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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11. 2022

아끼는 물건보다 중한 것이 뭔데?

물건으로부터 자유 찾기


몇 번의 이사를 겪으며 느끼는 것은 짐을 싸다가 또는 짐을 풀다가

'아, 내가 이 물건도 가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사는 새로운 집에 기존의 짐들을 테트리스하는 것이었다.

새 집으로 이사 갈 때 가장 중요하고 궁금했던 점은 그 집에 수납장이 많은지 우리 집 수납장을 넣을 공간이 있는지였다.

우리 집 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지, 과연 정리가 될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사를 끝내고 고민이었던 물건들은 보관 장소를 찾으면 잊힌다. 내가 언제 그런 고민을 했더라? 다음 이사 때까지 다시 묻어둔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우리 집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소중하고 비싼 한 평의 공간은 물건을 위한 공간으로 다음 이사까지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소인에게는 아직 이사가 많이 남았습니다.

군인가족으로 관사 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이사를 자주 다닐 수 있다.(덕분인 건지 때문인 건지?) 새로운 지역에 터전을 잡는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언제 내가 이 지역에서 살아보겠어' 이참에 관광한다 생각하고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이사를 준비한다. 그 생각은 이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려워진다. 이삿집들을 옮길 생각에 혹시나 작은 집으로 배정받으면 어떤 물건을 비우고 가야 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된다. 어느새 설렘은 사라지고 고민만 한 가득이다.


물건은 써야 빛이 난다.

생각해보면 사실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물건은 써야 빛이 난다. 목적 없이 그냥 둔 물건은 공간만 차지할 뿐, 청소 거리만 늘릴 뿐이다. 내 에너지와 시간을 빼앗아간다.

수납도 마찬가지다. 수납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기하게도 물건도 함께 늘어난다. 수납을 위한 수납을 할 때가 많다. 지금 수납장을 보면 물건들이 자가증식을 한 경우가 많다. 수납장은 신기하게도 늘 꽉 차 있다. 정리를 해도 넘치는 곳이 바로 수납장이다.

그래서 특히 수납장은 주기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 수납장을 살 때는 이 사실까지 기억하고 들여야 한다. 자가 증식하는 수납장을 관리할 수 있는지, 수납장에 든 물건들을 모두 피악 할 수 있는지.

물건을 위해 수납장을 사지 않아야 한다. 물건의 주인은 수납장이 아니다. 바로 나다. 물건은 보관하는 것이 아닌 내가 잘 사용할 때 빛이 난다.


아이의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장난감도 자가 증식하는 물건 중 하나다. 주기적으로 아이가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은 함께 정리를 해야 한다. 어느새 정리함은 놀지 않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꽉 차고, 내 손과 눈은 쓸만한 수납장을 찾고 있다.


사실 잘 사용하는 물건은 수납이 필요 없다.

매일 사용하고 매일 노는 것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는 것이 가장 좋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물론 이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니겠지만) 내 생각에는 물건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아낀다고 깊숙이 넣어 둔 그릇은 결국 잊혀서 못 쓰고, 아낀 비상금 또한 까먹고 못 쓴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건은 아낄수록 똥이 된다. 보이는 곳에 잘 두고 자주 쓸 때 빛이 난다.


아끼는 물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아끼는 이불이 있었다. 옷장 깊숙이 넣고 일 년에 단 몇 번만 꺼내 썼다. 다른 이불보다 관리도 더 신경 썼다 하얀 이불이라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그 이불을 쓸 때면 어찌나 잔소리가 나오던지... 물건이 주인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몰랐다. 결국은 쓰지 않고 모셔 둘 때가 많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실수로 펜과 함께 이불을 빨아서 새 하얀 이불에 검정 펜 자국이 고스란히 무늬로 남았다. 그 속상함은 말로 할 수 없었지만 그때 깨달았다. 물건은 물건일 뿐인데 아끼느라 잘 쓰지도 못하고, 그동안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이다. 물건보다 훨씬 중요한 건 가족인데 말이다. 지금은 그 하얀 이불을 매일 쓴다. 더러워지면 빨면 되지 뭐.

이불도 쓸수록 빛이 날 거야(쓸수록 헤지겠지만 이불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이니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얻은 것은 바로 시간과 자유다. 물건도 관리가 필요하기에 가지고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써야 관리를 할 것이다. 물건은 장식품이 아니다.(장식용품 빼고 물론 장식품 관리도 필요하다.) 지금 집을 둘러봤는데 먼지가 쌓인 물건이 있다면 자주 쓰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니 물건에 쏟을 에너지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로 왔고, 물건에 얽매이지 않으니 마음의 자유가 찾아왔다.

새로운 물건은 때로 설렘으로 다가오지만, 그 설렘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고 또 다른 물건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제 새 물건을 채워 설렘을 찾는 것보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비우며 자유를 찾는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찾고, 이 물건이 없어도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설렌다. 날로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이 세상에서  물건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것이 더 짜릿한 일이다.



이사 전 날까지 이사가 기다려진다.

필요한 물건만 남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신기하게도 며칠이 지나면 필요 없는 물건이 보인다. 비우기 전에 충분한 고민을 하고(비우고 다시 사면 안되니까) 정리한다. 물건에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청소도 편하게 한다. 더 이상 이사도 두렵지 않다. 무엇을 비우고 갈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집엔 모두 내가 아끼고 잘 사용하는 물건들만 남아있다.

아직도 주기적으로 모든 물건들을 살펴본다.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지 우리 집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지.




다음 주에 이사를 간다고 생각하고 집 안을 둘러보세요.

물건들이 모두 제 역할을 잘하고 있나요?


잘 쓰고있는 하얀이불
매일사용하는 도마는 꺼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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