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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ul 04. 2021

집에 비싼 물건은 필요 없다.

미니멀리즘이 주는 생활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보다 중요한 물건은 없다.


집에 물건이 많았던 시절,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며 살았다. 특히 주방의 물건 관리는 내 몫.

대부분 99% 내 취향들로 고른 물건들이었고, 그래서 집 안의 어느 물건들보다 아꼈다.

아이에게 주방은 접근금지였다.


"승현아 안돼! 그건!!!"


서랍마다 가득한 물건들이 위험했고, 혹시나 금이가거나 깨질까 봐 하는 물건들도 태산이었다.


"안돼! 여기는 오지 마. 네 장난감들 가지고 놀아야지~"


나는 다가오는 아이를 막기에 바빴고, 하루에 몇 번씩 아이는 접근 금지령을 들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방에 여유 공간이 없어서 내 마음에도 여유가 없던 것 같다.

어지러운 물건들로 꽉 찬 공간. 그리고 정리는 고사하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주방 서랍들...

어차피 아이가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정리는 미루고 미뤘다.

그저 호기심이었을 아이에게 가라고만 했다. 엄마가 아끼는 거니까 만지지 말라고 했다. 호기심에 다가온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이제야 반성하는 엄마가 처음인 엄마다. (그깟 만 원짜리 집게가 뭐라고...)


아이에게 주방 한켠을 내어주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열고 닫기 편한 맨 아래 서랍장 한 칸.

그 서랍장에는 아이의 장난감 주방놀이를 넣어주었고, 언제든 엄마의 조리기구를 함께 써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궁금증을 풀어주고 내 마음도 함께 내려놓으니 아이의 행동은 귀여워 보일 뿐이다.)

함께 요리를 하고 함께 놀기도 하는 주방이 탄생되었다. 가끔은 설거지도 도와준다.


미니멀한 주방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많은 식기를 비우고, 서랍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게 깨끗하게 유지했다. 위험한 물건들은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아이가 궁금하면 언제든 열어도 안전할 공간을 만들었다.


주방뿐만이 아니라 집안 곳곳에 비싼 소품, 비싼 물건은 두지 않는다. 아이가 놀다가 무심코 무언가를 상하게 만들었을 때, 아이가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물건이 상해서 속상함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말이 먼저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비싼 물건보다 더 소중한 건 아이인데 말이다. 이제  아이를 나무라지 않아도 된다. 우리 부부에게 비싸거나 소중한 건 특별히 없지만 행여나 그런 물건들은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는다. 거실, 주방, 안방, 아이방은 전시장이 아니며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생활하는 공간이다.

고작 물건 때문에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불상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 물건에 치이지 않고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편안한 공간에서 남편과 아이가 그리고 내가 언제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런 집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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