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
습관적인 얕은 숨에 허전한 구석구석. 호흡이 끝까지 닿지 않는 곳을 찾아 헤매는 방황은 언제나 불안에 휩싸이는 허다한 나날을 보내게 했다. 의사는 평안함을 찾는 방법으로 복식 호흡을 추천했지만, 유튜브를 매번 따라 하며 호흡을 배우기에는 의지력이 없던 것일까.
1년 넘게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있는데, 매번 동작을 따라 하며 코어 운동 위주로 진행을 하다가 어느 날 "선생님, 저는 항상 호흡이 얕은 것 같아요. 호흡이 왜 이렇게 불안정할까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더라. "예지님. 여기 발을 뻗고 누워 보실래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따라 해 보세요" 선생님에게 몸을 맡기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가슴 아래까지, 복부까지, 하체 아래까지, 발 끝까지 내쉰다고 생각하고 숨을 내쉬어보세요" 내 머리끝까지 온 맘으로 숨을 받아들이 마시고 처음에는 가슴 아래, 그다음엔 복부, 그다음은 하체 아래, 그다음은 발 끝, 단계 별로 내쉬다 보니 내 불안한 마음은 어느샌가 차분해져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복식 호흡의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나에게는 마치 새로운 시작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깊은숨을 내쉴 수 있게 되니 들이마시는 숨 가득히 숲 내음을 맡고 싶었다. 집에 와 향초를 검색했다. 플로러 향, 비누 향, 코튼 향 ‥. 나무와 같은 숲 냄새라 표현된 향초를 구입하였다. 향초가 도착하자마자 처음 불을 붙였을 땐 독한 향이 내뿜어져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더라. 불을 끄고 은은하게 향기가 퍼지도록 했다. 그러니 방 안에 숲 내음이 가득 찼다.
아, 내 방은 숲이어라.
내 방은 풀 밭이어라.
뒹구르르 이 풀 밭에서 살고 싶어라.
들이마시는 숨 가득히 고요히 내 몸에서 순환을 이루더라.
향초의 몽롱한 향기가 내 몸을 어루만지더라.
이대로 충분하다는 말, 무엇이 더 필요하지 않은 상태.
난 이대로 참으로 충분했다.
향초의 숲 내음을 맡으며 깊은숨이 나를 가득 채울 때,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충분해짐을 증명한다. 향기가 나를 가득 채우며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나의 호흡을 사랑하게 된다.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내쉰다. 내 호흡이 퍼지며 이 세상에 널리 날아간다. 어떠한 것도 無가 되는 것은 없을지언정 내 안에서 기뻤던 숨들이 이 세상에 생명력 있게 쓰임을 받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순환하고 돌고 도는 이 세상의 이치. 그 안에서 가쁜 숨을 쉬는 당신께 내 소중한 숨이 고이 전달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