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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Mar 14. 2021

휴대폰 안의 666개의 연락처를 지웠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죄송해요. 잘못 전화한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요 며칠, 휴대폰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몰래 내 휴대폰을 가지고 이리저리 누르다가 자꾸만 친하지 않은(?) 휴대폰 속 저장된 사람들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친한 지인들에게 전화걸 때는 아이 덕분에  안부전화도 하고 오랜만에 통화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의도치 않게 예전에 머물던 고시원 사장님, 콜택시 사장님, 수년간 연락하지 않던 대학교 선배에게 전화했을 때는 적잖이 곤란했던 적이 더 많았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를 다그치기 바빴다.


"함부로 전화하면 안 되는 거야. 엄마가 곤란해지잖아!"


아이에게 휴대폰을 빼앗을 생각만 했다. 잠금 패턴도 걸어놓았다. 그래도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왜 불필요한 연락처들을 안고 살았을까.


'휴대폰 연락처를 정리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인간관계는 눈에 띌 정도로 폭이 좁아졌다. 휴대폰 속 천 개가 넘는 연락처들은 이제 필요 없다.

 

나와 자주 연락을 하는 사람들, 자주는 아니더라도 연락하는 사람들 즉 내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휴대폰 속 연락처도 미니멀이 필요했다.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그대로 옮겨지던 전화번호부는 쌓이고 쌓여 천 개가 넘는 번호들이 있었다. 더 이상 필요 없는 연락처들은 과감히 지우기 시작했다. 처음에 666개를 지우고, 한 번 더 몇 백개를 지우니 140개의 연락처가 남았다. 사실 지금 남아있는 100명도  모두 연락하며 지내지 않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고 지내다가 다시 지울 예정이다.


인간관계에도 미니멀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 그 말에 공감 가는 나이가 되었다. 어렸을 적엔(?)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람들을  만나볼수록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꼭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 집중하고 나와 잘 맞는 몇 명에게(비록 손에 꼽는 몇 명일 지라도)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 것이 좋다. 인간관계가 미니멀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기적이게 산다는 것은 아니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고슴도치 딜레마처럼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는 선에서 친밀감을 유지하되 적정한 거리를 두고, 건강한 관계를 갖는 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론이다.




친정아버지의 카톡 프로필 글귀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이제야 친정 아빠의 프로필 글귀를 꽤 많이 이해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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