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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08. 2021

나의 귀엽고도 소중한 면 생리대

드디어 면 생리대 사용후기

"면 생리대. 우리 같이 사보자."

 이웃 언니와 면생리대 공구를 했다. 혼자서는 매번 실패했던 일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언니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말에 "세트로 살까, 낱개로 살까, 어떤 디자인으로 할래? 그래도 날개형이 낫겠지?"

디자인이 결정되자 그 자리에서 우리 둘은 그렇게 갑자기 면 생리대를 샀다.


한 달에 한 번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면생리대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쓸 이유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손빨래를 해야 한다는 귀찮음만 빼면 모두 면 생리대를 예찬한다. 하지만 나는 그 한 가지 때문에 면 생리대 사용을 미루고 미뤄왔다. 요즘처럼 편리한 세상에 손빨래라니... 그것도 피를 무서워하는 나에게 면 생리대를 직접 빨아야 한다는 사실은 '차라리 생리통을 조금 더 참고 말지~약 먹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곧 이런 내 생각은 변했다.


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 40년 동안 1만 2천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생리대가 썩는 시간은 100년 정도 걸린다. 내가 죽어서도 내 생리대는 지구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끔찍하고도 지구에게 미안한 일이다. 미뤄왔던 면 생리대를 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 한 번 해보지 뭐! 남의 것도 아니고 내 건데'

조금 불편해도 지구를 위해서 내 몸을 위해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침 집에 있는 생리대도 떨어졌겠다 검색 신공으로 가성비 좋은 면 생리대를 크기 별로 세트로 샀다. 다음 달 찾아 올 그 날이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정말 생리통이 없어질까 하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다.


현재, 면 생리대를 사용 한 지 3달이 지났다. 다행히도 가장 두려웠던  손빨래는 생각보다 간편했다.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샤워할 때 전용 빨래통에 넣어놓고 핏물을 빼고, 빨랫비누로 1차 손빨래를 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세탁기에 한번 더 돌려도 되고 그대로 말려서 다시 사용한다. 손빨래하는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면 생리대를 더 깨끗하게 하고 싶을 때는 천연세제인 과탄산소다를 넣고 한소끔 삶아주면 다시 새것처럼 하얀 면 생리대가 된다.

생리통에 대해서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아플 때도 있었고, 안 아픈 날도 있었다. 면 생리대를 쓰면 완벽히 없어질 줄 알고 기대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면 생리대의 사용은 그동안 써오던 일반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좋은 점이 많았다.

첫 번째, 한 달에 한 번씩 고정지출로 나가던 여성용품을 안 사도 된다. 물가가 치솟으며 생리대 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살 일이 없어졌다. 매번 세일 상품을 찾아 샀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두 번째, 더운 여름이나 운동할 때 생리대가 피부에 쓸려서 아프기도 하고 찝찝할 때가 많았는데 면 생리대는 자극이 없어서 좋았다.

세 번째, 흡수도 생각보다 잘되어서 불안하지 않았다. 팁으로 위생팬티를 입는다면 샐 염려가 전혀 없다.

네 번째,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우선 3달간 사용하면서 3달치 생리대 쓰레기를 줄였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기에 많은 양의 여성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 일회용 생리대 안의 화학물질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리대 발암물질 사건이 있고부터 생리대에 대한 찝찝함은 언제나 불안했다.  생리대로 바꾸며 그 불안감은 없어졌다.


면생리대의 사용은 나를 지키는 일이자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함께 도전해보실래요?


3개월 사용하면 얻은 면생리대 팁

1. 면생리대를 구입할 때, 세트보다는 본인의 생리양에 따라서 사이즈별 낱개로 구입하는 게 좋다. 본인은 중형이 필요 없고 대형, 오버나이트, 소형이 맞는다.

2. 사이즈별로 디자인을 다르게 사면 구별하기 쉽다. 본인은 같은 디자인인 세트로 사서 대형과 오버나이트를 구분하지 못해 직접 펴보고 고른다.

3. 세탁 시 반드시 찬물로 애벌 세탁을 한 후 세탁비누를 사용한다. 따뜻한 물은 피를 엉겨 붙게 한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을 경우에는 과탄산소다를 넣고 삶는 세탁을 한다.

4. 양이 많은 날 샐 염려가 있다면 방수 위생팬티를 입는다.

5. 외출할 때는 방수팩이나 지퍼팩을 챙겨 다닌다.


접어놓으니 구분안가는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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