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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Feb 27. 2021

친정집 신발을 비우니 생기는 일

비우면 생기는 일

결혼한 지 5년 차, 친정집에는 아직도 내 물건들이 뒤섞여있었다.

그중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신발장에는 대학생 때 신던 운동화부터 취업을 위해 신었던 구두들까지...

"엄마, 이 신발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예요?"

"물건 주인이 비워야지. 내가 어떻게 마음대로 비워~"

 

신발을 비우라는 특명을 받고, 요즘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나는 당장  신발 정리를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답답해지는 신발장.
하나씩 하나씩 비우며 신발에서 반가운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버릴까 말까 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비울 신발이 계속 나오다 보니 점차 빨리 비우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드디어 비울 것과 팔 것의 분류가 끝났다.

"제 신발은 거의 비웠어요. 이제 엄마, 아빠 차례예요!"

몇 번 신지 않은 약 7켤례의 신발은 동생들에게 주고, 또 몇 켤례는 저렴하게 당근 마켓에 올렸다. 버린 신발도 많았고, 그 어떤 건 상표도 떼지 않은 신발도 있었다. 신발을 정리하는 동안 내 소비습관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정집의 내 신발은 운동화 한켤례만을 남겨두고 모두 비웠다.

이제 엄마 신발 차례다.

"이 신발 진짜 잘 신었던 건데, 이건 낡았지만 좋은 신발이야. 그래, 이제 이 신발은 버리자."

신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신발은 모두 메이커가 있는 상품이었지만 20년 이상 보관을 해놓은 터라 어떤 것은 너무 낡았고, 어떤 것은 현재 신는 엄마의 스타일과는 너무 달랐다. 명예퇴직을 하신 엄마는 이제 구두 대신 편한 운동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오래된 구두를 모두 미련 없아 비웠다.

"그래, 이제 구두신을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비우자."

34년을 교직에서 몸 담았던 엄마는 직업병으로 족저근막염이 생겼고, 더 이상 푹신하지 않은 신발은 못 신는다며 예쁘지만 딱딱한 깔창의 신발도 미련 없이 비웠다.

"이 신발이 여기 있었네! 이제 꺼내놓고 신어야겠다. 이건 곰팡이도가 생겼네~ 아깝지만 버려야겠다."

우리 집 신발장의 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마의 신발은  약 50켤례 정도가 빠져나갔다. 현관에 쌓여있던 신발까지 정말 비우기도 많이 비웠다.


우리 집 현관은 들어서면 마치 명절날 대가족이 방문한 현관을 연상하게 한다. (그만큼 신발이 많이 꺼내어 있다.)

"오늘은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 거예요?"


나는 신발들을 보며 농담을 던지며 집안으로 들어간다.

신발 정리를 마친 현관은 슬리퍼 하나만이 나와있다.


아버지의 신발 비우기 차례.
생각보다 아버지의 신발은 많았지만, 그중 많이 신어서 낡은 운동화 2켤레와 구두 한 켤레를 비웠다.

"아버지도 생각보다 신발이 많은데요?"

"이건 학교 갈 때 신는 구두, 운동할 때 신는 운동화들이고  이건 평소에 신는 신발 두 켤례. 난 비울 건 없어~"

62세인 아버지는  아직도 배에 복근이 있는 운동 마니아다. 테니스화, 배드민턴화, 러닝화, 축구화, 족구화, 등산화 등 각양각색의 운동화들이 뒤엉켜있었다. 색깔별로 정리하고 러닝화는 러닝화끼리 등산화는 등산화끼리 운동화들은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 조금 더 비우고 싶었지만 물건의 주인인 아버지를 존중한다.

"비우니 시원하긴 하네~ 나는 현관 청소 좀 해야겠어. 현관에 신발들이 없으니 청소가 하고 싶네?"

"그러게 너무 개운하네. 그럼 나는 청소하는 김에 현관 서랍장도 정리해야겠다!"

엄마와 아버지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발 정리로 시작된 비움은 현관과 신발장, 그리고 현관 서랍장까지 정리와 청소를 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비우고 정리하고 쓸고 닦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재탄생한 친정집 현관과 신발장을 공개합니다.

(사진 공개 허락받았습니다.)



1. 비포사진들

신발장 비포
현관 비포
비우는 신발
드림, 당근마켓에 갈 신발 정리 중
서랍장 비포


2. 애프터


서랍장 에프터
아버지, 엄마 신발장 따로 구분
반짝반짝 현관
깨끗한 현관 복도

친정집 반짝반짝 현관 만들기


ㆍ신발은 신발장에, 자주 사용하는 신발은 현관 신발 칸에 놓기

ㆍ신발장은 각각 하나씩 엄마 신발, 아버지 신발 구분하기

ㆍ현관에 물건은 최소화하기, 현관바닥 청소하기

ㆍ서랍장은 청소용품 칸(걸레), 운동기구 칸(줄넘기, 탁구채, 배드민턴공, 배드민터채 등), 위생용품 칸(마스크, 소독제) 구분하기

ㆍ우산은 우산 칸에 놓기

ㆍ현관 서랍장 위에 물건은 최소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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