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리스트 귀선 Dec 04. 2020

옷장도 미니멀하게

우리 집 옷장 정리 원칙은?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tv 프로그램 중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

  특히, 세 아이의 엄마이자 개그우먼인 정주리 편은 같은 육아 맘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세 아들의 흔적으로 매일 전쟁터가 돼버리는 집. 아이 있는 집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드디어 정리가 시작되었고, 신애라의 정리 두 가지인 '정리의 시작은 비우기'라는 것과 '공간의 재배치'방법을 사용해 정주리의 집은 완전히 바뀌었다. 정주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나 역시 너무 감동한 순간이었다.


 특히, 옷장을 정리할 때 인상이 깊었다. 한가득 쌓인 옷들.. 하지만 그 많은 옷들 중에서 막상 지금 입을 옷은 하나도 없다는 것. 어떻게 내 마음과 정주리의 마음이 그리 똑같은지.. 나도 옷 정리를 할 때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입을 옷은 없지만 버릴 옷도 없었다.


 신애라는 세 개의 박스를 준비하고 정리를 시작했다. 


ᆞ필요 박스-내가 꼭 필요한 물건(버리지 않을 물건)

ᆞ욕구 박스-필요한 건 아니지만 아직 못 버리는 물건 ᆞ버림 박스-미련 없이 비울 물건


 옷에 적용을 하자면, 우선 을 정리할 때는 모조리 다 꺼내놓고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아, 나에게 이만큼의 옷이 있구나'인지하면서 비울 때 더욱 효과적으로 비울 수 있다.


 나도 옷을 정리했을 때, 옷걸이에 걸린 옷들과 서랍 속 옷들을 모조리 꺼내서 정리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도 사도 옷장이 꽉 차도 입을 옷이 없는 옷장이었다.

 지금은 안 맞지만 살 빼고 입을 옷들, 처녀 때 입었던 추억이 담긴 옷들, 버리기는 아깝고 입지는 않는 고가의 옷들이 쌓여있었다.


 지금 우리 집은 4칸에 사계절 옷이 정리되어있다. 그 중 두 칸에는 나와 신랑의 사계절 옷이 정리되어있고, 한 칸은 부피가 큰 겨울 점퍼들, 나머지 한 칸은 신랑 군복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여름옷은 서랍 한 칸에  정리되어 있다. 우리 부부의 옷이나 아이 옷은 거의 손이 가는 옷들이 정해져 있다. 항상 입는 옷들만 닳았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옷들은 그때 뿐이었다.


  옷장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옷을 많이 비웠다. 그리고 옷을 살 때는 두 개를 비우고 하나를 산다는 원칙을 만들었. 더 이상 유행에 따라 옷을 사지 않고 못 입을 때까지 입은 후 비우고 다시 사자는 원칙을 정했다. 나와 신랑은 한 철에 몇 가지 옷들을 돌려 입어서 항상 입는 옷만 입는다. 그리고 스타일이 비슷해서 겨울에는 한 옷으로 같이 돌려 입기도 한다. (나는 겨울에 사이즈를 크게 입는다. 신랑과 같은 사이즈를 입는다.)


"오늘 내가 이 맨투맨 입는다?"

"그래. 그럼 내가 검정 후리스 입을게~"  


 특히, 신랑은 옷 쇼핑을 자주 안 해서 한 계절에 한 번만 사거나 또는 안사고 넘어갈 때가 많다. 너무 자주 입어서 헤지거나 보풀이 많이  옷들은 걸레로 만들어 쓰면 딱이다.


 어렸을 때는 옷 쇼핑을 좋아했다. 당장 안 입는 옷이라도 우선 사놓고 보자는 마음으로 세일 상품을 좋아했다. 비싼 옷 한벌보다는 저렴한 옷 여러 벌을 택했다. 다양하게 입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는 내가 잘 어울리는 옷보다 내가 입어보고 싶은 옷을 골라 입었던 것 같다. 내가 잘 어울리는 옷이 어떤 옷인지 몰랐다. 30년 동안 살아본 결과 내가 자주 는 옷은 결국 내가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나는 튀는 옷보다는 단정하고 어두운 옷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 퍼스널칼라는 블랙이라는 것도 알았다. 가끔 화려한 색깔에 꽂혀서 쇼핑을하면 그 옷은 옷장을 지킬 뿐이었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은 정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델의 핏과 내가 입은 핏은 천지차이였다. '이제 안속으리라' 인터넷으로 옷을 사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낭비, 돈낭비였다.

그리고 철이 지난 세일 옷도 안사기로 했다. 당장 입지 않을 옷은 나중에도 안 입는다. 옷장에 을 안뗀 옷도 많았다. '언젠가 입겠지'라는 생각으로 절대 미리 옷을 사지 않는다.


 너무 사고 싶은 옷이 생겼을 때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3일만 참아본다. 그리고 3일 뒤에도 사야겠다 싶으면 집에 있는 옷을 비우고 산다. 그런데 아직까지 장바구니에 넣어둔 옷들은 그대로 있거나 삭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바구니안에서 3일만 참아보기'는 성공한다. 인터넷 옷쇼핑의 90프로는 실패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얼마 전, 신랑과 아울렛에 갔다. 신랑의 옷들이 많이 헤져서 입을 옷이 없다고해서 신랑의 옷을 사러 다.


"나는 안 살 거야 마음 편히 사~ 내가 승현이 보고 있을게"


 아이와 손을 잡고 아울렛을 둘러보며 신랑을 기다렸다. 벌써 가을 신상들이 나왔는지 마네킹들의 신상 옷들에 눈이 갔다. 입어보고싶은 욕구도 스멀스멀 생겼다. 

 나도 사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랐지만 차마 말은 못 하고, 신랑 몰래 카디건 하나를 입어보았다. 하늘 색 카디건에 진주 단추가 달린 옷이었다. 평소 내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옷이었다. 하필 그날따라,

'어머, 이 카디건 나랑 너무 찰떡 아닌가'

 너무 사고 싶었지만 그날은 무사히 참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도 주말 동안 그 하늘색 카디건이 머리에서 맴도는 것이었다. 하필 휴가를 앞둔 날이라, '그 옷을 입고 휴가 가면 좋을 텐데.. 잘 입을 자신 있는데..' 카디건을 향한 욕구가 커져갔다.

주말 동안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예전 같으면 그날 바로 샀을 테지만 제로 웨이스트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나로서 내가 정한 '나만의 옷사는 원칙'을 깰 순 없었다. 올여름 나에게 입을 옷은 많았고, 이쁘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옷을 사기는 싫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휴가를 다녀왔다. 비록 내 마음에 쏙 든 그 하늘색 카디건은 못입었지만.


 며칠이 지났지만 하늘색 카디건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기차를 충전해야한다는 남편의 말에 

"내가 해올게. 충전."외치며, 집에서 15분거리인 아울렛에 다시 방문했고, 충전을 하는 시간 동안 그 매장을 찾아 갔다.


'딱 한 번만 더 입어보자.'


 그토록 고 싶었던 카디건을 챙겨 피팅룸에서 한 번 더 입어보았다.

그리고 나는 미련 없이 매장을 나왔다. 다행인 건지, 그날따라 하늘색이 나랑 안 어울린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역시 나는 내 퍼스널칼라인 블랙이 잘어울린다. 나는 이제 하늘색 카디건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다.


'휴, 하마터면 옷장에 모셔둘 옷 살뻔했다.'

또 언제 어디서 옷에 대한 충동을 느낄 지 모른다. 그럴땐 옷장을 한번 보고, 나만의 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옷을 사고, 잘 입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꼭 필요해 보여도 딱 3일만 고민해보면 답이 나온다. 굳이 없어도 될 물건이라는 것. 그리고 물건을 구입할때는, 소유에는 관리라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리스트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