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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17. 2021

이사는 우리집을 재정비하는 기회다.

오늘도 미니멀

혹시 이사를 몇 번이나 해보셨나요?



군가족이라면 한  이상 겪어본 이사.

(군 가족끼리 우스갯소리로 이사 몇 번 다녔어?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나 또한 결혼 5년 차 지금까지 이사는 4번 했다.

(태어나서 이사를 한 횟수보다 결혼을 하고 이사한 횟수가  많다.)


 군인 가족의 이사 날짜는 심장이 쫄깃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나온다. 운이 좋으면 몇 달 전에도 알 수 있지만  바로 코 앞인 일주일 전 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사 갈 집 상태는 이사 전 날까지 아무도 모른다. 관사를 받아서 가기 때문에 남편이 먼저 직장에(부대) 있고, 가족들은 관사가 나올 때까지 전 집에서 기다렸다가 이사를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생이별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사 갈 집의 평수와 집의 상태도 모르고 이사 갈 준비를 시작한다.(운이 좋으면 미리 한 번 가볼 수도 있다.)


'이사'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



태어나서 줄곧 고향에서 20여 년을 살았다. 부모님과도 떨어지고 아무 지인도 없는 곳에서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도 있었다. 다행히도 걱정이 무색하게 새로운 이웃과 새로운 환경은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사실은 바로 나는 군인가족이라는 것.

결혼하고 첫 이사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신혼살림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맥시멀 한 물건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아무리 포장이사라 해도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사 갈 관사의 평수는 이 전집보다 조금 작았다. 눈물을 머금고 거실의 소파는 반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신혼 때 짜 맞춘 드레스룸의 행거들도 이사 갈 집에 맞지 않아 쓸모없게 되었다.


어차피 뭐 6개월만 살 집이니까..'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다음 이사를 믿고(?) 정리는 커녕 방 한 칸을 짐들에게 내어주었다. 6개월 동안 소중한 방 한 칸은 짐들의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쯤 기다리던 이사를 했다.

고작 두 번의 이사였지만 신혼 살림살이는 타격이 컸다. 2년도 안 된 소중한 살림살이들은 찢기고 깨지고, 고장도 나고, 쓸모없게 된 것이다.  

 

이사 4번째 만에 터득했다.


좋은 살림들은 필요 없다는 것을

비싼 살림들도 필요 없다는 것을

이사 견적을 받을 때는 집을 최대한 말끔하게 치워놓고 받아야 한다는 것을(견적비용이 다르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은 다르다는 것을


회자정리 거자필반


운이 좋으면 몇 달 전부터 이사 준비를 할 수 있다. 군인가족이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지만 한 가지 슬픔은 있다. 정든 이웃들과 헤어진다는 것.

같은 아파트에 모두 군인가족들이 모여 살아 더 끈끈한 공감대와 우정을 나눌 수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로, 떠나는 것을 미리 알 수 없으니 참 아쉬운 건 사실이다.


남편의 부대 이동이 결정되면 채팅창도 불이 난다.

이사 날이 다가올수록, "혹시 이거 필요한 사람~~"

선착순으로 나눔이 시작된다. 비움과 나눔 사이에서 비울 사람은 비워서 좋고 필요한 사람은 나눔을 받아서 좋고.


이사는 재정비다


이사는 우리 집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비움을 위한 비움이 아닌 우리 집에서 진정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들을 정비할 수 있다. 큰 가구에서부터 작은 서랍 안의 물건들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우리 집에 꼭 필요한 물건인냥하는 물건도 걸러낸다. 그리고 비움 후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그 물건을 다시 사는 실수)

여태 없던 물건은 없어도 잘 살 수 있고, 있던 물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비운다.

 '언젠가 쓰겠지'

그 언젠가는 사실 잘 오지 않더라.

 


이사를 가지 않아도 좋다


다음 주면 이사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집 재정비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사 비용은 아끼고 미니멀 라이프도 실천하며



다음 이사는 어떨까

기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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