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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24. 2020

미니멀리스트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미니멀 라이프

  우리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곳곳을 구경하며 놀란다.


"속이 뻥뚤린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너무 뭐가 없네~안 불편해? "


공통된 반응은 "새로 이사 온 집 같다. 아직 짐이 덜 들어온 것 같다." 반응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최소한의 짐으로 살아갈 때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다. 하지만 점점 남아있는 물건들로 재사용하는 법을 익혔고 그 방법이 살아가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나의 물건을 다양하게 사용하니 보관하는 공간도 줄었고, 관리 또한 편하다. 가끔 손님들을 초대할 때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친한 언니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의자가 딱 세 개뿐이라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알아서 소파에 앉거나 다 같이 바닥에 앉는다. 식탁에 앉을 때는 간이의자를 꺼내서 앉는데 연신 괜찮다며 서로 양보하느라 바쁘다. 물티슈도 없는 집이라 흉보지 않고 알아서 식탁 위에 있는 천손수건을 쓴다. 배워갈게 많은 집이라는 칭찬은 덤이다.


 어느 날, 시댁 식구들의 방문 날이었다. 일회용품도 없고, 큰 냄비도 별로 없고, 적당한 그릇도 모자라는 우리 집이었다.


"제수씨 큰 냄비 없어요?"

"동서~ 혹시 궁중팬 있어?"

"혹시 큰 앞접시 6개 있니?"

"주방세제는 어디 있니? 수세미는 안 쓰니?"


"네~ 이거 바로 씻어드릴게요~"

"설거지 바가 주방세제고, 수세미는 이 브러시예요~"


 가끔 우리 집에 뭐가 너무 없어서 불편하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며 긴장을 하고 맞이한다. 나는 재빨리 그릇을 바로 씻어서 다시 사용하고, 가끔 이웃집에 큰 냄비도 빌려놓는다. 그날 저녁, 가족들과 밥을 먹고 과일을 먹으면서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귀선이가 살림을 잘한다. 집도 깔끔하고, 나도 이렇게 정리해야겠다."


 매번 집에 올 때마다 보고 많이 배우고 있으시다면서 최고의 칭찬을 해주셨다.  남편이 옆에서 내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좋겠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어깨가 으쓱했다. 참 감사했다. 불편하실 만도 하신데 오히려 칭찬해주시니 마음이 편했다.


다음 날 아침, 아침밥을 차리는 중이었다. 일 년에 두세 번 방문하시는 시댁 식구들이기에 한 끼지만 밥을 넉넉히 드리고 싶어서 밥그릇에 마음을 담아 밥을 가득 담았다.


"아니 제수씨! 밥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밥은 미니멀하게 안 드시나요? 하하하"


 나와 같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시는 아주버님이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셨다. 가족들은 듬뿍 담긴 밥그릇을 보며,  모두 웃었다. 나는 머쓱해하며 밥을 조금씩 덜어냈다. 아주버님의 '밥도 미니멀하게'라는 말을 되씹으며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우리 집에 와서 모두 적응을 잘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살면서 "미니멀 라이프 해보세요!"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저는 미니멀 라이프 생활 너무 좋아요. 편해요"라고는 말할 뿐이다. 그저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좋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면서 내가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일뿐이다. '나도 한번 저렇게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가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줄 자신은 있다. 앞으로도 미니멀 라이프는 내 삶이 될 것이다.


거실에서 노는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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