을 보다 평온하게 만들고 기쁘게 만드는 일이란. 




잡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잘 승화시켰다. 이로써 그는 세상을 바꿀 놀라운 기기들을 선물했다. 여기에는 잡스의 천재성, 미국의 사회적 포용성과 창의력에 대한 존중, 잡스의 자존감을 높여주려 했던 양부모의 노력과 사랑이 있었다.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 미혼모의 자식, 대학 중퇴라는 배경을 가졌는데 과연 그의 천재성이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더욱이 그가 가지고 있었던 공포감과 분노가 창의적 영감으로 승화될 수 있었을까. p.55




가임기는 오히려 '무딜' 정도로 예민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오히려 가임기는 편했다... '죽고 싶다' 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시절이 어쩌면 그 해였을지 모른다. 아무것도 특별히 생각하지 않은 채로 다만 뱃속의 쌍둥이만 생각한 채, 무사히 구토와 배땅김현상을 지나 출산을 잘 하기만을 바랐기에. 그러나 그 이후엔 '죽고 싶다' 는 말이 내면에서 다시 튀어나올 줄이야. 예민할 데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양육'이라는 통과의례가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다. 소위 자신을 갉아먹으며 한없이 예민한 극도의 어떤 감정적 수렁에 빠지고 또 빠져드는 느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덜하지 않는 이 '예민함'을, 부디 따뜻한 섬세함으로... 다스릴 줄 아는 포용력과 인내로 승화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나를 발견한다. 나 혼자 힘들면 상관이 없지만 나의 힘듦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이제는 '개인' 으로서의 삶이 아닌 '다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기에... 아이들은 죄가 없고, 누군가의 예민함으로 인한 피해자는 없어야 하기에. 절대로. 




자녀는 부모의 말투와 성격을 닮거나 혹은 그것을 천성적으로 타고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술 버릇과 분노조절장애를 싫어하면서도 어느새 비슷하게 닮아갑니다. '공격자와의 동일화'에 해당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예민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쉽게 격한 성정을 드러내지요 (중략) 


'죽고 싶다'라는 말은 자신이 가진 공격성과 분노가 스스로에게 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다른 말로 바꿔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죽고 싶다'를 '다음부터는 잘해보고 싶다'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p.148, 149






책이나 글이 사람보다 좋은 이유는... 어쩌면 내가 예민하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좋게... 생각하자면 그렇다.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어쩌면 뾰족하게 섬세하고 날카로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 쓰지 않고는 못 베길 성질(?) 머리라서 그런가 싶고... 여하튼 감사하게 생각한다. 예민함을 다스리려 하는 개인적인 분투는, 오늘도 종이와 손가락으로 분주하다. 이 선택들은 결국 '나'를 지키는 하나의 방편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그만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는.. 자기 합리화일지도-)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덜 예민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비교하자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와 같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 모든 것에 이렇게 예민하면 뇌는 과부하에 걸릴 것이다. 


'매우 예민한 사람' 이 자기 배우자나 친구라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이 좋다. 예민성이 이렇게 해서 바뀌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예민해질 뿐이다. 인내심을 요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돕는 것이 오히려 예민한 마음을 줄여줄 것이다. p. 369




예민하다거나 예민하지 않다는 판단을 아예 하지 않기로 해 버린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지키고 아울러 나를 포함한 다수들의 지키고 싶은 대상을 위해 분주한 분투에 온몸을 던진다. 하루 살아간다는 건 하루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뜻이고, 되도록 좋은 죽음과 한 번의 생이 아쉽지 않으려면... '노력'이라는 게 필요하기에. 되도록 좋은 노력, 사랑스러운 노력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을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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