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증식이란, 생물이나 조직 세포 따위가 스스로 세포 분열을 하여 그 수를 늘려 감. 또는 그런 현상.
아이가 있는 집에는 항상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바로 장난감들이 자가증식을 한다는 것이지요. 분명 사준 적이 없는데도 아무도 모르게 어느 순간 장난감들이 늘어 있습니다. 특히 기념일들이(크리스마스, 어린이집 생일파티, 어린이집 교구, 과자 안 피규어까지) 한바탕 지나가면 여기저기서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나 어린이집 교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오기 때문에 의지에 상관없이 쌓이는 장난감 중 하나이지요.
아이가 더 어렸을 적에 아이에게 정리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장난감을 보관하는 박스를 샀습니다. 아이가 들어가도 될 정도의 큰 사이즈의 장난감 박스였지요. 장난감들을 박스에 넣으니 정리정돈은 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큰 박스 안에 어떤 장난감들이 얼마큼 있는지 몰랐지요. 늘어나는 장난감들은 놀든 안 놀든 무조건 장난감 박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있는 줄도 모르고 또 산적도 있지요. 큰 장난감 박스에 장난감들이 꽉 찼는데도 장난감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을 보면 갖고 싶어 했고, 새 장난감에 대한 흥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놀지 않는 장난감들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고 더 이상 박스 안에 공간이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보다는 내 욕심에 비우지 못한 장난감도 있었지. 언젠가 다시 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꽉 찬 장난감들을 비우지도 못한 채 스트레스만 쌓여갔습니다.
장난감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이는 왜 놀지 않는 것인가. 아이의 장난감 중 8할은 이웃 언니들이 물려준 장난감들이었습니다. 지금은 놀지 않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잘 가지고 놀 거라는 말을 찰떡같이 믿고 잘 보관하고 있었지요. 아이를 지켜본 결과 아이는 장난감보다는 밖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고, 장난감은 그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있을 뿐 잘 가지고 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큰 결심을 했습니다. 바로 제 욕심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저게 다 얼마짜리야. 잘 보관했다가 놀려야지'생각을 버렸습니다. 드림받은 장난감들은 아이와 함께 다시 나눔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까워하는 엄마 옆에서 아이는 곧잘 비워냅니다. 큰 장난감 박스가 필요 없어질 만큼 장난감들을 비워내고 장난감 박스도 함께 비워냈습니다. 장난감은 작은 바구니 안에 들어갈 만큼 줄었지요. 우려와 달리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는 적응을 잘했습니다. 남아있는 장난감과 집안의 물건들을 콜라보시켜 더 잘 놀았습니다. 잘 노는 아이 모습을 보며 그동안 아이의 쌓여있는 장난감때문이 아닌 내 욕심이 날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아이의 장난감은 바구니가 필요 없을 만큼 가지고 있습니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보다 엄마, 아빠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장난감보다는 집안의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집안의 온갖 물건이 아이의 장난감인 셈이다.)
하지만,
장난감들의 자가증식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바구니를 하나 정해서 그 안에 장난감들이 꽉 차면 비움을 시작합니다. 큰 장난감부터 작은 피규어들, 교구들을 한 곳에 펼쳐놓고 앞으로 가지고 놀 장난감과 비울 장난감을 스스로 나눕니다. 엄마의 욕심으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리가 끝나면 비워질 장난감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인사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고마움을 전하고 다시 사지 않기 위해 확실히 해두려는 의미입니다.(비운 장난감을 다시 사면 돈 낭비, 쓰레기 낭비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비우고 인사까지 마치면 장난감 정리가 끝이 납니다.
장난감을 비운다고해서 아이가 장난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새 장난감이나 필요한 장난감이 생길때도 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마트에 가면 어김없이 장난감 코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때 장난감을 사주기로 한 날이 아니라면 아이가 때를 써도 절대 넘어가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고 다 갖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줍니다) 그리고 오늘 잘 참으면 칭찬의 의미로 칭찬스티커를 하나 붙여주기로 합의를 보면서 잘 넘어갑니다. 대신 '칭찬 스티커 다 모으면 원하는 것을 하나 해줄게'라는 말을해줍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이유는 아이에게 절제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기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아이에게 깜짝으로 선물을 주면 아이의 기쁨은 세 배쯤 더 커지기도 합니다.
지금 아이의 방에는 작은 바구니에 아이 장난감 전부가 담아 있습니다. 아이는 작은 바구니가 꽉 찬 것을 보며 장난감 정말 많다고 말합니다.
"우리 집에 놀러 와, 장난감 많아"
가끔 할아버지가 장난감 사줄까라고 물어보면 장난감이 많다고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장난감이 또래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눈과 마음에 꽉찬 작은 바구니의 장난감들이 많이 있다고 느끼나봅니다.
"승현이 장난감 많아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뜻밖의 행복을 보았습니다. 행여나 장난감이 적다고 불만이 있지는 않은지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남은 장난감들은 지금 아이가 정말 아끼고 잘 가지고 노는 것만 남아있습니다. 아이는 큰 장난감 박스가 꽉 찼을 때보다 작은 장난감 바구니로 더 신나게 노는 중입니다.