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와 면생리대 공구를 했다. 혼자서는 매번 실패했던 일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언니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말에 "세트로 살까, 낱개로 살까, 어떤 디자인으로 할래? 그래도 날개형이 낫겠지?"
디자인이 결정되자 그 자리에서 우리 둘은 그렇게 갑자기 면 생리대를 샀다.
한 달에 한 번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면생리대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 쓸 이유는 없었다. 다만 단 한 가지 손빨래를 해야 한다는 귀찮음만 빼면 모두 면 생리대를 예찬한다. 하지만 나는 그 한 가지 때문에 면 생리대 사용을 미루고 미뤄왔다. 요즘처럼 편리한 세상에 손빨래라니... 그것도 피를 무서워하는 나에게 면 생리대를 직접 빨아야 한다는 사실은 '차라리 생리통을 조금 더 참고 말지~약 먹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곧 이런 내 생각은 변했다.
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 40년 동안 1만 2천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생리대가 썩는 시간은 100년 정도 걸린다. 내가 죽어서도 내 생리대는 지구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끔찍하고도 지구에게 미안한 일이다. 미뤄왔던 면 생리대를 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 한 번 해보지 뭐! 남의 것도 아니고 내 건데'
조금 불편해도 지구를 위해서 내 몸을 위해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침 집에 있는 생리대도 떨어졌겠다 검색 신공으로 가성비 좋은 면 생리대를 크기 별로 세트로 샀다. 다음 달 찾아 올 그 날이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정말 생리통이 없어질까 하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다.
현재, 면 생리대를 사용 한 지 3달이 지났다. 다행히도 가장 두려웠던 손빨래는 생각보다 간편했다.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샤워할 때 전용 빨래통에 넣어놓고 핏물을 빼고, 빨랫비누로 1차 손빨래를 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세탁기에 한번 더 돌려도 되고 그대로 말려서 다시 사용한다. 손빨래하는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면 생리대를 더 깨끗하게 하고 싶을 때는 천연세제인 과탄산소다를 넣고 한소끔 삶아주면 다시 새것처럼 하얀 면 생리대가 된다.
생리통에 대해서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아플 때도 있었고, 안 아픈 날도 있었다. 면 생리대를 쓰면 완벽히 없어질 줄 알고 기대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면 생리대의 사용은 그동안 써오던 일반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좋은 점이 많았다.
첫 번째, 한 달에 한 번씩 고정지출로 나가던 여성용품을 안 사도 된다. 물가가 치솟으며 생리대 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살 일이 없어졌다. 매번 세일 상품을 찾아 샀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두 번째, 더운 여름이나 운동할 때 생리대가 피부에 쓸려서 아프기도 하고 찝찝할 때가 많았는데 면 생리대는 자극이 없어서 좋았다.
세 번째, 흡수도 생각보다 잘되어서 불안하지 않았다. 팁으로 위생팬티를 입는다면 샐 염려가 전혀 없다.
네 번째,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우선 3달간 사용하면서 3달치 생리대 쓰레기를 줄였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기에 많은 양의 여성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 일회용 생리대 안의 화학물질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리대 발암물질 사건이 있고부터 생리대에 대한 찝찝함은 언제나 불안했다. 면 생리대로 바꾸며 그 불안감은 없어졌다.
면생리대의 사용은 나를 지키는 일이자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함께 도전해보실래요?
3개월 사용하면 얻은 면생리대 팁
1. 면생리대를 구입할 때, 세트보다는 본인의 생리양에 따라서 사이즈별 낱개로 구입하는 게 좋다. 본인은 중형이 필요 없고 대형, 오버나이트, 소형이 맞는다.
2. 사이즈별로 디자인을 다르게 사면 구별하기 쉽다. 본인은 같은 디자인인 세트로 사서 대형과 오버나이트를 구분하지 못해 직접 펴보고 고른다.
3. 세탁 시 반드시 찬물로 애벌 세탁을 한 후 세탁비누를 사용한다. 따뜻한 물은 피를 엉겨 붙게 한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을 경우에는 과탄산소다를 넣고 삶는 세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