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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21. 2021

진짜를 찾아서

나는 모든 일에서 달인이 되는 길은 단순함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기술 대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많이 알수록 필요한 것은 적어진다.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최근에 책을 다시 읽었다. 그래야 했고 그러고 싶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 때문이었다. 자꾸만 어떤 고루하고 진부한 생각에 갇히고 마는 나 때문에. 어느새 프레임 속에서 허우적 대는 나를 일하다가 문득문득 발견하고 말기에. B2C 시장의 서비스나 브랜딩을 생각하는 기획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스스로 정한 어떤 기준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동시대 사람들의 '행복'을 생각할 것 

그것을 위해 그 시대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떠올릴 것

그 니즈가 궁극적으로 삶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Life style) 떠올릴 것 

자유롭고 거침없이 생각할 것.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상향을 향할 것 (결국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그 만듦의 결과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에) 



부끄럽지만 나는 현실보다 언제나 지극히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그러나 이상적인 형태, 사람, 행복의 원천을 언제나 생각하고 마는 이상주의자... 그래서 그런 이상주의를 꿈꾸는 자에게 이전 직장은 조금은 곤욕스러운 환경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보기도 했다. B2B 시장의 사업개발이었고, 대고객님들의 니즈를 앞단에서 파악하기 이전에 그저 그들이 쥐어준 (원하는) 신개발 사양에 대한 각 시장 별 customizing 혹은 그들이 원하는 것만을 잘 따라가서 그저 잘 만들어내며 deadline과 price 조건만 잘 맞춰도 물량이 따라주는 사업... (물론 그들의 제안에 시의 적절히 meet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그러나 자꾸만 나는 어딘지 모르게 헛헛함을 느꼈었다. 무언가 오리진을 '만든다'는 기분보다는 그저 로봇처럼 잘 '따라간다'는 감정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인 걸까. 



그래도 언제나 석양은, 하루의 엔딩을 알리는 밤은, 뿌듯함이 앞섰다.... 일을 즐기던 그 시절의 나에게는... 



현재는 '만드는' 입장에 기쁘게 다시 일터의 무대에 섰으나 그것은 더욱 만만치 않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향해야 하기에. 게다가 마켓 포지션은 초기 시장 선두자가 아닌, 이미 우후죽순 늘어나는 시장 내 포화 상태 속 후발주자로서, 소비자들에게 내세울 만한 서비스적 뚜렷한 특장점 없이는 마켓 체인저는커녕 (바라지도 않는다...) 특장점을 찾아 무언가 유형의 것을 만들어 내기가 도무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레퍼런스 분석을 많이 해서 그 안에 발상이, 기획이, 생각이 자꾸만 '그 게 그거' 같이 갇혀 있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던 찰나. 



그래서였다. '파타고니아'를 문득 떠올리고 바로 책을 펼쳐보려 했던 것은.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 이라던 그들의 행보는 역시나 다시 읽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역대급 '살아있는 사업의 구루'를 만난 것 같았던 첫 완독 이후의 그 느낌. 사실은 스스로 어떤 핵심적 지향점과 희망을 다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행하는 사업의 옮음과 가치가 너무나도 '이상적'이라서... 현실에서는 좀처럼 따라가기 힘든 불가능의 영역이라 생각될지언정. 그들의 진정성 있는 가치를 향한 흔들림 없는 전진은, 결국 이 만연하고도 빽빽하고 퍼석한 자본주의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결국 삶의 원천적 행복과 전 인류애적인 가치 지향적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는 '희망'이고 '응원'이라 느껴졌으니까...



기억하라.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는 풍성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직원들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 우리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과거 대장간을 경영하던 시절부터 2미터짜리 파도가 올 때면 작업장의 문을 닫고 파도를 타러 갔다. 


좋은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언제든 바로 나설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이름의 근무시간 자유 선택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소비하고 버리는 일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세계 경제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죄인은 바로 우리다. 우리는 ‘써 버리고, 파괴하는’ 소비자이다. 우리는 필요는 없지만 원하는 물건들을 계속해서 사들인다. 우리에게 만족이란 없는 것 같다.


모든 기술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기술 수준으로 돌아가 보다 단순한 삶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내게 언제나 최고의 서비스이고 최고의 디자인은 '자연'이었다... 넘사벽. 인간이 감히 넘을 수 없는, 가공할 수 없는 오리진. 




인위적인 어떤 것의 거부가 아닌, 다만 생각과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같은 것도 조금 비틀어 다르게 생각하는 자유로운 시선과 태도를. 일상의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나와 같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과 기쁨을 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당장은 도움도 안 되고 결과로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그러나 섬세하고도 철저한 어떤 생각들의 연속.... 



집요하게 기록하고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근성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개인적 안도와 함께.

다만 그 기록이나 생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노트 바깥에서, 머리 밖에서 나와서 직접 몸으로 오감으로 경험한 이후의 또 다른 생각의 변화들의 필요성 또한 느끼는 요즘. 나는 지금 그 변화의 경계에 놓여 있는 것만 같다.. 한 발자국 내디뎠을 때 그 앞에 어떤 예상치 못한, 혹은 예상대로 진부한, 재미없는 장면이 펼쳐질지언정. 



진짜를 찾고 또 만들고 싶어 진다. 

내게 있어 진짜 서비스와 진짜 기획과 진짜 마케팅이란, 그 어떤 인위적 가공과 포장이 필요 없는

그 존재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진짜' 일 테니까... 



그것을 우리는 '감동'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진짜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을.... 



#어렵다...그래서 더 재밌고 도전적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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