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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Mar 26. 2021

건조기 없어도 괜찮아(feat. 빨래 건조대 감성)

탄소발자국 줄이기


빨래 건조대에 널어진 빨래들...
내가 원하는 우리 집 감성과는 참 멀다.



건조대 감성 어때요?

  우리 집에는 건조기가 따로 없다. 하지만 건조기 기능도 되는 세탁기가 있다. 처음에는 세탁 기능만 쓰다가 건조기를 함께 돌려보니 신세계 긴 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젖은 빨래까지 건조해주니 집 안에  건조대를 펴 놓을 필요도 없고 널어놓는 수고도 줄여 주었다.


그렇게 한 번 건조기의  편한 맛을 보고 나는 세탁기의 건조기 모드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불도 옷들도 조금씩 작아지긴 했지만, 한결 편해진 몸이 그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우리 집 세탁기 건조기능은 건조기 전용이 아니라 시간도 꽤 오래 걸리고 다른 건조기처럼 뽀송뽀송하게 세탁물들이 바싹 마르지 않았다. (건조기를 두 번쯤 돌리면 바싹 마른다.) 습한 날에는 더 심했다. 남편이 빨래를 돌릴 때는 건조기능을 쓰지 않는다. 직접 털어서 건조대에 널어놓는다. 이유를 물어보니 몇 시간 동안 건조 돌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직접 널어놓는 게 더 좋단다. 나는 속으로 '빨래를 별로 안 하니깐 귀찮지 않은가 보지'라고 생각하고 빨래 널기가 귀찮은 나는 세탁 후 무조건 건조기 모드를 사용했다.(집안일하는 방식은 서로 노터치다)


 어느 날은 세탁기에 먼지가 너무 많이 끼고 건조도 잘 되지 않아 건조기 사용하는 이웃 언니에게 물어보니 세탁기의 건조기능은 안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세탁을 바로 끝낸 세탁기는 젖어 있고 그 안에서 건조하는 탓에 건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할 수도 있고 일반 건조기보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고...


사실 세탁물 양이 많은 날에는 건조가 70%도 되지 않아 다시 방바닥에 널어놓은 적도 많다. 덤으로 빨래가 덜 마른 퀴퀴한 냄새까지 난다.

 

바닥에 널어놓는 그것조차 너무 귀찮을 때는 건조 모드를 한번 더 누른다. 그럼 몇 시간이 지난 후 90% 건조되어 있다. 온종일 세탁기가 돌아간다. 건조까지... 빨래를 하는 날은 세탁기가 쉴 틈이 없는 것이다.


어느 날, 건조기를 돌렸지만 덜 마른 수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수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왜 그러지?"

"건조기에서 덜 말랐나 봐..."


몇 차례 더 냄새나는 일을 겪고, 나 역시 건조 기능을 줄이기 시작했다. 사실 건조기능은 편리했지만 건조 기능만 돌리면 세탁기 안에 옷 먼지들이 청소하기도 어려운 곳에 잔뜩 껴서  건조하고 난 후 먼지 청소하는 일이  너무 귀찮았다. 특히 겨울 옷들은 먼지도 더 많이 나왔다. 한 뭉텅이씩 나오는 먼지들을 보고 내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먼지를 입고 다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차라리 빨래를 건조대에서 널어놓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를 꺼냈다. 건조대에 빨래를 널기 시작했다.

막상 널어보니 마냥 귀찮은 일은 아니었다.(더 귀찮은 일은 건조 후에 세탁기 안에 껴있는 먼지들 청소다)


어느 날,  남편이 빨래 널기를 귀찮아하던 내가 건조대에 빨래를 널어놓은 모습을 보고 물었다.

"우리 건조기 살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필요 없어."

남편이 의아해했다.

"진짜?"

"빨래 너는 일 생각보다 괜찮네~ 건조기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더 이상 큰 짐도 늘리기 싫고 우린 충분해!"

꼭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가기에 지금도 충분하다. 나는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고 있고 부족한 물건은 아직 없다.


물론 건조기가 있으면 지금보다는 편리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빨래를 널고 있는 순간 나는 불편하지 않다. 해가 쨍쨍한 날 햇살 맛집인 우리 집 거실에서  옷감들을 손으로 쫙쫙 펴서 건조대에 말리면 몇 시간 후면 자연스럽게 옷들이 마른다. 건조대가 나와있는 거실은 비록 감성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습도 조절도 된다.


약간은 불편해도 지구의 탄소 발자국과 덤으로 우리 집 전기세도 아낄 수 있는 일이다.





자연 습도 유지 방법(feat.긍적적 마인드)
빨래 너는 일이 놀이인 고마운 4살(feat.어린이집 등원 전)
자기가 바라는 것을 갖는 건 커다란 행복이다.
그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더 큰 행복이다
_메네뎀



* 그 어떤 강요도 아닌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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