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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06. 2022

옷 쇼핑은 스티브 잡스처럼

옷장 앞에서 고민 고민하지 마

생각보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남들은 내 '패션'에도 관심이 없다.


이 사실이 왜 이제야 몸소 와닿았을까.


약 5년 전쯤, 나는 옷 맥시멀 리스트였다.  쇼핑은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법이었고,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같은 옷을 입으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그런 때가 있었다. 단 돈 5천 원짜리 티셔츠를 구매하고 잘 샀다며 기분 좋아하고, 잠시 후 그 옷은 고스란히 옷장에 넣어두었다. 세일하는 옷들은 계절이 맞지 않아도 '세일'이라는 이유로 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옷장에 잘 모셔두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면 신기하게도 옷장에는 입을 옷이 없었다. 분명 옷장은 꽉 차있는데 매번 나는 입고 나갈 옷이 없다.  



올 겨울 갑자기 워킹맘이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게 헐렁한 옷장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옷장을 만들어 주었다.

'저 옷 언제 입지'

'옷장 정리 언제 하지'

평생 숙제 같았던 고민이 사라졌다.

그런데 출근해야 하는데 옷이 없었다.(이번에는 이유가 조금 다르다.)

내 취향의 옷들로 남겨진 내 옷장에는 안타깝게도 출근복이 없었다. 전업주부에게 그리고 미니멀리스트에게 많은 옷은 필요 없었다. 핑계로 오랜만에 쇼핑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에 편안하고 내 취향이며 직장(?)에 어울리는 옷을 생각했다. 몇 년 동안 입던 목 늘어난 겨울 맨투맨 티셔츠를 비우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새 옷을 샀다.


겨울엔 맨투맨을 즐겨 입었다. 그런데 맨투맨은 편했지만 목부분이 항상 아쉬웠다. 목이 따뜻하면 추위를 덜 느끼는데 맨투맨은 목이 훤이 나와 목도리가 필수였다. 그래서 이번엔 고민 끝에  목티를 샀다. 출근해서 실내에서 입기에도 딱이고, 활용성도 좋다. 랜만의 쇼핑은 내 쇼핑 세포들을 들뜨게 했다.(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쇼핑보다 다른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쇼핑이 주는 만족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쇼핑은 주로 옷이 낡거나 못 입게 되었을 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제 옷을 살 때

그 옷이 아무리 예쁘고 마음에 든다고  사지 않는다.(예전에는 그냥 샀다.) 우리 집에 있는 옷들과 매치를 해서 함께 입을 만한 지를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 사려다  신발, 가방까지 사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옷이 집에 있는 바지나 외투와 잘 어울리는지, 나와 어울리는 옷인지(내가 자주 입을 옷인지)를 따진다. 전엔 불편해도 예쁘고 유행인 옷을 샀지만, 지금 장 중요한 건 그 옷의 실용성이다. 계절에 맞는지, 함께 코디할 옷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옷은 딱 그때 순간의 행복함 뿐이다. 그리고 사실 가 자주 입는 옷은 이미 정해져 있다.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옷을 좋아하고, 기본 템들을 즐겨 입는다. 어두운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자주 입어도 질리지 않은 민무늬의 옷을 즐겨 입는다. 내 취향은 그런 옷들이다.  취향을 알면 옷 쇼핑이 한결 쉬워진다. 그리고 롤모델이 있다면 더욱.


내 패션의 롤모델은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다. 

일명 '잡스 룩'이라 하면 검은색 폴라티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가 떠오를 것이다. 혹시 그의 옷장을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옷장을 존경한다. 그의 옷장은 검정 목티 여러 벌과 같은 청바지 여러 벌이 전부였다. 처음 그의 옷장을 본 나는 충격이었다. 돈도 많고, 충분히 집도 넓을 텐데 옷장이 저렇다고? 그가 왜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한다. 잡스는 항상 뇌의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했고 그렇게 그의 패션과 옷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은 스티브 잡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가 부러웠다. 스티브 잡스처럼 나만의 교복을 만들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입는 이유는 학생들을 공부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 나만의 룩을 만들고 싶은 이유는 스티브 잡스처럼 일에 집중하기 위한 이유는 아니지만, 매번 꽉 찬 옷장을 보며 옷을 고르는 일은 어느 순간 나에게 피곤한 일이었고, 입지도 않는 옷을 갖고 살며 매 계절마다 옷 정리를 하는 일은 그만두고 싶었다. 그 시간들을 아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는 패션업계  종사자가 아니다. 그리고 사실 이제 패션으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도 적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쉽게 쇼핑과 패션을 포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옷 정도는 한 벌 씩 남겼다. 


스티브 잡스처럼 나만의 '귀선 룩'은 없지만, 전보다 옷장은 간소해졌고, 같은 옷을 입는 날도 많다. 빨래를 자주 해서 옷이 빨리 닳지만 항상 내 취향의 옷을 고민 없이 고르는 게 좋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쇼핑하지 않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들로 옷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옷들로 나를 표현하고, 고민하는 시간과 정리하는 시간을 아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생각에 신이 난다. 옷장이 간소해질수록 내 취향은 확고해지고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다.


아직 스티브 잡스를 따라가기에 아직 한참 멀었지만 올 겨울 출근룩색만 다른 목티 세 벌로 지내보려 한다.(차마 색은 포기 못하겠다.)




나에게 옷이란,

계절에 맞게 내 몸을 보호해주는 수단이자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깔끔하고 단정하게)

그리고 옷은 불편해서는 안 된다.(단, 상황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있다면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누가 어떤 옷을 어떻게 입든 상대방에게 피해만 입히지 않는다면 그 어떤 패션도 멋있는 것이며, 상대의 패션을 평가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패션 취향을 존중한다. (사실 나도 이 사실을 늦게 알고 남의 패션을 지적했던 때가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각이 다른 것처럼 패션도 존중해야 한다. 


어떤 옷을 입든 나는 나다. 그리고 어떤 옷을 입든 당신도 당신이다.



혹시, 여러분의 패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혹시,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으시나요?

나만의 옷 취향 있으신가요?




유튜브 " 90년생 미니멀리스트 귀선"


https://youtube.com/channel/UCIEcW_2HWzeewP1mD9iZN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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