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번째 편지를 씁니다. '드디어'라는 부사를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말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곤 첫 문장을 잠시 고민했습니다만, 역시나 상투적으로 '안녕하세요'라는 문장은 아니라며 쓰려다가 키보드를 미처 누르지 못했습니다 (웃음) 이 마음, 이해하실까요.
첫 번째 편지는 '현재'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요즘의 안부와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함께 글을 써 보기로. 교환 편지의 형태로 말이죠. 민 님의 시선이 담긴 책, 그리고 글 이야기, 아울러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일상을 헤쳐나가는 여러 세상의 화두와 종종 부딪히고 마는 어떤 감정들까지도.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편지'글'로 교신할 생각에, 사실 많이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 설레고 기쁜 며칠 전의 진심과는 달리, 제 요즘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기도 하여 걱정이 조금 됩니다. 평일엔 이제 글을 거의 쓸 수 없게 되어버리는 요즘이라 저로서도 이런 삶의 변화가 당혹스럽습니다만.... (눈물)
이젠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정말 치열하게 쓰며 살 것 같습니다. 이 시간도 지나가면 추억이겠지요...
그래도 기쁜 건 기쁜 것이겠지요.
좋은 건 좋은 것이고, 싫은 건 그저 싫은 것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그러니 인간의 감정은 별 수가 없다고도. (웃음) 저도 제 감정을 별 수가 없이 편지에 잘 정제해서 담기를 소원하지만, 이미 이 첫 번째 편지가 온통 감정 덩어리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 같아서 어쩔 도리 없이 '아 망했다 처음부터'라는 생각이 다시금 앞섰네요 (진지하지만 한편 스스로 뭔가 웃겨서 잠시 피식 웃고 있습니다; )
제 글은 솔직하고 다소 거침없다고, 감정이 풍부하다고 예전에 그러셨던 것 기억하실까요.
반대로 민 님의 글은 감정이 절제된, 그러나 제가 보기엔 무미건조한 절제가 아니라 절도 있고 섬세한 절제미로 인해, 그래서 제가 그 문장들에 반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보석 같은 면을 가진 누군가를 내내 동경하며 사는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 어떤 편지를 전해 주실지 정말 기대가 크고 한편 걱정이 또 앞섭니다. 너무 제가 무쓸모한 감정을 지나치게 많이 담지는 않을까 해서. 최대한 노력해보겠지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시작하는 게 도리일 것 같은 생각마저도 드는 지금입니다.:)
작가님께 첫 편지를 멋지게 쓰고 싶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요즘의 지질함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흑...
민 님과는 딱 한번 뵈었을 뿐이지만, 출간하신 책은 몇 번이나 다시 읽었지만 (좋은 책은 재독!)
더 알고 싶었나 봅니다. 지금 읽고 계신 책,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여러 삶의 시선들. 그리고 글쓰기 마저도. 결국 동시대를 함께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함께 '글'로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다는 것이 이 교환 편지가 탄생된, 시작하는 마음의 원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꾸 사족이 붙어 버리니 이쯤에서 첫 번째 편지를 담백(?)하게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미 흘러넘쳐서 차마 이곳에서는 담지 못하고 마음으로 삭히고 마는 지금이지만. 이제부터 조금씩 저 또한 꺼내 보면 되는 것일 테니 조급함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 두고... (아 그런데 지금 입고 있는 파자마엔 주머니가 없네요- 아.. 이렇게 쓸데없는 농을 또 부리고 마니; 이번 편지는 정말 망했습니다;)
아마 이 시절을 훗날에도 떠올릴 것 같습니다.
2021년의 봄, 3월의 마지막 금요일 11시에 시작하여 바로 12시가 지나가고 있는 이 순간을.
아마도 저는 주말이 되어서야 편지를 쓸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음은 언제나 매일 글을 향하고 있었지만 삶은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담담히 이 시기도 견디며 지내보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첫 번째 편지를 띄워 보내며, 12시가 지났으니 '오늘' 도 좋은 하루를!
3월의 주말, 잘 보내시기를. 봄이네요. 민 님. 봄은 역시 밤이지요.
봄밤.. 굿나잇
작가님, 저는... 봄의 밤 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좀 어두운 사람인 걸까요. 꽃도 밤에 보는 게 더 좋은 건 왜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