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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Aug 14. 2020

내 군복에서 좋은 향이 났으면 좋겠어.

우리 집 친환경 세제 세탁볼을 소개합니다.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고!!"


  남편의 직업은 군인이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똑같은 긴팔 군복을 입는.(겨울엔 외투가 있다.) 

 군인에대해 잘 모르던 신혼 어느날, 출근을 준비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있는데, 여름인데 긴팔을 입고 있는 남편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군복은 여름용이 따로 없어? 왜 반팔 군복은 없어?"


 여름용이 없는 군복에 놀랐다. 군인은 항상 전쟁을 대비하기에 반팔이 긴팔보다 위험하니 그렇다고 했다. 여름에 전쟁이 나면 걷어 올렸던 긴소매도 다시 내려서 입어야 한다며..


 사계절 내내 하나의 긴팔 군복을 여름엔 접어서 입고 겨울엔 펴서 입는다. 이제 생각해보니.. 남편의 옷장엔 옷들이 많이 없다. 군복만 여러 벌.. 옷장에 옷은 분명 꽉 찼는데 계절만 바뀌면 입을 옷이 없는 나와달리 먼저 미니멀을 실천하고 있던 남편 옷장.(겨울 외투는 남편 옷이 더 많다.) 대견해...


 아기 세제를 다 쓴 날이었다.(아이가 어릴 때는 어른용 세제가 독해서 아기용 세제를 따로 사서 썼다.) 때마침 어른용 세제도 떨어져서 이왕이면 하나의 세제로 아이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세제를 찾는 중이었다. 성분도 봐야 하고 용량도 봐야 하고 가격도 착한 세제를 찾고 있었다.


"오! 미세 플라스틱 없는 친환경 세탁세제라고?"

"아이에게도 안심하고 써도 된다고?"

"한 번 사면 1100번이나 사용할 수 있다고?"

"화학성분, 발암물질, 미세 플라스틱, 환경호르몬,  잔류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게다가 빨래도 잘돼."


  아니 이런 세제가 아니 세탁볼이 존재하다니.. 이건 사야 해!!!!

 난생처음 보는 비주얼에 의심이 들었지만, 후기들도 좋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주문했다.

그리고 세탁볼 주문과 함께 세탁볼을 사용하면 섬유유연제도 따로 필요 없다고 하여 남은 섬유유연제는 쓴다는 이웃에게 보냈다.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세탁볼

 세탁볼은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구멍이 뚫린 공 같은 모양 안에 세라믹볼들이 들어있다. 오염된 세탁물을 세탁볼 속의 세라믹볼이 원적외선 파장을 생성하여 파장 에너지가 물을 진동시켜 때의 결합을 약하게 만들어, 세탁물의 때를 제거한다는 원리다.


  사실 세제를 사용하면서도 세제안의 화학물질이 피부에 안 좋다는 것을 익히 들었길래 소량씩만 넣고 빨래를 했었는데, 세탁볼은 이런 면에서 안심이 되었다. 매일 빨래를 해도 세탁볼을 3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세제 비용도  아껴 경제적이다. 가루나 물세제 없이 물과 세탁볼로만 세탁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환경에도 이롭다.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요물 같은 우리 집 세탁볼을 잘 사용하고 있었다.


  어느 장마기간에 생긴 일이다.

꿉꿉한 날씨에 빨래가 덜 건조된 날이었다.

남편이 세제 냄새에 이렇게 예민한 사람인지를.. 나는  날 알았다. (세제를 다 쓰고 친환경 세탁볼로 바꾼 얘기를 안 했다. 언뜻 했지만? 남편이 세탁기 돌리는 일은 거의 없기에 세탁할 때는 꼭 나를 부르라고 말하고 항상 내가 세탁볼 2개를 넣고 빨래를 했다.)


"혹시 세제 안 넣었어? 빨래에서 좋은 냄새가 안 나~~~"

"냄새 없는 게 좋은 거야. 이제 우리 집은 세제 안 쓸 거야. 짜잔 이것 봐~ 이게 바로 친환경 세탁볼이야. 신기하게 생겼지?"


이때, 나는 못 봤다. 남편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사실 나는 친환경 세제를 쓴다는 사실에 나 혼자 뿌듯해했고, 남편에게 조잘조잘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을 위하고 환경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당연히 남편도 좋아할 줄 알았다. 잘했다고 칭찬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큰 오산이었다.


"왜 마음대로 바꿔? 나는 세탁물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중요한 사람이야!"


 세탁볼로 바꾼지는 꽤 되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나도 놀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뭐 이게 나만 좋다고 세탁볼로 바꾼 건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잖아.."


 이런 일로 예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자기 군복에서 좋은 다우니 향이 안 나서 '아~와이프가 까먹고 안 넣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더란다. 그리고 넣어달라고 얘기한다는 것을 자기도 깜박했다고 했다.


남편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나는 땀이 많은 사람이야. 한여름에도 긴팔을 접어 입어야 하고, 혹 근무하는 날이면 하루 종일 땀이 묻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해. 옷에서 내 땀냄새가 아닌 좋은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 "


 '맞아, 남편은 땀이 많은 사람이지..'

 그 당시에 자존심이 있는 나는 미안하다고 못했다. 사실 미안했다. 미쳐 그것까진 생각을 못했다. 어쩐지 어느 날부터인지 남편이 출근하고 나간 방에서 향수 냄새가 나더라.. 내 남편은 좋은 냄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우리 집 살림은 내가 하더라도 남편의 의견도 중요했던 것이다.


미안 남편, 어차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지만 앞으로 의견을 꼭 물어보도록 할게.
그런데... 세탁볼은 포기 못하겠어,


  드디어 수많은 검색을 통해,

세탁볼의 사용이 세탁물에 무향을 남기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남편~  군복에서 좋은 향 나게 해 줄게~~~
4계절입는 남편 군복




참고자료

출처 .미주 한국일보'친환경 무세제 슈퍼세탁볼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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