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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26. 2021

불편한 게 좋아. 좋아?

슬기로운 미니멀 라이프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

" 불편해?"


"이거 없으면 안 불편해?"
"이거 사용하면 안 불편해?"

분명 이 말 뜻은 '너는 이것도 안 써? 없으니까 내가 불편하다.'
'왜 불편하게 이걸 사용하는 거야?'를 돌려 말하는 것이다.

건조기, 토스터기, 전기포트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김치냉장고, 각종 조리도구 아이템...
있으면 한층 살림이 편한 물건들로 있으면 신세계라고 불리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우리 집엔 안 키운다.

나도 알고 있다.
있으면 분명 편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이 물건들을  금전적으로 부족해서 못 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사고 싶은데 각종 이유로(?) 여건이 되지 않아서 못 사는 것도 아니다.

현대사회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젠 살림도 기계가 로봇이 해주는 시대니까 말이다.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시대에서,

과연 우리를 만족시키는 물건들을 사들이면 우리의 욕구가 충족될까 의문이다.


가장 최신폰을 갖고 싶다면 죽기 직전에 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과학 발전이 우리의 소비가 따라갈 수 없이 빠르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욕구를 만족하려면 시대에 발맞춰 계속해서 최신 기계를 사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소비하는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소비를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어떤 물건을 사는 것보다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어렵더라.)



어떻게 하면 살림을 덜 할까?


주부로서 항상 하는 고민이다.

사실 나는 살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즐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힘을 덜 들이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림을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즐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다 찾은 정답은 '로봇청소기를 산다. 식기세척기를 산다. 전기포트 기를 산다. 살림을 도와주는 각종 아이템을 산다'가 아니었다.


정답은 꽤 단순했다.

집안의 물건을 줄이고, 내가 꼭 필요한 물건만을 가지고 사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과 옷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약 30년 만에 깨달았다)


집안에 물건이 많으면 청소할 거리들이 많아진다. 옷장에 옷이 많으면 계절마다 정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을수록 파악하기도 어렵고 잘 관리할 수도 없다. (물건을 소유하면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끔 상황에 따라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ㅇㅇ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는 없어서 못살겠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있으면 좋았지만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고 바로 사는 것이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유에도 책임이 필요하기에 관리할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도 나온다. 지금까지 지내본 결과 그 생각은 그 순간뿐이다. (만약 그 생각을 여러 번했다면 그것을 사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다.)


우리 집에도 나를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이 있다. 내 기준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은 환절기마다 아이 방에 놓는 가습기, 여름철 장마에 대비한 제습기, 매일 하는 청소를 편리하게 해주는 무선 청소기, 그리고 공기청정기까지.

이 물건들은 살림을 그리고 나를 편하게 해 주는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수고롭게 만든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가습기가 없었다. 건조한 날이면 아버지께서 잠든 내 방에 물묻힌 수건 몇 장을 깔아주셨다. 신기하게도 다음날이면 바싹 말라있다. 덕분에 나는 건조함을 느끼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는 청소기가 없었다. 대신 할머니는 빗 자락(빗자루)으로 거실과 방을 비질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 할머니 집에는 아직도 낡은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다.


지금 우리 집에는 젖은 수건 대신 가습기가 있고, 빗자루 대신 청소기가 있다. 수건에 물을 묻혀 깔아 놓을 필요가 없다. 빗자루로 쓸지 않아도 된다. 참 편리하다. 반면 가습기 안 청소를 해야 하고 청소기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서 더 수고롭다.(차라리 수건 깔아놓는 게 편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집에서 비질을 하는 것도 낭만이 있다. 사락사락 스윽스윽 천천히 비질을 하면 더 구석구석 우리 집을 청소할 수 있다. 소음도 없어서 노래를 들으면서 청소를 할 수 있다.


기계가 주는 이로움도 있지만 관리가 꼭 필요하다. 오히려 더 귀찮을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소비가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식 감성도 좋을 때가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사실 조금 불편한 상황도 곧 적응이 된다. 오히려 조금 참으면 더 편리할 때가 많다.


불편하지만 그 작은 불편함은 나와 지구에게 좀 더 이롭기에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없다고 해서 못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불편해도 참을만하고, 그 이면에 '관리'라는 아주 귀찮은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개인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가치관이다. 관리가 귀찮지 않은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물건이 없어서 생기는 약간의 불편함은 괜찮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소비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되는 것이 소박한 내  꿈이다.



여러분은 어떤 불편함을 더 감수하실건가요?

어떤 불편함이 조금 더 나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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