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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20. 2021

일어서게 하는 마음

How bold one gets when one is sure of being loved

인간은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확신할 때 가장 용감하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의욕이 사라지는 중이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 태도, 그리고 욕망. 의욕이라는 것은 어떤 확실한 목표를 향하여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력이다. 의욕이 있는 자는 스스로 주인이 되어 움직인다. 적극적으로 앞을 향해 전진하려 한다. 그런데 어쩌나. 그것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최선을 다해서 '나'라는 인간으로부터 의욕은 아주 멀리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떤 것을 시도하거나 도전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해도, 좀처럼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예전만큼 되지 못한다는 걸 자꾸만 발견하고 만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목덜미를 붙잡아 주저앉게 만든다. 의욕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걸까...



번아웃이라고 말하기엔 어딘지 어설프다. 

부단히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기에. 그것은 다시 말하자면 꾸준히 하는 루틴한 무엇인가는 있다는 소리다. 가령 책을 읽든가 글을 쓰든가 가사나 양육, 기타 '집'과 '가족'과 관련된 모든 돌봄은 현재의 일상에서 루틴이다. 거기에 최근엔 오전의 온라인 수업으로 배우기 시작한 '공부'가 더해졌고, 기타 소박하게 사회와 연결되려는 소극적 의지로 아주 작은 고료를 받고 원고나 취재 활동을 병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어디에서 나는 삐그덕거림을 느끼고 말았던 걸까. 어떤 움직임을 해도 이상하게 예전만큼 의욕이 없어진 상태에서 빈껍데기가 되어가는 기분에 빠지고 만다. 마치 프로그램화된 기계가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워더링하이츠에서 느꼈을 히스클리프의 의욕이라도 가지고 오고 싶을 지경이지만...그럴 수조차 없음을 느낀다. 폭풍의 언덕이 따로 없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형성한 폭풍의 언덕을 지나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포기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겠다... 



핑계든 이유든 굳이 추적을 해 보자니 몇 가지 흔적이 떠오른다. 

최근 한 달을 다니고 퇴사한 회사에서의 강렬했던 스트레스가 여전히 무의식 속에서 남아있는 걸까. 기쁘게 입사했던 만큼 깊은 절망과 분노만 가득 앉고 마무리를 (도망치기를) 했던 탓일까. 급속도로 치닫게 된 지저분한 기억들만 잔존한 그곳에서의 시간은, 나의 생기와 에너지를 여전히 갉아먹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후에 바로 아이들이 연달아 아파버리고 만 것 때문일까. 그로 인해 '저당 잡혀있다'는 너저분하고 부끄러운 생각에 다시금 깊숙하게 빠져 버린 채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있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입장과 현실을 떠올리며 묘한 자괴감에 사로잡혀 그랬던 걸까...



크게 아프지 않고, 크게 슬프지 않고, 크게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큰 일 없이 조용히 지낸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 감사함을 생각하려는 '의욕' 조차 부단히 사라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말기에 이 마음 상태야말로 '큰일'이지 싶었다.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계속 지속되는 의욕 부진 상태 때문인지, 오늘은 유난히도 양육과 가사활동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의 밥을 차려주다가 괜히 싫은 내색을 간접적으로 표현해 버렸고, 그 기운을 감지한 여린 첫째 아이의 눈에는 어느새 물이 고여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다 결국 덩달아 울어버리고 싶어 졌지만, 울지는 않았다. 울 수가 없었다. 울 자격 조차 없는 것 같았기에.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 아이에게 피해를 끼치고 마는 못난 어른은 울 자격이 없을 테니까... 



- 미안해. 나 싫지... 미안...

- 아니. 난 엄마 좋아. 

-... 어째서...

- 엄마니까 좋아.

-..... 



너의 순도 강한 눈부신 사랑은.... 나를 매번 울린다.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너의 사랑은 나의 것보다 언제나 크다.........



단순하지만 가장 뜨겁고 눈부신 문장, 기어코 나를 울려버린 아이의 목소리에 나는 참던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고 바로 의욕이 붙어버린 건 아니다. 다만 용기를 내 볼뿐이다. 아이의 목소리는, 아이의 그 문장은 나를 일어서게 하는 마음이니까. 너의 마음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다시 생기와 에너지를 찾아보자고. 어디서든 찾아낼 것이라고. 나를 일으켜낼 마음의 불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욕이 사라지는 속도는 여전히 멈출 기세 없이 내내 지속되지만, 사라지는 만큼 반대로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프로이트의 말이 사실이기를 믿고 싶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은 나를 일으켜 줄 것이라고. 아이만큼 나를 순수하고 지극한 일직선의 마음으로 아무 대가 없이 사랑을 주려고만 하는 존재는 현재 없다는 걸 안다... 저녁과 약을 먹고 소파에서 잠든 첫째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나는 다시금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 혼자서 읖조리던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고.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일어서게 하는 마음이 기억하며 지금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너와 나. 우리 모두를... 



달이 다시 차오르듯, 의욕도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석양을 봐도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늘도 미안했다 네가 준 사랑을 따라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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