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덕분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나는 군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군인가족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사 생활.
잦은 이사와 가끔 집이 없어서(?) 힘든 적도 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그 이유는 군인가족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여러지역을 옮겨 다니면 그 지역들을 알 수 있는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가끔 집 뽑기를 잘못하면 도배장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만한 관사 생활이다. 단, 이사를 언제 가야 하며몇 평으로 이사 가야 하는지는모른다. 운이 좋으면 새로 지은 넉넉한 평수로 갈 수도 있지만 15평 오래된 관사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아직 15평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지만 15평에서 이사 온 가족들 얘기들을 들어보면, 부엌은 한 명이 서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지나갈 수없고, 손님을 초대하면 신발장부터 부엌까지 나란히앉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그 좁은 집에서 알콩달콩하게 살았던 일도 추억이었다며 회상하는 언니들을 보면 꽤 긍정적이다.
남편의 6개월 교육으로 22평 관사로 이사했던 시기가 있었었다. 이 전 집보다 평수가 작아지고 아기 짐까지 늘었던 터라 거실에 소파가 겨우 들어갔고 몇몇 옷 짐과 이불들은 그대로 방한칸에 창고처럼 쌓아두고 6개월을 지냈다. 6개월 뒤 새로 이사한 관사에서 그 옷들과 이불들을 꺼냈을 땐 곰팡이들의 서식지가 되었다. 6개월만 살 집이라 정리도 안 하고 살았더니 이런 사태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경각심은 그때뿐이었고, 정리와 비움은 귀찮은 일이었고 나에게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이가 생기고 걷기 시작할 때쯤 본격적으로 우리 집 미니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지금 아이의 나이는 4살. 어제도 그제도 나의 비움은 계속되는 중이다. 이제 나의 목표는 언제, 어디로, 몇평으로이사를 가든지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짐을 꾸리는 것이다. 어차피 자주 다니는 이사라 좋은 가구 예쁜 장식품들은 나에게 오히려 짐이될 뿐이다.
신혼 때, 내 마음에 쏙 드는 시스템 옷장을 맞췄었다. 이사 두 번만에 망가져서 속이 쓰렸던 기억이 있다. 꼭 필요한 것들로만 집을 꾸미고 살고싶다. 그리고 간편한 이사를 하고 싶다.
"다음 이사 때는 뭘 정리하고 가야 하나..."
"이삿짐 정리 언제 다 하지..."
"이사는 좋은데 짐 정리가 싫어..."
이사는 설레지만 이사 그 후가 걱정되었다. 항상 몇 번씩 했던 고민들이다. 이사 때마다 쓰레기도 많이나왔다. 가능한 최소한의 짐들을 가지고 이사를 가고싶다. 지금 살고 있는 관사보다 작은 집으로 가게 되더라도 걱정이 없고, 이사 후 이삿짐 정리로 힘들지 않은 집이 되고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